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박주호 폭로' 법적 대응 예고…"다 동의한 내용, 홍명보 가장 많은 지지 받아" [전문]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의 폭로 영상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하루 만에 반박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공식 홈페이지 '그건 이렇습니다' 게시판을 통해 '박주호 위원의 영상 발언에 대한 유감의 글'이란 제목으로 박주호의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관련 폭로 영상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주호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 박주호는 이 영상을 찍기 직전까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주호는 지난 2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체제에서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지난 5개월간 활동한 '내부자'다.
박주호는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5개월 중 제시 마치 감독과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는 사실상 전력강화위원회가 유명무실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3월 임시 감독 체제부터 계속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행해진 '투표'를 언급했다. 박주호는 3월 임시 감독 선임 당시, "이해하지 못했다. 투표하는 게 아니다. 감독을 어떻게 투표로 정하나. 투표를 하긴 했다. 그래서 됐다. 이해가 안 갔다. 난 이유를 적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호는 "또다시 투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왜 이 후보를 추천했는지 설명해야 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투표하자는 거다"라고 했다.
이어 "난 투표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정 위원장이 사퇴했다. 사퇴 이후로는 난 전혀 모른다. 나가신 분들도 있고 소통이 전혀 안됐다. 이유는 모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마치 감독 이후로는 (전강위가) 없어졌어야 했다고 본다."라고 했다.
박주호는 "국내 감독을 원하는 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국내 감독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어떤 장단점이 있고 어떻게 도와줘야 하고 확인해 모셔 오도록 하자고 했다. 그건 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속으로 위원장한테 전화하는 위원들이 있다고 들었다. 정보도 계속 흘러 나간다. 위원회 안에 있는데도 나도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주호는 "몇몇 분들이 국내 감독이 되어야 한다더라. 어떻게 보면 (국내 감독 선임 위한)빌드업이었다. 회의 시작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이어갔다"라며 "'국내 감독이 이제 해야 하지 않아?'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왜 어떤 장점이 있는가'라고 물어봤다. 외국 감독한테는 다 따지면서 국내 감독한테는 아예 없다. 그냥 다 좋다였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 감독을 내가 반대하는 게 아니다. 게임 플랜을 계속 얘기하는데 게임 플랜과 우리 방향성이 맞는 감독이어야 (대한축구)협회도 말할 수 있다. 협회가 그러면 '기술철학'을 발표해선 안 됐다"라며 "계속 홍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홍 감독이 고사를 했다는 데도 후보군에 계속 있었다. 김도훈 감독도, 안 한다는 사람도, 300억원이 필요한 (포르투갈 출신 후벵)아모림도 12인에 들어갔다"며 마치 감독과의 협상이 깨진 뒤 다시 추린 12인 안에서 제대로 된 후보가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박주호는 "홍 감독이 고사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위원들이)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투표했다"며 "그래서 어느 정도 홍 감독이 높은 순위에 있었다. 지금도 비슷해 보인다"라고 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 시간 분량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자 축구 팬들은 또다시 분노를 표출했다. 영상 업로드가 하루도 되지 않아 이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158만 회를 기록했다. 과거 자녀들과 함께 나왔던 영상들을 제외하고 축구와 관련된 내용들로 하루도 되지 않아 본인 채널 인기 동영상 10위 안에 올랐다.
댓글에서 축구 팬들은 "감독 뽑는 걸 전력강화위원이 모른다고 ㅋㅋㅋ 협회 진짜 개판이네", "박주호 위원을 보호해야 합니다. 어디서든 오는 돌을 저희가 막아줘야 합니다. 진심입니다. 여러분" 등 내부 고발을 한 박주호를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해당 영상이 나온 뒤, 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 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주호 위원은 지난 8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한 축구 해설위원과 함께 출연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치우친 자기 시각에서 본 이러한 언행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자체는 물론 자신을 제외한 많은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지난 5개월간 함께 일해온 나머지 전력강화위원들에게도 사과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가 해명한 주요 포인트는 3가지다. ▲박주호 위원이 홍명보 감독 선임을 몰랐다? 절차가 아니다? ▲전력강화위원이 감독 선임 관련 언론 대상 공지가 나올 때까지 감독을 몰랐다는 것이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정해성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 표명을 할 당시 상황이다.
'홍 감독 선임에 대해 몰랐다, 절차가 아니다'라는 박주호의 주장에 대해, 협회는 "박 위원은 영상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언론 공지 문자 사실을 접한 뒤 깜짝 놀랍니다. '이게 정확한 절차, 원래 이렇게 뭔가 회의 내용에서의 이 절차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이제까지 5개월 동안에 이게 전 너무 허무해요'라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박주호, 충격 폭로, 홍명보 감독 선임 몰랐다' 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주호 위원이 한국 축구를 위해 뽑고 싶었던 감독상과 다를 수는 있으나, 이것을 절차상 잘못되었다고 경솔하게 언급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왜냐하면 정해성 위원장이 주관하고, 박주호 위원이 참석한 최종 회의였던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들여다보면 이날 위원회는 5명의 후보(홍명보 감독 포함)를 가려냈고, 이 자리에서 위원들은 ‘5명의 후보까지 위원회가 추천할 테니, 다음 과정은 이 후보들로 위원장이 진행하도록 정 위원장에게 위임’한 바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당시에도 위원 각각이 선호하는 감독 후보자는 다를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위원회의 시스템은 토론 속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고 그렇게 가려졌던 후보들"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또 "박주호 위원은 후보자 검토 과정에서 여러 후보를 추천하고, 장단점에 대해 분석하며 노력해 왔기에, 이렇게 위원회가 합의점을 찾았다 해도 다른 위원들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공고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주관상 홍명보 감독이 될 거라고 결코 예상하지 않았다 하더라고 감독 선임 직후 그 절차 자체를 그렇게 부인하는 발언을 자기 검토 없이 SNS플랫폼에 그대로 업로드하는 것은, 대중과 언론의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홍명보 감독은 정해성 위원장 주관하에 박주호 위원 등 10명의 위원이 활동하던 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당시 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이라고 지적했다.
'전력강화위원이 감독선임 관련 언론 공지가 나올 때까지 감독을 몰랐다는 것이 절차의 문제가 있는가'에 대해 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후보자들을 추천하는 곳이며, 이번 감독선임은 전력강화위가 추천한 최종 후보자들을 검토하여 진행되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전력강화위원회가 추천한 최종후보자들을 이임생 기술이사가 검토하고 직접 판단해 감독 선임을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마지막으로 '정해성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선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위원장이 2명의 외국인 지도자의 해외 면담 일정을 잡고 있는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협회에서는 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도 검토하였으나, 일단 협회 기술총괄인 이임생 이사가 남은 과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남은 5명의 위원들에게 물어서 동의를 받았습니다"고 했다.
또한 "최종 후보는 기술총괄 이사가 정하는 것도 박주호 위원을 비롯한 5명의 위원들과 각각 얘기한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박주호 위원은 후보자를 압축하는 과정에도 동참했고, ‘이후의 과정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최종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달받고 동의를 했던 위원인데, ‘이건 아니다. 절차가 안 맞는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할 뿐"이라며 "위원으로서 자신이 지지한 바와 다른 결과에 대해 놀라고 낙심할 수는 있으나 결과가 내 예상이나 의도와 다르다고 해서 '절차가 아니다'라는 것은 위원으로서 바른 언행이 아닐 것입니다"라고 다시 한번 유감을 표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박주호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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