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차기 총리는 누가…마크롱, 급진 좌파와 갈등
좌파 연합 NFP, 과반 의석 얻지 못해
마크롱, 현직 총리에 총리직 유지 요청
지난 7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조기 총선 투표 결과 좌파 연합과 중도 세력의 연대로 극우 정당의 집권은 좌절됐지만, 세 정당에 의석수가 비슷하게 나뉘면서 향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유력 매체 르몽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 총선으로 (극우 득세에 대한) '정화'를 희망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조기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 이전 이미 복잡했던 정치 방정식이 이제는 절망이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에는 못 미쳤지만 182석을 확보해 원내 1당 지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신임 총리 지명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현직 총리의 유임을 요청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아탈 총리에게 "국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마크롱의 요청은 좌파 진영의 혼란 속에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극좌 성향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4개 주요 정당이 뭉친 NFP는 당 대표 없이 선거를 치렀다. 이는 범여권이 현 총리인 가브리엘 아탈을,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조르당 바르델라를 대표로 내세운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이에 폴리티코는 이번에 선출된 좌파 의원 수십명이 총리직 쟁탈전에 참전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는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꼽힌다.
LFI는 좌파연합 소속 4개 정당 중 74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LFI에 총리 지명권이 주어질 경우 멜랑숑 대표가 차기 총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이다. 하지만, 급진적 사회주의 성향 등으로 멜랑숑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경우 사회 분열과 정치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LFI 내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멜랑숑 대표의 강력한 라이벌로는 당내 경쟁자이자 차기 대선을 노리는 프랑수아 뤼팽 의원과 멜랑숑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클레망틴 오탱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도 마누엘 봉파르 조직위원장,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 클레망스 게테 의원, 에릭 코크렐 의회 재정위원장 등 LFI 내 다른 인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회당에서도 올리비에 포레 대표, 보리스 발로 원내대표 등이 총리 후보로 나설 수 있다. 폴리티코는 발로 원내대표를 사회당 내 유력 후보로 지목하면서 "마크롱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최고의 공무원 학교(국립행정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마크롱처럼 엘리제궁 사무차장을 역임했다"고 소개했다.
NFP 내부의 정당 간 대립을 피하기 위해 비정치인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 해당 조건의 인사 중에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고 갈등 해소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로랑 베르제 전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위원장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총리 인선까지 시간이 꽤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파리 올림픽과 휴가철이 이어지는 만큼, 정부 구성 논의가 가을까지 지연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NYT는 또 "NFP가 다음 주에 총리 인선을 발표하겠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부 구성을 요구했지만, 이는 프랑스 헌법상 총리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고, 이번 총선에서 좌파와 중도파가 '반(反) 극우 전선'을 형성한 덕분에 NFP가 원내 1당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연정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정당과 협의를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정당 RN, 반유대주의라 비난해온 LFI와 연정은 피하되, 향후 사회당과 녹색당을 포함한 온건 좌파와 정통 보수 우파인 공화당 등과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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