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그만, 파리의 기적 시작… 핸드볼 강경민의 다짐
더 이상의 '우생순'은 없다. 여자 핸드볼 간판 강경민(28·SK 슈가글라이더즈)이 '파리의 기적'을 다짐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파리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출전권을 따냈다. 대표팀은 우리 선수단의 선봉에 나선다. 개회식 하루 전날인 26일(한국시간) 양궁 대표팀과 함께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 센터백 강경민은 "처음엔 관심이 부담스러웠지만, 좋은 기회다. '여자 핸드볼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데 '달라졌다, 좋아졌다'는 평가로 바꿔놓고 싶다"고 했다.
경기장 맨 앞 중앙에 서는 센터백은 경기의 흐름을 읽으면서 패스와 돌파를 시도하며 공격에 가담한다. 축구의 공격형 미드필더, 농구의 가드와 비슷하다. 강경민은 1m65㎝ 단신이지만 시야가 넓고 득점력도 뛰어나다.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선 세 차례나 MVP를 받았다.
강경민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SK로 이적한 뒤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며 리그 득점 2위에 올랐다.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했다. 강경민은 "이적 후 첫 시즌이라 정신없이 치렀다. 팀에 잘 녹아들어 좋은 결과를 내 기분 좋다. 컨디션도 좋다"고 했다.
그런 강경민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 나서긴 했지만 그땐 주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경민은 "교체로 한 번씩 들어갔기 때문에 큰 경험이라고는 할 수 없다. 파리 올림픽이 처음이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강행군중이다. 지난달 스웨덴과 노르웨이로 가 현지 클럽팀들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했고, 8일 2차 전지훈련을 떠났다. 19일까지 스페인과 네덜란드에서 훈련한 뒤 22일 파리에 입성한다.
강경민은 "유럽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많이 배웠다. 한국 스타일로는 유럽 선수들을 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코칭스태프도 외국인이고, 전지훈련까지 가서 유럽식 플레이를 익혔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수비에게 커트당할까봐 잘 하지 않던 바운드 패스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강경민은 2016년 왼발목을 다쳤고, 2017년 어깨 인대가 파열돼 코트를 떠났다. 수영강사로 일하던 그는 반 년 만에 다시 돌아와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강경민은 "실업팀에서 4년을 하고 그만뒀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내게 도움이 됐다. 여유도 찾았고, 몸도 회복됐다. 그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더라"고 했다.
강경민의 MBTI는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현실주의자'로 불리는 ISTJ다. 훈련이나 휴식 루틴을 잘 지키고, 제일 잘 하는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강경민은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보다는 쉴 수 있을 때 최선을 다 해서 쉰다.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편"이라고 했다.
핸드볼 대표팀에겐 항상 '우생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배경으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때문이다. 강경민은 "나도 초등학교 때 영화를 봤다. 사실 선수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오래 됐고, 유럽 선수들의 수준도 그때보다 높아졌다"고 했다.
올림픽에나 서는 12개국 중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성적(22위)이 가장 나쁘다.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메달을 딴 것도 2008년(베이징·3위)이다. 도쿄올림픽에선 8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도 현실적인 목표는 8강이다. 강경민은 "조별리그 1·2차전 상대인 독일과 슬로베니아전이 제일 중요하다. 두 팀을 이겨 8강에 오른 뒤 4강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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