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행정으로 발목"vs"모르는 소리"…학교 설립 놓고 서울시·교육청 정면 충돌
새로 짓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학교 설립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는 "저출산 등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하기 위해 주택 공급을 서둘러야 하는데 교육청이 늑장 행정 등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행정 업무를 모르는 비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맞섰다.
강동구 기부채납 부지 두고 갈등하는 서울시-市교육청
양 기관은 최근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내 기부채납 학교 용지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비상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서울시교육청 강동송파교육지원청과 학교 용지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한 건 2014년이다. 하지만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서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이곳 학교 신설안을 ‘부적정’으로 판단했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이 “무책임하게 시간을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둔촌주공 주민이 반발하자 서울시교육청이 뒤늦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025년 4월 교육부에 학교 설립안을 재상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 계획안에 구체적인 학교설립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생각은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년간 둔촌주공 기부채납 부지에 한산중 이전, 도시형 캠퍼스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서울시는 “학교용지는 투자심사를 통과못해 학교 증설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학교용지 폐지를 요청하여야 함에도 교육청은 아무런 조치없이, 심지어 신설이 아닌 인접학교를 이전하려는 시도를 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학교시설 폐지 후 재건축 조합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분양 수입을 없애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市교육청, 일을 안한다”…“몰라서 하는 소리” 반박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둔촌주공 인근인 강동구 고덕강일공공택지지구와 송파구 마천공공주택지구, 구로구 천왕지구가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곳엔 이미 1만7464세대가 입주해 있지만, 새 아파트 인근에 방치한 학교 용지가 6곳이나 된다.
서울시는 “(1세대 3인 거주 가정 시) 이미 5만명 이상이 입주한 동네인데도 서울시교육청이 현재까지 중앙투자심사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학교용지를 그대로 둔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며 “결국 용지 활용이 불투명해 주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고덕강일공공택지지구는 강솔초교강현캠퍼스(분교) 설립을 추진 중이고, 마천공공주택지구는 개발계획을 확정하지 않아 지켜보는 상황이다. 또 천왕지구는 고교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이 공사판 학교에 다닌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가 대표적이다. 개포주공1단지 주민은 지난해 11월 입주했지만 개현초가 공사 중이라 여기 거주하는 초등학생은 인근 개원초로 통학 중이다. 심지어 개원초도 공사가 안 끝나서 학생들이 공사장 소음·분진 속에서 수업 중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개원초교는 재건축 조합이 기부채납했는데, 조합이 직접 시공하다 보니 공사 일정이 지연해 개교 일정이 지연한 것”이라며 “개원초도 녹지 축을 조성한다는 서울시 정책에 서울시교육청이 협조하다가 공사가 늦어졌다”고 반박했다.
市 “일방적 학교 설치계획 변경 비일비재”
나아가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설립 계획을 마음대로 바꿔서 재건축 사업이 지장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대표적 사례로 은평구 응암2구역, 서초구 방배5구역 등 재건축 사업지를 거론했다. 실제로 응암2구역은 2017년 7월 착공했지만, 이로부터 2개월 후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용지 폐지를 일방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또 방배5구역도 2022년 7월 착공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에 서울시에 학교용지 폐지를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설립용지는 최소 1만~1만2000㎡가 필요한데, 은평2구역은 부지(5700㎡)가 너무 작았다”며 “도시개발계획에서 서울시교육청에 의견 제출을 한 적은 있지만, 애초 서울시가 부적절한 장소를 학교시설로 잡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이 ‘늑장행정’으로 절차를 지연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장소가 동대문구 이문4구역과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용산구 한남3구역 등이다. 이런 단지는 관리처분인가가 완료됐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이 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는 관리처분인가 시점에서 투자심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도 재개발·재건축이 무너진 사례는 부지기수”라며 “(관리처분인가 이후인) 분양공고 시점에 투자심사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1315개 학교 가운데 상당수는 인근 단지 입주 시점에 맞춰 제때 개교했다”며 “서울시는 이중 극히 일부 단지만 거론하면서 행정 절차를 폄훼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서울시민 분담금이 상승하고 민원도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인구통계를 보면 학생 수요가 단시일에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서울시교육청이 보다 빠르게 의사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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