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싸우자" 원희룡 vs. "사과 먼저" 한동훈... 의외의 승자는 나경원?

[TV토론] 원희룡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 오히려 빈축... 한동훈 "김건희, 사과 의사 없었다"

[곽우신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3대 1' 구도가 아니었다. 여론조사 1위 후보로 집중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오히려 적극적인 '인파이팅'을 구사했다. 본인의 부상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공격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반면,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몰아세우는 대신 '민생'과 '정책'을 제시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웃복싱으로의 '태세 전환'에 오히려 다른 후보들로부터 빈축을 사며 수비에 전념해야 했다.

한동훈과 원희룡 두 후보 간 대결 구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던 나경원 후보는 오히려 두 후보 모두를 상대로 상당수 유효타를 따내며 선전하는 모양새였다. 윤상현 후보도 본인만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 분투했다. 비록 기승전'문자'이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들 간 첫 TV토론은 난전 양상을 띠며 앞으로 남은 전당대회 과정 역시 험난할 것을 예고했다.
 

▲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나경원·윤상현, '김건희 문자'로 한동훈에 공세
 
이날 주도권 토론의 첫 주자인 윤상현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현재 전당대회가 문자 논란으로 자꾸 궤도 이탈을 하지 않느냐?"라며 "궤도 이탈을 막고 빨리 전당대회 본연의 트랙으로 가기 위해서는 후보께서 '야 그래 내가 잘못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이만큼이니까 문자에 대해서도 내가 그 당시에 좀 어리석었다' 딱 한마디 하고 가는 게 오히려 낫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특히 한동훈 후보의 문자 관련 해명이 매번 달라졌다며 "제가 만약에 특수부 검사잖아? 만약에 피의자가 그렇게 가서 말을 바꾸면 구속영장 바로 때려버린다"라고 직격했다.

한 후보는 "일단 제가 말을 바꿨다는 것은 그냥 거짓말을 하시는 것"이라며 "저는 일관성 있게 말씀을 드렸다"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저는 당시에 여러 가지 통로로 여러 가지 경로로 김건희 여사께서 실제로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는 걸 전달받고 있던 상황이었다"라며 "그 상황에서 제가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더 문제가 되고, 만약에 그 사적인 답변을 했던 내용이 지금 공개됐다고 생각해 보시라"라고 되물었다.

"더 심각한 악몽 같은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라며 "만약 윤 의원이 당 대표가 되셨으면 김건희 여사와 당무 관련해가지고 텔레(그램)으로 논의하실 건가? 저는 하지 않겠다"라는 지적이었다.

나경원 후보 역시 "초임 검사가 중대 사건을 맡을 수 없듯이 이제 조금 더 훈련하시고 좀 기다리셨다가 나오셨으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 많이 있다"라며 본인에게 주어진 첫 7분의 시간 대부분을 한동훈 후보 견제에 쏟았다.

이어 "어제 TV조선에서 공개된 그 (김건희 여사 문자의) 원문을 보면 사과의 뜻을 명백히 밝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공적, 사적을 떠나서 이 부분은 (김건희 여사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한다 이건 매우 정치적 판단이 미숙하지 않나"라는 이야기였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한동훈 "내가 정확히 안다, 김건희 여사는 사과 의사 없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저는 당시에 이미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공개적인 지적을 한 상태였고, 그 상황에서 계속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그 과정에서 여사님께서 사과의 뜻이 없다는 확실한 입장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즉 "(김건희 여사의) 본인 의사가 그게 저는 그 말씀하신 내용이 진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그 시점에서 그걸(김건희 여사의 진의를)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제가 사적인 연락에 대해 답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대통령실 자체가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너무 명확했다. 그러니까 저에 대한 초유의 사퇴 요구까지 이어졌던 것"이라며 "사과 결정의 주체는 (김 여사가 아니라) 대통령실"이라고도 강조했다.

한 후보는 "만약에 그 당시에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나 의원은 왜 아무 말도 안 했느냐?"라고 반격했고, 나 후보는 "제가 왜 아무 말도 안 했느냐?"라며 "스피커가 약해서" 화제가 안 됐을 뿐 본인 역시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도리어 한 후보가 당시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한 것은 김건희 여사의 '사과 요구'라고 보기에 미진했음을 꼬집었다.

