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회사 M&A ‘베팅’…식품 회사 ‘톱3’ 진입 [CEO 라운지]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7.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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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
1977년생/ 연세대/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사/ 미시간대 앤아버 MBA/ 2006년 사조해표 기획실장/ 사조대림 총괄본부장/ 사조그룹 식품총괄본부장/ 2022년 사조그룹 부회장(현)
장면 1. 최근 증시에서 사조그룹주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1년 전만 해도 2만원대 중반이던 사조대림 주가는 최근 8만원을 오르내릴 정도로 급등세다.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사조오양 등 다른 사조그룹주도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지난 6월 중순에는 그룹주 대부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주가가 최근 특히 급등한 이유 중 하나로 사조대림의 냉동김밥 수출 소식이 꼽힌다. 사조대림은 지난 6월 중순 한식 레시피를 담은 냉동김밥 3종을 선보이고, 미국 등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 미국에서 냉동김밥이 품절되는 등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조그룹 가세로 공급난이 다소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참고로 사조대림은 올해 4월부터 미국 수출을 시작, 초도 1·2차 물량과 추가 발주 물량을 모두 합쳐 36t을 출고했다고 밝혔다. 김밥 15만5000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주요 판매처는 미국 내 90여 점포를 보유한 미국 한인마트 ‘H마트’다. 여세를 몰아 사조대림은 매달 7만2000줄가량을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장면 2. 올해 사조그룹에는 상반기 중에만 새로운 계열사 2곳이 편입됐다. 매출액으로만 따지면 올해 말 기준 이들 기업 덕에 그룹 전체 매출이 1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포문은 인그리디언코리아가 열었다. 옥수수, 감자 등 천연 원료를 활용, 전분과 당, 기능성 소재를 만드는 회사로 본사는 미국이다. 1999년 한때 두산과 합작사를 만들기도 했지만 2005년에는 두산이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미국 소유 기업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매출액 4243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이런 회사를 사조그룹이 약 3800억원에 인수했다. 연이어 최근에는 연매출 1조원 규모 식자재·위탁 급식 업체 푸디스트를 약 2500억원에 인수했다. 푸디스트는 현재 전국에 6개 권역 물류센터와 13개 대형 식자재 마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1조290억원이다. 두 회사 인수로 연말쯤 사조그룹은 연매출 6조원대 식품 기업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매출 6조원이면 5조원대 대상그룹을 제치고 CJ, 동원그룹과 함께 ‘빅3’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이런 의사 결정의 중심에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47)이 있다. 주 부회장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장남으로 연세대와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사를 거쳐, 미시간대 앤아버 MBA를 졸업했다. 2006년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그룹에 입사한 이후, 사조대림 총괄본부장과 사조그룹 식품총괄본부장을 거쳐 2022년 사조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입사 후 제조에서 유통에 이르는 ‘식품 밸류체인 구축’ ‘K푸드 해외 진출 선봉장’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룹 체질 개선을 도모하며 부족한 사업 부분은 M&A를 통해 보완해나갔다.

업계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알린 인수 사례는 동아원이다. 2016년 당시 제분업계 ‘빅3’ 회사 중 하나였던 동아원(현 사조동아원)이 매물로 나오자 발 빠르게 사조그룹 계열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원재료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캐시카우도 확보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식품총괄본부장으로 인수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재무 구조 개선이다. 매일 출근하다시피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부채비율을 극적으로 낮추는 데 일조했다. 그 덕에 사조동아원은 재무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었다. 사조동아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6785억원, 영업이익은 386억원이다.

그룹 내 겹치는 사업부는 교통정리를 통해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2019년 사조대림과 사조해표를 합병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주 부회장은 비교적 연관성이 높으면서도 행정조직은 이원화돼 있던 두 회사를 합병시켜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22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결정적인 계기다.

대체육 시장에도 뛰어들어

신규 먹거리 발굴에도 진심이다.

코로나19 이후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주 부회장은 계열사 사조대림을 통해 2021년부터 비건, 대체육 사업을 본격 전개하기 시작했다. 중동 등 비건 선호국가 진출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지난해에는 관련해서 대체육 통합 브랜드인 ‘플랜어스’ 상표를 출원했다. 주 부회장은 냉동김밥 외에도 K푸드 해외 진출에 진력하고 있다. 특히 사조대림·씨푸드를 앞세워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을 비롯 다양한 수산물 수출을 늘리고 있다.

회사 측은 “해외에서 건강식(비건) 열풍에 따라 쉽게 접할 수 있는 냉동김밥, 스시용 김, 스낵김, 시즈닝김 등 다양한 제품을 소비하는 추세인 만큼 수출 기회는 더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참고로 김 수출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해양수산부 자료)을 넘어섰으며 한국 김의 해외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서 K푸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국가의 주요 유통 채널마다 한국 가공식품 취급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며 “다양한 현지화 상품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다 보니 투자자도 호의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 변수

물론 주 부회장에게도 숙제는 있다.

그룹 관련주가 증시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익성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글로벌 고물가 시대가 정착되면서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기후 변화로 참치 등 주력 식자재 수급도 여의치 않다. 최근 김값이 금값이 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글로벌 수요가 폭증한 면도 있지만 기후 변화로 생산이 못 따라주면서 수출하려 해도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이 여러 번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인수한 회사 역시 영업이익률만 놓고 보면 그룹 이익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푸디스트만 해도 매출액은 1조원이 넘어가지만 영업이익은 70억원대 정도다. 더불어 급식 시장에 사조그룹이 등장하면서 업계에서는 ‘저가 경쟁’이 불붙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이 B2B 영업력이 좋은 데다 가성비 제품을 많이 유통하다 보니 급식 시장에서도 이런 논리로 치고 들어오면 시장점유율 싸움이 자칫 가격 싸움으로 번지면서 각 급식 업체 이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라고 귀띔했다.

“올해 매출 6조원, 5년 내 10조원 매출을 달성할 것.”

주 부회장의 최근 일성이다. 그의 계획이 얼마나 잘 안착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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