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이 되어버린 아내, 원인은 '외로움'이었다

이준목 2024. 7. 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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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이준목 기자]

자신의 감정을 화로만 분출하다가 폭군이 되어버린 아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서툴고 무심한 남편, 그리고 그런 부모의 영향을 받아 감정표출에 서툴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게 된 아이들까지, 소통과 공감의 부재로 벼랑 끝에 몰린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7월 8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멈춰버린 우리의 시간, 태엽부부'편이 그려졌다.

윤종현-임소영 부부는 대구에서 거주중인 결혼 7년차 40대 부부였다. 장모님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부부는 운명처럼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끌렸다고, 당시 아내는 남편의 힘들고 어두운 내면을 단번에 알아봤다며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내가 잡아줘야겠다"고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부부는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남편은 "아내가 욱하는 성격이 심하다. 내가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자식을 낳고나니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이 가는 게 보이더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아내는 "아이가 아니라 우리 부부의 문제"라며 반박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남편은 17년창 베테랑 로프공으로 외벌이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전업주부인데도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아내의 진짜 문제는 일상적으로 표출하는 '분노'였다. 남편은 아내가 집안의 '폭군'이라고 폭로했다. 아내는 남편과 자녀들에게 항상 군대식을 연상시키는 강압적인 명령조의 말투를 사용했고, 사소한 질문이나 대화에도 갑자기 화를 내기 일쑤였다.

심지어 결혼전 동거하던 시절에는 말다툼을 하다가 아내가 화를 참지못해 누워있던 남편의 머리를 밟는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르기도 했다. 아내는 어린 자녀들의 밥먹는 순서까지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고압적인 말투로 일관했다.

남편은 "아내가 감정조절이 안 된다. 욱하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데 빈도수도 많다"고 설명했다. 남편과 자녀들은 시한폭탄같은 아내의 화가 언제 터질지 몰라 눈치를 봐야했다.

저녁에 부부는 가정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말싸움으로 번졌다. 남편은 아내에게 경제권을 넘긴 지난 2년간 돈을 모은 것이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가계 지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아내는 시종일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대화의 전체적인 주제나 흐름보다, 남편이 사용하는 '산후조리원' '돈을 썼다.' '병간호'등 몇몇 부적절한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계속 말꼬리를 잡으며 언성을 높였다. 급기야 아내는 남편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자리를 피해버렸다.

남편은 "너무 답답하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 아내는 주제와 상관없는 단어에만 꽂힌다. 대화만 하면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고 호소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아내가 '방어적 대화법'을 쓴다고 진단했다. 아내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정곡이 찔렸을 때 미안하다는 사과대신 공격적인 말이 먼저 나간다는 것. 남편의 단어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것도 자신의 잘못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폭력적이고 거친 행동에 대하여 아내는 "제가 하는 행동을 너무 잘아서 힘들다"며 스스로도 감정조절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아내의 폭력적인 언행이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아이들은 엄마의 거친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가 하면, 누워있는 아빠의 뺨을 때리고 도망가는 충격적인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휴대폰을 너무 가까이서 보지말라는 아빠의 사소한 지적에도 아이는 거부하며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르며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다. 급기야 엄마를 불러와 아빠를 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모두 또래들보다 늦은 상태였다. 아이들은 사람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간단한 단어조차 발음을 정확하게 내뱉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남편이 사연을 신청하게 된 진짜 이유도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내 역시 아이들이 자신의 언행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으며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럼에도 "남편과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며 여전히 부부 갈등 해결이 더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오은영은 어느 때보다 단호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지금 문제가 있다. 그리고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굉장히 많은 문제가 더 생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은영은 "부부가 갈등이 있어도 부모이기에 아이들을 위하여 의논해야 한다. 부부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실거냐?"고 아내에게 반문했다.

하지만 아내는 오은영의 조언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자꾸만 불편하고 억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오은영은 "아이들에게 소리지면서 말하면 안되지 않나.조금이라도 이런 문제가 있다면 고치셔야 한다"고 단언했다.

아내는 대체 왜 이렇게 화가 많은 성격이 되었을까. 아내는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속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성인이 되어 만난 전 연인들에게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늘 사랑과 칭찬에 목말랐던 아내가 남편을 선택한 이유도 따뜻한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자신이 겪는 곤란을 다른 사람들의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있고, 부인, 투사, 합리화의 방어기제를 지나치게 구사하는 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아내는 남들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욕구가 강하고, 정서적으로 매우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자기애가 높은 성향이었다. 오은영은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 공감받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아내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윽박을 지르는 모습이 똑같다면서, 변화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겉보기에 다정하고 온순해보이던 남편에게도 치명적인 숨은 문제가 있었다. 촬영기간중 친정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아내는 남편이 동행해주기를 원했지만, 남편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극구 거부했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 앞에서 장인을 '네 아빠'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돌아가시면 찾아뵈도 된다" "굳이 찾아가서 체면치레할 필요 없다"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충격을 받은 아내는 답답함에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남편은 오히려 그런 아내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도 좀 살자"라고 답답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아내는 "서운하다고 솔직히 이야기를 한 거잖아. 그냥 듣고 안아주면 안돼?"라고 토로했다. 비로소 아내가 남편에게 진정으로 원하던 본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표현이었다.

사실 아내가 원하던 것은 남편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었다.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남편은 가족에게 늘 무관심했고, 심지어 출산때도 아내를 방치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아내의 친정 아버지는 촬영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부부는 상중에도 트러블이 있었다고 한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남편이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집에 가겠다고 했다는 것. 아내는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남편은 아내가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배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오은영은 "남편이 진짜 잘못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오은영은 가족의 외식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는 것과 비교하며, 장인어른의 장례식을 떠난 남편의 행동이 "중요한 자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아내로서는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의 태도가 철옹성을 만난 듯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남편의 특이한 논리와 사고방식에 주목했다. 남편 역시 "제가 생각한 도리가 일반 사람들과 다른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에 오은영은 "마음에는 도리, 진심, 가식, 체면치레, 배려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 그런데 남편은 착하긴 하지만 마음에 대한 기본 개념이 전혀 없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한편 남편에게도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 알고보니 남편은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한 사생아로 태어나 친부모로부터 모두 버림받고 이부형제들의 구박을 받으며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던 것.

친부와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남편 입장에서는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남편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 안되더라. 살가운 사람이 되고싶지만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달랐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실제 심리검사에서도 남편은 타인의 감정에 둔감하고 무관심한 성향으로 나타났다.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아내에 대하여 "아내는 억울함, 불안한, 외로움 등 핵심적인 감정이 건드려질 때 유일한 표출 방식은 화를 내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깨닫고 표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지며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인상담을 받을 것을 조언했다.

남편에게도 역시 개인상담을 제안했다. 남편이 가족을 대하는 무심한 태도는 과거 어린 시절의 영향과 큰 연관이 있었다. 오은영은 남편은 지금의 가족이 생기면서 삶의 동기와 목표가 생긴 것이라며,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직면하고 이겨내는 것이 과제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오은영은 두 사람 모두에게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부부는 서로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부는 서로 공감을 원하면서도 나한테만 맞춰주기를 요구하고 상대에 대한 공감은 싹 빠져있다. 각각 동서와 남북으로 달리며 접점이 없는 기차같다"고 지적하며 재차 변화를 당부했다.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부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대기실로 돌아갔다. 남편은 "많이 서운했을 것 같다. 미안하다. 앞으로 다 잘하겠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노력할게"라고 약속하며 아내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은 '태엽부부의 앞날을 응원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부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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