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에게 연락 오는 주파수" 영상… 딱 봐도 비과학적인데 조회수 200만 달해, 이유는?

이해나 기자 2024. 7. 9. 20: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별별심리]
재회를 돕는다고 홍보하는 주파수 영상의 조회수는 매우 높은 편이다./사진=유튜브 캡처​

전 애인과의 재회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염원을 담아 소비하는 인기 영상이 있는데, 바로 '재회를 이루어주는 주파수'가 흘러나온다고 홍보하는 영상이다. 실제 유튜브에 '재회 주파수'를 검색하면 화면 스크롤을 끝없이 내려야 할 정도의 많은 영상이 존재하고, 백만 회를 넘는 영상부터 천만 회에 육박한 영상까지 높은 조회수를 자랑한다.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 애인에게 연락이 왔다" "실제 주파수를 듣고 재회하게 됐다"는 등의 인증 댓글도 달린다. 얼핏 보기에도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이 영상. 사람들은 왜 이리 주파수 영상에 열광하는 것일까?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듣다 보면 헤어진 연인이 돌아온다는 영상뿐 아니라 금전운이 높아지고,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등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뤄준다는 주파수 영상이 셀 수 없이 존재한다. 대부분 일정한 주파수 음이 지속되는 영상인데, 길이는 몇 분부터 몇 시간까지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주파수 영상이 과학적 근거가 전무한, 심리적 요인에 의해 병세가 호전된다고 믿는 위약 효과인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콘텐츠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플라시보 효과는 실제로는 달라진 것이 없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 믿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주파수 때문에 재회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를 들은 당사자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상황을 변화시켰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주파수를 사용한 것인지도, 누가 올렸는지도 알 수 없는 점이 주파수 영상이 비과학적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재회 주파수 영상에 달린 실제 재회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댓글들./사진=유튜브 캡처

한림대 언어청각학부 진인기 교수는 "특정 음원이 인간의 인지 영역이 아닌 재회와 같은 외부 영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과, 다수에게 동일한 효과를 제공한다는 것은 과학적 관점에서 근거가 부족하다"며 "플라시보 효과일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사이버대 음악치료학과 여정윤 교수는 "A라는 상황에는 B라는 음악을 듣고, C상황에는 D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음악 치료학적 입장에서 맞지 않는다"며 "특정 상황을 해결해 주는 각자의 주파수가 있다면 전 세계 인구가 다양한 문제로 힘들어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정윤 교수 역시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영상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재회했다는 인증 댓글 역시 플라시보 효과와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명예교수는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이 행동 때문에 실제 재회하게 된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주파수의 효과라기보다 마음과 행동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주파수 영상 소비 연령을 20~30대 청년층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대의 특성상 노력을 해도 이뤄지는 것이 적다 보니 비과학적인 주술과 다를 바 없는 영상에 빠지게 됐다는 해석이다. 여정윤 교수는 "실제 주위 20대가 주파수를 들으면서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한 경험이 너무 많았다"며 "요즘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곽금주 명예교수는 "젊은 층이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보니 운과 같은 비과학적 요소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명예교수는 "앞으로의 사회에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활용한 상술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본인의 소비에 있어 동조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똑같은 음이 반복되는 단일 주파수 영상은 특히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삼가야 한다. 특히 외부 소리가 차단되는 노이즈캔슬링 효과가 있는 이어폰으로 오랫동안, 큰 소리를 들으면 극대화된 소리가 강한 자극으로 느껴질 수 있다. 진인기 교수는 "특정 주파수로 구성된 음원은 우리의 뇌와 청각기관에 특정 영역을 활성화시킨다"며 "누군가에게 마음의 안식이 되는 음악이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음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정윤 교수는 "똑같은 음을 지속해 듣는 것은 똑같은 자극이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안정적이라고 느낀다 하더라도 소리 자체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