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당신에게 바치는 글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⑭]
요즘 우리 사회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혼과 연애는 선택의 영역이 되었고 심지어 다소 꺼려지는 선택지가 된 것 같다. 근 10년 전만 하더라도 연애와 결혼은 모두가 지나가야 하는 필수코스였던 것 같은데, 세상이 바뀌었다. 과거 모두가 같은 경험을 겪어야만 ‘정상’ 취급을 받던 시절에서 벗어난 점은 다행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독을 선택하는 것은 염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고독’과 동시에 화두에 오르는 것이 ‘고독사’, ‘혐오가 만연한 사회’ 같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심리상담센터에 내원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우울감의 뿌리가 외로움인 경우가 많다. 친밀하게 기댈 만한 대상이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 약간 공허한 상태로 오랜 시간 지내다가 우울해지는 것이다. 또한 분노를 호소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해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 이해는 어렵고 거부감만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외로움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례를 통해 고민해보겠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예전보다 우울하고 예민해졌어요. 해결이 필요해요.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는 30대 남성 A씨는 요즘 들어 부쩍 무기력해졌다. 취미로 하던 일에도 큰 의욕이 올라오지 않고 자꾸 누워만 있게 된다. 혼자 있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너무 심심하고 잡생각만 많아질 때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돌아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편인데, 여러 글과 영상을 보고 있자면 ‘무개념’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내가 혹시 저런 사람이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검열해보며, 좀 더 조심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 중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딱히 물어본 적은 없고,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그냥 적당히 피하는 게 나은 것 같다. 학창시절 친했던 친구들은 그나마 거슬리는 부분이 적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편하지 만은 않다. 젊었을 때는 이렇게 하나하나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회에서 데인 부분이 많기 때문일까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딱히 누굴 만나도 예전처럼 즐겁지만은 않고 피곤하기만 하니 점점 만남의 빈도가 줄어든다. 역시 혼자가 가장 안전하고 편한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우울하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A의 마음상태를 알아보고 불편감의 원인을 찾고자 종합정서검사를 실시했다. 심리 검사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기질적으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지는 않는 편. 다만 현재는 정서처리능력이 저하되어 있음.
검사 결과, A씨는 기질적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타인의 기분이나 성향에도 큰 관심이 없다. 매우 독립적인 성향의 소유자인 것이다. 다만 A씨는 쉽게 걱정하는 성향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주변 타인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욕을 먹거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미리 걱정하는 면은 있는 것으로 고려된다.
아울러 A씨는 여러 걱정들이 실현되지 않게끔 자신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통제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유지해온 듯하다. 인간관계에서 경험했던 여러 스트레스 상황을 기반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구축해온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대처는 A씨가 실제로 문제를 거의 겪지 않게끔 도왔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공허감이나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불쾌감 자체를 해소하는 경험은 많지 않았던 듯하다. ‘스트레스를 미리 피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직면했들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매우 부족한 것이다.
검사자 제안: 만남을 미리 피하는 것보다는,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는 것이 오히려 상처 예방에 도움 될 수 있어
우선 A씨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일정 시간을 보낼 용기이다. 인간은 어쨌든 사회적 동물이고, 현대 사회에서는 완전히 고립되어서는 살아갈 수 없다. 때문에 상처를 더러 받을지라도,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사람으로 인한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잘 파악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무조건 포용하고 모든 행동을 허락하라는 의미의 이해가 아니다. 다만 상대방이 왜 그랬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관대해지면서 편안해질 수 있다. 그 성향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에 미리 대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대함은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나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하거나 말했는지 이해하게 되면, 즉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면, 자기검열로 인해 상승하는 예민함도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사람을 만날 용기가 생길 수도 있다. 혐오감과 경계심보다는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 익숙해질 때 사람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고, 마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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