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판단으로 외국인 후보 배제' 전력강화위 5개월 헛수고로…이제 '예스맨' 외에 누가 협회를 위해 일하나

조효종 기자 2024. 7. 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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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합류한 한 인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약 5개월 간 지속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활동이 의미를 잃었다.

이어 8일 사퇴한 정해성 KFA 전력강화위원장의 뒤를 이어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한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어 "앞으로 전력강화위원회는 만들 필요가 없다"며 "내가 조사하고 추천한 외국인 감독은 쓸데없는 이야기가 됐다"며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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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갑작스레 합류한 한 인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약 5개월 간 지속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활동이 의미를 잃었다.


7일 대한축구협회(KFA)는 홍명보 감독을 차기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8일 사퇴한 정해성 KFA 전력강화위원장의 뒤를 이어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한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이사가 직접 대면한 실질적 최종 후보자는 3명이었다. 그중 2명은 외국인 지도자인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거스 포옛 전 그리스 감독인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한 명이 홍 감독이었다.


두 외국인 감독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건 이 이사 개인의 판단이었다. 이 이사의 브리핑에 따르면 두 감독 모두 열심히 면접에 임했고 한국행을 희망했다. 외국인 감독 선임에 가장 큰 난관으로 여겨졌던 연봉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이 이사는 최종적으로 두 감독의 축구 철학이 한국과 맞지 않는다고 여겼다.


면접 이후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직접 설명한 일정상, 이 이사는 7월 3일과 4일 빡빡한 일정으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만난 뒤 5일 귀국해 홍 감독과 대면했다. 5일 밤 만나 다음 날 오전 9시 답변을 받았다고 하니, 홍 감독에겐 5일 만남 당시 감독직을 제안한 것이다. 사흘 만에, 정 전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시점을 기준으로는 약 일주일 만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홍명보 감독(울산HD). 서형권 기자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서형권 기자

이 이사는 5개월여 동안 회의에 참석하며 치열하게 고민한 전력강화위원들과 별도 논의 없이 최종 결정을 내린 뒤 발표했다.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은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동안 전력강화위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는데, 7일 진행됐다는 영상 녹화 당일 홍 감독 내정 소식을 전해 듣고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앞으로 전력강화위원회는 만들 필요가 없다"며 "내가 조사하고 추천한 외국인 감독은 쓸데없는 이야기가 됐다"며 허탈해 했다.


KFA는 9일 박 위원의 영상 폭로에 유감을 표명하며 이 이사가 결정을 내린 건 합의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최종 후보 추천 이후 결정은 정 전 위원장이 맡기로 했고, 이후 정 전 위원장의 업무를 이 이사가 이어받아 결정하기로 모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 이사가 결정하기로 합의가 됐다고 하더라도 면접 결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발표한 것은 전력강화위의 그동안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협상 과정에서 끝내 합의하지 못한 조건이 있어 최종 후보가 한 명만 남은 게 아니었다. 중대한 결격 사유는 없었는데 업무를 인수한지 열흘 된 이 이사가 자의적으로 두 후보를 배제한 것이다. 게다가 이 이사가 두 감독을 제외한 근거는 감독들의 철학이 한국 축구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것인데, 언급된 수준의 이야기는 옳고 그름을 떠나 출장 이전에도 이미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판단했다면 출장 이전에 전력강화위 논의를 통해 후보군을 재구성해야 할 일이었다. 이 이사는 외부 유출을 우려해 면접 이후 별도의 미팅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과거부터 전력강화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협상 실권이 없다는 게 문제시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새 전력강화위가 출범할 당시 정 전 위원장은 외부 압력으로 차기 감독을 결정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자신하며 "앉아만 있을 거면 안 하겠다는 위원님들이 있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논의를 해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결국 이번에도 뒤늦게 합류한 인사의 개인적 판단으로 앞선 노력이 물거품이 되며 전력강화위의 무력함이 재확인됐다. 앞으로 어떤 인사가 의욕적으로 전력강화위 활동에 임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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