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한테 들켜 구독취소 좀"…월급 기부하게 된 대기업 직원 '읍소'

LG전자 재직중인 최정현 선임
"구독 취소해달라" 읍소…왜?
본인 월급 '800만 원' 기부 예정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 자신이 호기롭게 내 건 공약 때문에 한 달 월급 이상을 기부하게 됐다. 이 직장인은 "제발 구독을 취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MZ전자'를 운영하고 있는 최정현 선임. [사진=유튜브 MZ전자 갈무리]

9일 유튜브 채널 'MZ전자'에는 '쾌락 없는 책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채널은 최정현 선임이 운영하는 LG전자 비공식 유튜브 채널이다. 영상을 보면, 최 선임이 LG전자 한국 영업본부가 위치한 LG 서울역 빌딩과 서울역 사이 보도에 다크서클 가득한 얼굴로 앉아있다. 그는 "아내에게 걸렸다. 구독 취소 좀 해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앞서 최 선임은 지난 4일 '구독자 1명당 1000원씩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그는 LG 트윈빌딩에 생긴 기부 키오스크를 소개하며 "제 월급으로 '내 돈 내 기부' 해 보겠다. 구독자 1명당 1000원씩, 제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할 예정이다"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이어 "설마 구독을 누르겠냐"며 "아내와 상의하지 않은 내용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최 선임의 공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44만 구독자를 보유한 테크 유튜브 채널 '뻘짓연구소'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LG전자에서 쇼츠용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는데, 구독자 1명당 1000원씩 본인 월급으로 기부를 한다고 한다"며 "1만명 구독해서 한번 넉넉하게 월급 삭제시켜 보자"고 말했다.

38명→8000명 구독자 급등…"MZ한 기부 홍보"

유튜브 채널 'MZ전자'를 운영하고 있는 최정현 선임이 LG 사옥 내부에 설치된 기부 키오스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MZ전자 갈무리]

이같은 현상은 해당 채널 구독자 수 급증으로 이어졌다. 구독자가 38명에 불과했던 'MZ전자' 유튜브는 불과 5일이 채 지나지 않아 8000명을 넘어섰다. 공약을 이행할 경우 800만원 이상을 기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최 선임은 서울역 앞에 주저앉아 구독을 취소해달라는 영상을 올리는 한편, "솔직히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함부로 관심을 끌면 안 된다는 것을, 인생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 챌린지는 영상 게시 1주일까지인 10일 오후 11시 59분에 마감하겠다"라며 "제 월급에서 너무 멀어지면 아무래도 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른 시일 내로 일반 회사 내 임원들로부터 화력 지원을 요청하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최 선임은 충주시 '홍보맨'으로 잘 알려진 김선태 주무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기부 공약은 단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다"라며 "회사에서 김 주무관님처럼 즐거운 직장 문화를 알려보자고 해서 개인 계정을 새로 파서 시작했다. 주작(조작을 뜻하는 은어)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좋은 취지의 기부 운동이다", "구독을 눌러서 월급 삭제시키고 싶다", "제 구독이 기부까지 이어진다니, 뿌듯하다", "소문 듣고 기부하러 왔다. 구독 누르고 간다", "MZ한 기부 영상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