그 이후에도 나경원 후보는 "정치는 비공개의 예술" "인간의 감수성"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답장 자체를 안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지휘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문자를 계기로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했어야 했다는 맥락이다.

그러나 한 후보는 "저는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안다. 여사께서는 사과할 의사가 없으셨다"라고 못을 박았다.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정치인은 공사 구분해야 한다. 저는 똑같은 일이 있어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토론회가 끝난 직후 JTBC <뉴스룸>은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문자를 보낸 바로 그 날, 다른 여권 인사들에게는 '영부인 사과 불가론' 주장이 담긴 다른 평론가의 메시지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메시지는 "영부인이 사과하면 민주당이 들개들처럼 물어뜯을 것"이라는 주장을 골자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는 한동훈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정황이다.
 

▲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원희룡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에 한동훈 역공
 
이날 원희룡 후보는 "집권여당이랍시고 전당대회를 하는데 정말 다투는 모습으로 여러분들 정말 보고 싶지 않고 스트레스 받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하다"라며 "거기에는 저의 책임 또 그리고 제가 캠프의 이 방향을 이끌어 나가는 책임도 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어제(8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저희가 간곡한 권고도 받았다"라며 "겸허히 받아들인다. 저부터, 오늘 토론부터 계기로 해서, 정말 정책 비전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의 경쟁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먼저 모범을 보이도록 하겠다"라고 본인의 주도권 토론을 시작했다.

전날 TV조선 등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문자 원문이 공개됐음에도, 원희룡 후보와 캠프는 이날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직전까지 관련 문제를 언급하며 한동훈 후보를 가장 앞장 서서 공격했던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희룡 후보께서 네거티브나 어떤 인신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라면서도 "한 가지 정리는 해놓고 가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7일 JTBC 인터뷰에서 원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사천' 의혹을 제기한 것을 꼬집은 것.

한 후보는 "(내가 공천을 상의했다는 가족이) 어떤 가족을 말씀하시는 것이고 어떤 공천에 대해서 개입을 했다는 것인지 말씀을 해주시라"라고 요구했다. 원 후보가 답변을 피하자, 한 후보는 더욱 공세를 이어갔다. "(언급을) 중단하실 게 아니라 먼저 거짓말을 하셨느냐"라며 "그래놓고 중단하는 건 얘기가 안 되는 것이다. 누군지 말씀 못하시겠고, 근거가 없으시면 그냥 여기서 사과를 하시라. 제가 사과를 할 기회를 드리겠다"라고 압박한 것.

원 후보가 선관위와의 약속을 이유로 들자, 한 후보는 "선관위 얘기 듣고 그동안에 인신 공격 안 하신 건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인척 이렇게 공천 개입을 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200개 이상이 났다"라며 "그런데 이제와서 '여기서 비긴 걸로 하자' 이건 안 되는 것이다. 사실이면 사실대로 말씀하시고 아니면 사과를 하시라"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후보는 "제가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이 정도 하시자"라며 끝까지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한 후보는 "저는 이게 구태정치라고 생각하고 이런 구태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끝까지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나경원 "원희룡, 전당대회 왜 나왔느냐? 자의로 나온 건가?"

나경원 후보 역시 원희룡 후보를 매섭게 몰아세웠다. 나 후보는 "사실 전당대회에서 나오지 말아야 될 이야기는 다 나왔다"라며 "오늘 갑자기 원희룡 후보가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그러셨는데, 사실 그동안 줄세우기, 구태, 계파 이런 건 다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을 빼신다니까 오히려 제대로 된 토론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적극적으로 네거티브를 하던 원 후보가 이제 와서 불리하니 입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특히 "원희룡 후보는 사실 이번 전당대회 왜 나왔느냐?"라며 "안 나온다고 하다가 갑자기 나오신 게 이거 등 떠밀려서 나오신 거 아니냐?"라고 직격했다. 당초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던 원 후보가 기자들에게 출마 의사를 문자로 급하게 공지할 정도로 마음을 바꾼 배경에 결국 용산 대통령실의 의지가 작동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보낸 모양새이다.

