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채상병 특검법 다시 거부권…경찰 수사발표 하루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법률안 재의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8번째이며, 법안 수로는 15건째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의요구권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전날 현장지휘관 6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3명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 총리 주재로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내용이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과 의회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한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국무회의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법안 추진 목적은 사건의 진상규명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지난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이 법안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 5월 28일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당론 1호’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에 대해 이날 재차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을 다시 넘겨받은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특검법을 두 번이나 거부하나”라며 “특검법을 거부한 것은 대통령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대표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이 수사 방해, 수사 외압의 몸통인 만큼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 김건희씨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일훈·석경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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