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 전국 1만4800여명…평균 78.1세, 여성 더 많다
전국의 폐지 줍는 노인이 1만4800여명이란 첫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약 78세였고,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10명 중 3명 가까이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일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의 전국 229개 시군구 폐지수집 노인 전수조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올 2~5월 전국 단위로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복지 욕구, 보건·복지 서비스 연계 상황을 처음 조사한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폐지수집 노인 지원대책의 일환이다. 이에 따르면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1만483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노인 인구의 약 0.1% 수준이다. 활동 인원은 서울(2530명)-경기(2511명)-경남(1540명) 순으로 많았다.
폐지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8.1세로 나왔다. 연령대 별로는 80~84세 비중이 28.2%로 가장 높았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이 55.3%로 남성보다 많았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76만6000원, 평균 재산은 1억2000만원(부채 제외)이었다. 소득 구간은 50만~60만원(23.9%), 재산 구간은 2500만원 미만(25.2%)이 가장 많았다. 전국 고물상 7335곳 중 폐지수집 노인이 거래하는 고물상은 3221곳(44%)이었다. 고물상당 활동 인원은 평균 4.6명으로 나왔다.
폐지를 줍는 노인(65세 이상) 중에서 기초연금을 받는 비율은 89.7%로 전국 평균 수급률(67.4%)을 크게 웃돌았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도 28.4%에 달했다. 이는 60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률(9.1%)의 3배를 넘는 수치다. 그만큼 주머니가 팍팍한 저소득층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조사를 통해 보건·복지 서비스를 받게 된 노인도 적지 않았다. 복지부는 947명에게 해당 서비스를 새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초수급자로 신규 선정된 이가 157명, 기초연금을 받게 된 건 126명이었다.
대전 동구에 사는 독거노인 명모(82)씨는 최근까지 기초연금과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마저도 건강이 나빠지면서 정기적으로 일하기 어려워졌고, 가끔 이웃들이 전달한 폐지를 팔면서 생활해야 했다.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도 수리비 때문에 고치지 못해 추운 겨울을 힘겹게 버텼다. 하지만 지난 3월 이웃 주민의 도움 요청을 받은 행정복지센터가 명씨와 상담 후 기초수급자 신청·선정을 지원하면서 생활비 압박을 덜게 됐다.
한편 폐지수집 노인 중 4787명(32.2%)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공익활동(71.7%)-민간형(25.6%)-사회서비스형(2.7%) 순이었다. 특히 폐지수집 활동을 제도권 내에서 지원하는 민간형 노인 일자리인 '자원 재활용 사업단' 참여자(1141명)가 받는 평균 급여는 월 37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실태조사에서 나온 폐지수집 활동 평균 수입(월 15만9000원)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자원 재활용 사업단 참여자는 약 20만원의 보조금에다 개인 폐지수집 수입을 급여로 받는 식이다. 상해보험과 안전용품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 전수조사가 이뤄진 배경엔 조사 주체인 행정복지센터 직원뿐 아니라 통장·이장, 지역 부녀회 등의 발품이 있었다. 이웃 중에 폐지를 줍는 노인이 있으면 센터에 알려주거나, 동네 주민이 안내 플래카드를 보고 직접 신고하기도 했다. 박문수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이번에 정리된 명단을 바탕으로 폐지수집 노인 현황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사각지대 발굴 사업 시 폐지수집 노인도 조사하는 거로 해서 위기 가구 챙길 때 함께 관리·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폐지수집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보건·복지서비스를 지속해서 연계하겠다. 또한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를 통해 보다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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