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론은 해당 행위" 민주당에 공개 서한…부인도 유세전 돌입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퇴 요구는 해당 행위”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이 전달된 뒤 질 바이든 여사는 선거 유세에 “남편은 선거에 ‘올인(all-in)’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연설했다. 백악관은 9일 시작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를 대통령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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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압박 중단" 요청한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쪽 분량의 서한에서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끝까지 선거를 치러 트럼프를 이기겠다는 것이 나의 굳은 각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직 유권자만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며 “당(절차)을 무시할 경우 어떻게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8월 전당대회의 지명 절차가 남아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예비경선을 통해 11월 대선에 나설 당의 공식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그의 말대로 대선을 119일 남겨 놓은 현재 후보를 교체할 경우 바이든을 뽑았던 ‘당심’이 무효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을 해당 행위이자 경선 결과를 무시하는 반(反)민주주의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MS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선 불출마를 압박하는 인사들을 향해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나를 상대로 뛰어보라. 전당대회에 내게 도전하라”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남편 대신?…하루에 3개주 강행군
바이든 대통령이 서한과 전화 인터뷰로 입장을 표명한 뒤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는 남편 대신 유세 단상에 올랐다.
이날 하루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조지아 등 3개 주를 방문한 바이든 여사는 유세에서 “조(바이든)는 4년 더 여러분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이것(대선 완주)은 그(바이든)가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남편은 군 통수권자로서 매일 아침 여러분들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며 공격했다.
바이든 여사는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조언자이자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다. 특히 지난달 27일 TV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강한 사퇴 압박이 나온 이후 대선 완주를 결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바이든 여사는 이날 ‘사임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의 메시지가 나온 이날은 독립기념일(4일) 휴회를 마친 상·하원이 재가동되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민주당 하원의원 6명이 바이든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민주당 하원은 9일 의원총회를 통해, 상원은 같은 날 오찬 회의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나토 '반전 카드' 삼으려는 백악관
백악관은 9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진행되는 나토 정상회의를 바이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기류다. 바이든은 정상 영접을 비롯해 나토 75주년 기념 연설, 정상회의와 만찬, 단독 기자회견 등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특히 11일 기자회견은 TV토론 참패 후 처음으로 프롬프터 없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나토는 동맹 외교를 강조해온 바이든의 핵심 우군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에게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을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정치적 입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그러한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사전 대화에선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함께 할 가능성 등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 비회원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언급하며 “그들이 미국의 리더십과 중요성을 믿지 않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의식?…"바이든 양자회담 아직 2명뿐"
그러나 지금까지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양자 정상회담 일정을 묻는 질문엔 “추가 일정이 있겠지만, 지금 현재 말할 수 있는 일정은 영국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뿐”이라고 답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는 이번 회의가 사실상 당선 후 첫 일정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의 당사자다.
한국 대통령실도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포함한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확답하지 않고 있다. 일본 매체에선 미국을 제외한 한·일 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대선 레이스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바이든)는 자존심이 강하고 그만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게 그가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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