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새 정강 ‘2024 MAGA’…"동맹은 공동 방위에 투자해야"
미국 공화당이 11월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당 노선을 집약한 새 정강을 8일(현지시간) 채택했다. 국경 봉쇄 등 강경한 이민 정책, 수입품 보편 관세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대부분 반영돼 사실상 ‘트럼프 사당(私黨)화’가 완성됐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새 정강엔 “동맹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한다”고 명시해 트럼프 재집권시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정강에 명시됐던 한국·한반도 관련 언급은 이번엔 빠졌다.
이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산하 정강정책위가 채택한 새 정강의 제목은 ‘2024 공화당 정강-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ㆍMAGA)’다. 트럼프 진영의 슬로건인 마가(MAGA)를 정강의 타이틀로 사용했다.
16쪽 분량의 정강 서문 제목은 ‘미국 우선-상식으로의 복귀’였다. 서문은 11월 대선과 상ㆍ하원 선거 승리시 추진할 대내외 정책으로 ▶국경 봉쇄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인플레이션 종식 ▶지배적 에너지 생산국으로의 전환 ▶근로자 대폭 감세 ▶미 전역 ‘아이언 돔’ 방어막 구축 ▶군 현대화 ▶전기차 의무화 취소 ▶친하마스 급진주의자 추방 ▶당일 투표 및 투표용지를 비롯한 선거제 개혁 등 20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외교정책 ‘힘을 통한 평화’ 천명
이어 공화당은 분야별 세부 과제를 10개의 장(챕터)으로 나눠 제시했다. 공화당은 외교 정책을 담은 제10장 ‘힘을 통한 평화로의 복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나약한 외교 정책은 미국의 안전을 떨어뜨리고 전 세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가장 핵심적인 미국 국익에 중점을 둔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맹국들이 공동 방위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유럽에 평화를 복구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재집권시 동맹국에 국방비 지출 인상을 압박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화당은 이와 함께 “이스라엘 편에 서서 중동의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동맹국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건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공화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채택한 66쪽 분량의 옛 정강에서는 ‘Korea’가 총 6번 언급(북한 포함)됐었다. “미국은 한국ㆍ일본ㆍ호주ㆍ필리핀ㆍ태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태평양 국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계속 요구할 것” 등 한반도 정책을 비중 있게 제시했다.
반면 새 정강에선 한국, 한반도에 대한 언급이 빠진 채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강하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국가들을 지지하고, 다른 국가들과 평화와 무역을 통해 번영할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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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보편 관세 등 곳곳에 ‘트럼프표 공약’
경제 정책으로는 “‘트럼프 감세’ 법 조항을 영구화할 것이며 식당 팁 세금을 없앨 것”이라고 했다. 무역ㆍ통상 정책과 관련해선 “외국산 제품에 대한 보편 관세를 지지하고 공급망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간 ‘관세 신봉자’임을 자처하며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추가로 도입하고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60%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공화당은 또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취소하고 필수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며, 중국 자동차 수입을 막아 미국 자동차 산업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정강 초안의 작성ㆍ편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거 캠프가 깊이 개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당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재임 시기 백악관에서 연설문 작성 보좌 업무를 했던 빈센트 헤일리가 정강의 대부분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번 정강엔 트럼프의 공약, 유세 발언 등이 곳곳에 반영됐다. 공화당은 정강 서문에서 “트럼프 말을 빌리자면 ‘국경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상식이 우리에게 분명히 말해준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한 국경 장벽을 완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와 공화당은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미국을 활보하도록 만든 민주당의 파괴적 국경 개방 정책을 되돌릴 것”이라며 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각종 유세 때 석유ㆍ가스 시추를 늘려 다시 에너지 지배국이 되겠다며 써온 구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그대로 옮겨 “드릴 베이비 드릴을 하면 우리는 에너지 독립국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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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조항 축소…“트럼프가 공화당 접수”
낙태권 관련 조항은 이번 정강에서 대폭 축소됐다. 기존 정강에서는 “태아에게는 침해할 수 없는 기본적 생명권이 있다”며 ▶연방 의회 차원의 ‘20주 이후 낙태 금지법’ 제정 촉구 ▶낙태 수행ㆍ조장에 공공자금 사용 반대 ▶선택적 낙태를 통해 얻은 태아 조직의 연구 목적 취득ㆍ양도ㆍ판매 범죄화 ▶낙태 생존자 보호법 지지 ▶배아 줄기세포 연구 반대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새 정강에는 ‘연방 차원의 20주 이후 낙태 금지 촉구’ 등 대목이 빠지고 “누구도 생명이나 자유가 부정돼선 안 된다. 우리는 임신 말기 낙태에 반대하며 산모와 산전 관리, 피임 및 불임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는 정도만 포함됐다. 낙태 문제에 강경했던 공화당 기존 노선이 여성 유권자층 외연 확대에 불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화당 강령은 2016년 강령보다 훨씬 더 민족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이며 트럼프가 공화당 노선을 확실하게 접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화당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대선 승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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