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나라와 부모가 많은 걸 결정한답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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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큰별 기자]
나는 성공을 위해서 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그렇다.
내 나이 서른, 앞서 7년을 운영해 온 내 회사는 돌아온 어음 수표를 막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 후 2년이라는 시간을 멍하니 흘려보내다가 '다시 한번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공사판 일용직을 그만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가진 기술이라고 운전이 전부였다. 당시 생활정보지에 실린 배달 기사 모집 광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
사업 실패, 그 뒤 심심해서 한 일이 취업까지
간단한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전화가 왔다. 좀 전에 면접을 본 회사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이 가능하냐고 묻기에 가능하다 하니 출근하라고 한다. 그렇게 출근한 회사를 10년을 다녔다. 처음에는 1톤 트럭으로 중장비 부품을 정비업소 배달하는 일로 시작했고, 가만히 있는 게 심심해서 이리저리 따라다니면서 옆에서 부품을 같이 들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회사의 임원 한 분이 자기 회사 정직원으로 일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첫해 둘째 해에만 여섯 번의 연봉 인상이 있었다. 회사의 매출은 매해 두 자릿수의 성장을 했고, 그때마다 내 연봉 역시 통상적인 인상률을 넘어 인상되었다. 근무하는 동안 연봉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다.
▲ 행운과 길조를 상징하는 돼지인형과 네잎클로버 |
ⓒ 픽사베이 |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팬더믹 시대,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내가 근무하는 곳은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기업의 사무실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고, 코로나로 인하여 바이오 회사들과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호황을 맞으며 직장을 다닐 때와 비슷한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코로나로 인하여 누구를 만나는 것이 쉽지도 않은 시기여서, 나는 자격증 시험에 집중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작년에 내 이름으로 된 사무소를 열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결실이라 생각했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내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장으로 환경이 변화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자격증을 따고 내 사무소만 열면 돈은 알아서 들어올 것'이라던 나의 희망은 급변한 상황에 산산이 부서졌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시장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 몇 개월 이어지던 중, 평소 알고 지낸 고객과 통화 중에 어떤 회사가 사무실을 찾고 있는데 조건에 맞는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서 다른 지역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회사에 내가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찾아 필요조건을 확인했는데, 그 회사가 필요한 면적의 사무실은 아쉽게도 없었다.
그래서 되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나눠서 사용해도 괜찮다면 필요한 면적이 있다'는 제안서를 보냈고, 결국 이들은 그 사무실을 계약하게 됐다. 올해 대운이 들어왔냐면서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내가 한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난 정말 크게 한 것이 없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내가 제안한 사무실의 조건은 절대 받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한번 논의는 해보자고 회의하던 중에 회사의 중요한 파트너사 대표가 방문했고, 내가 보낸 제안서를 논의하는 얘기를 듣고 자신들도 그렇게 사용한다고 있다고 얘기했단다, 이 얘기를 들은 결정권이 있는 임원이 그러면 우리도 해보자고 해서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안서를 만드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파트너사의 대표가 그 시간 그 자리에 지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지도 않았다. 다른 부동산 사무소들도 나와 같은 제안은 기본적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계약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었다.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노력하고 같은 능력이 있어도 운이 따라주는 사람이 성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날 내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 당시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시장 상황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는 훗날 내가 운영하던 곳에 다른 회사가 들어와 같은 사업을 했는데 대박이 났다고 한다. 주변이 그 사업에 맞는 생태계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불과 1년 사이에 말이다. 이건 노력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운의 문제였다.
직장 다닐 때도, 이직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심심해서 한 행동을 좋게 봐준 상무님이 계셨고, 당시 대단위 토목공사 현장이 많았기에 중장비 부품 수요가 많아져 회사는 성장할 수 있었고, 회사를 옮길 생각이 없을 때 나에게 좋은 제안을 해준 사촌 형님과 노는 거 좋아하는 내가 코로나로 인해 놀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자격증 시험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내가 공부하는 동안 묵묵히 나를 도와준 동료들도 있었다.
따져보면 이건 나의 노력이나 능력으로만 이룬 것이 아니다. 나에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나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건 전체의 일부이고, 운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나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젊어서 사업에 실패했을 때는 큰 노력은 했지만 불운했고, 그 후부터는 노력보다는 행운이 따라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애쓰는데도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이런 이들에게 언젠가 좋아질 테니 용기 잃지 말라고 나는 말할 수 없다. 왜? 그들에게 행운이 올지 안 올지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불공평함을 느낀다. 누구에게는 찾아가는 행운이, 누구에게는 가지 않는다. 기준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운, '복불복(福不福)'이다. 이 과정을 고민하다보니, '나에게 찾아온 행운이니 나만 좋으면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겼다. 내가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양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찌하면 좋을까?
▲ 최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나온 홍콩과기대 김현철 교수(화면갈무리) |
ⓒ 세바시 |
나는 이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부의 사회 환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부의 사회 환원이 이루어지려면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나의 성공에는 행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공에는 그 자신의 능력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아무도 오로지 자기 힘만으로 성공을 이룰 수는 없다.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내가 속한 사회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을 것이다. 로버트 프랭크는 자신에 저서에 '행운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불운도 잘 느끼지 못한다'라고 썼다.
내가 받은 행운을 다른 사람들도 받을 수 있도록 부의 사회 환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성공하는데 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경제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장려하는 실력주의 신화를 추구하는 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운을 받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회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분배를 위한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성공에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현재 많은 경제학자들이 연구를 통하여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존재하며, 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 이룬 부의 성공은 오롯이 자기 능력으로만 이룬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내가 받은 행운에는 책임도 함께 따라왔다는 것을 느낀다면, 세상은 조금은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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