나 후보는 "게다가 '대통령하고 밥 먹고 나왔다' 그러면서 사실 '윤심팔이'를 하고 나오셨는데 갑자기 오늘은 굉장히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신다"라며 "본인 자의로 나오신 건지 아닌지 말씀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원 후보는 "처음에는 나경원 후보께서 잘해주시면 도와드릴 의사도 있고 말씀도 드렸는데 번복이 돼서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 이후에 주어진 두 번째 주도권 토론 시간에도 나 후보는 '계파 정치 극복'을 강조하며 "원희룡 후보는 꼭 보면 계파를 업고 나오시는 게, 옛날 2011년 전당대회 때도 그때 친이계파를 업고 나오셨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친윤계파 업었다고 보시느냐? 안 업었다고 보시느냐?"라고 힐난했다.

한때 '소장파'로 불렸지만, 이후 당의 권력을 쥔 주류 계파와 호흡을 같이 해온 그의 정치 이력을 직격한 셈. 원 후보는 "저를 건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분파를 다 환영한다"라고 답했지만, 나 후보는 "모든 계파를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으시더라"라고 뼈 있는 한마디로 응수했다.
 

▲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뼈 있는' 말들 주고 받은 TV토론... 앞으로 5번 남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악플 읽기'나 'OX 퀴즈', '밸런스 게임'과 '대통령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등의 코너를 통해 구력이 있는 정치인들의 '뼈있는 웃음'을 연출하기도 했다. 예컨대 "무인도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라는 질문에 한동훈 후보는 조정훈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 대신 '찐윤' 이철규 의원을 선택했다. "1번을 선택하면 2번도 따라올 것 같다"라며 '친한'에서 '친윤'으로 변모한 조정훈 의원의 행태를 에둘러 꼬집은 것이다.

나경원 후보는 "더 기분 나쁜 상황"으로 주어진 "오랜 지인의 문자 '읽씹'"과 "연판장 받기" 중 연판장을 선택했다. 초선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나경원 의원의 지난 전당대회 출마를 저지했던 '집단 린치'를 "가장 구태스러운 정치"라고 평가하며 "제 마음의 상처"라고 평했다. 이후 '러브레터 투 프레지던트' 코너에서는 "지난 1년, 연판장 사건 이후 대통령께 섭섭하다면 엄청난 섭섭함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러나 당과 나라를 위해서 꾹 참았다"라고 언급했다. 연판장 사건을 재소환하며 본인이 잊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상기시킨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소한 포인트들을 제외하면 결국 이날 토론회도 '문자 파동'이 블랙홀이 되었다. 각자의 전략이 엇갈렸는데, 네거티브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원희룡 후보가 뒤늦게 입장을 바꿨지만 오히려 협공에 말리는 모양새를 왕왕 연출했다. 정책적 의제를 몇 가지 던지며, 한동훈 후보가 '주3일 출근제'와 '주3일 근무제'를 헷갈리게끔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잘 먹히지 않았다. 선두를 추격해야 하는 2위 후보가 오히려 주로 1위를 지키는 후보들이 쓰는 전략을 택했지만 최소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점을 자초했다.

반대로 '지키기'에 열중해야 할 한동훈 후보는 1위임에도 적극적으로 상대와 난타전에 임했다. 특유의 화법과 토론 태도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덕분에 순간순간 상대를 누르는 모습도 연출됐다. 하지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다른 후보들에게 '왜 다른 지역구 지원 유세를 적극 나서지 않았느냐'라는 취지로 비판한 건 되레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수도권 열세 지역구에서 뛰는 후보들에게 추가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대 원희룡' 구도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며 서로 득점과 실점을 주고 받는 모양새였다. 방어에 굳이 힘쓸 일 없이 적극적으로 두 후보를 공격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던 나머지 두 후보가 오히려 토론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 특히 나경원 후보가 점수를 따내는 장면이 꽤 여러 번 연출됐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전당대회 과정 동안 앞으로 5번의 방송토론회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1일에는 MBN, 16일에는 채널A, 17일에는 CBS라디오, 그리고 18일과 19일에는 KBS와 SBS에서 방송토론이 계획되어 있다. 오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선거인단 모바일투표가 진행되고,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선거인단에 한해 21일과 22일 ARS 투표가 실시된다. 같은 기간 일반 국민 여론조사도 이뤄진다. 오는 23일 킨텍스에서 열릴 제4차 전당대회 결과,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28일에 결선을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