요트 간판 하지민 “5연속 올림픽 출항, 도착지는 시상대”

피주영 2024. 7.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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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트 사상 최초로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하지민. 그는 올림픽에 출전할 때마다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민이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올림픽은 여전히 떨리고 설레네요. 마르세유(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앞바다를 누빌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한국 요트의 간판스타 하지민(35·해운대구청)은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번 대회는 하지민의 다섯 번째 올림픽이다.

그는 19세 때인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개근했다. 여름올림픽에 5차례나 나가는 건 역대 한국선수단을 통틀어도 최다 출전 타이기록이다.

이은철·진종오(이상 사격)와 윤경신(남자 핸드볼)·오성옥(여자 핸드볼) 등 한국 스포츠의 전설이 올림픽 5연속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요트장에서 만난 하지민은 “다섯 번이나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광스럽고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5연속 올림픽 출전하는 요트 전설 하지민. 8일 부산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하지민은 레이저급 1인승 딩기 요트 종목에 출전한다. 딩기 요트란 엔진과 선실을 갖추지 않고 바람의 힘만으로 항해하면서 경쟁하는 종목이다. 파리올림픽 요트는 10개 종목이 열리는데 한국은 레이저급 딩기 요트에만 출전한다.

레이저급은 시시각각으로 환경이 변하는 바다 위에서 홀로 조류·바람·파도와 맞서서 정해진 코스를 완주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약 1시간 정도 경기가 열리는데 체력은 물론 집중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야 상위권에 입상할 수 있다. 하지민은 “레이저급은 ‘바다 위의 포뮬러원(F1)’ 경기라 부를 만하다. 체력이 좋아야 거친 파도와 싸워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힘이 좋아도 전략이 좋지 않으면 상대와의 수 싸움에서 밀려 입상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요트에선 모든 출전 선수에게 동일한 모양의 배가 지급된다. 그래서 장비보다는 바다 위의 미세한 바람과 파도·조류, 구름 변화를 감지하는 개인 능력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 경험도 중요하다.

파리에서 5연속 올림픽 출전하는 요트 전설 하지민. 8일 부산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통적으로 요트 강국은 15세기부터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유럽의 영국·스페인·포르투갈 등이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일찌감치 마르세유에 캠프를 차리고 제집 드나들 듯 훈련했다. 경기장이 될 바다의 특성을 잘 알면 알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지민은 지난달 처음으로 마르세유 앞바다에서 훈련을 했다. 한국 선수 1명의 전지훈련은 비용은 한 달 기준 3000만원 정도다. 코치를 동반해야 하는데 요트의 정박 비용까지 추가하면 수천만 원이 추가된다.

하지민은 일반인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자신의 처지를 잘 안다고 했다. 하지민은 “요트 강국인 유럽에선 선수층이 두껍고 처우도 좋다. 그래서 유럽에선 선수가 올림픽에 나갈 비용을 직접 마련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내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건 많은 분의 지원 덕분이다. 이분들께 보답하려면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민은 요트를 타면서 이미 여러 차례 국위를 선양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매번 아쉬움을 삼켰다. 첫 대회인 베이징올림픽에서 그는 28위에 올랐다. 2012 런던올림픽에선 24위, 2016 리우에서는 13위를 기록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선 처음으로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최종 7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요트 종목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건 하지민이 최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에서 열린 요트 캠프에 참가했다가 바다와 사랑에 빠졌다는 하지민은 타고난 감각과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유럽 선수와의 경쟁에서 이기겠단 각오다. 그는 “바다가 지겹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육지에 머무는 시간이 아까워서 요트 위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열정적으로 훈련했다”며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순위가 올라갔다. 파리올림픽에선 반드시 시상대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 하지민

「 ◦ 생년월일 : 1989년 3월 21일
◦ 체격 : 키 1m87㎝, 몸무게 83㎏
◦ 소속 : 해운대구청
◦ 종목 : 요트 레이저 종목은 1인승
◦ 요트 : 딩기 요트(엔진과 선실을 갖추지 않고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소형 요트)
◦ 올림픽 출전 : 2008 베이징 28위, 2012 런던 24위
2016 리우 13위, 2020 도쿄 7위, 2024 파리 ?
◦ 주요 수상 : 아시안게임 금(2010·14·18) 은(2022)
◦ 별명 : 요트의 전설, 캡틴 하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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