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홍명보호, '최악수' 선택한 축구협회

이준목 2024. 7.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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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카드, 시작도 전에 각종 논란 휩싸여

[이준목 기자]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KFA)가 5개월만에 돌고돌아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새로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협회 측은 그간의 감독 선임 과정을 해명하면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협회의 무능함과 비상식적인 행태에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여기에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내부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후폭풍은 점점 커지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AFC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성적부진과 근무태만으로 논란에 휩싸인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을 경질하고 차기 사령탑 후보 선임에 나섰다. 무려 5개월의 시간이 걸린 끝에 협회는 지난 7월 7일 홍명보 울산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다.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끈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8일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게 된 세부 과정을 밝혔다.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는 6차까지 논의를 거쳐 1순위와 2순위에서 외국인 감독을 결정해 협상을 해왔다. 결과적으로 이 두 분과 협상은 무산됐다. 첫 번째 감독은 국내 체류와 비용이 문제였다. 두 번째 감독은 다른 대표팀을 맡고 있어서 소속 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3명의 후보가 있었다. 국내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 유일한 후보였고, 다른 두 명과는 유럽으로 넘어가 협상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3명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분이 홍명보 감독이다. 제가 홍 감독을 몇 차례 만나 감독직을 수락해줄 것을 부탁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빼앗기게 된 울산 구단과 축구팬들에게는 사과를 전했다. 그는 "K리그, 울산 팬들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구단에서 홍명보 감독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했기에 감사하고, 죄송하다. 울산 팬들에게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10년 만에 돌아온 홍명보호 2기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감독. 지난 2023년 11월 프로축구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이 울산시 동구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은 이미 지난 2월부터 꾸준히 대표팀 감독 유력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아 조별리그 탈락과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크게 실패한 전적이 있는 데다, 울산을 맡고 있는 현직 K리그 감독이었기에 축구팬들의 반대가 심하여 2월 선임은 무산됐다.

이후 협회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외국인 감독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식 감독을 찾기 위하여 두 번이나 임시 감독 체제라는 파행을 감수했고, 그 여파로 올림픽대표팀은 40년 만의 올림픽본선진출 실패라는 대참사를 맞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돌고돌아 결국 홍명보 감독 선임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한국축구에게 지난 5개월간의 희생과 시행착오가 결국 무의미한 헛고생이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홍명보 감독의 말바꾸기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불과 감독 선임 발표 이틀 전만에도 홍명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하여 "울산 팬들이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 "이임생 이사와 만날 이유가 없다"고 호언장담하며 오히려 축구협회의 행보를 비판하는 등, 대표팀 감독직과 분명히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팬들도 그런 홍명보 감독의 약속을 신뢰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사이에 입장이 180도 뒤바뀌었다.

현재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발표가 나오고 이틀이 되도록 침묵으로 일관하며 본인의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 연이어 뒤통수를 맞게 된 K리그 팬들은 강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 울산의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처용전사 측은 "축구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 오늘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며,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HD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고 쓴 소리를 남겼다.

10년 만에 돌아온 홍명보호 2기는 결국 시작도 하기 전에 온갖 논란과 의혹에 휩싸이며,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카드가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새로운 감독의 리더십과 권위가 발휘될 수 있을까. 거듭되는 악수로 축구팬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축구협회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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