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SM 시세조종' 카카오 김범수 첫 소환…투심위 승인이 쟁점

이영근 2024. 7. 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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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9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김 위원장의 모습. 뉴스1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9일 소환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의 첫 조사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남부지검에 비공개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월 16∼17일과 27∼28일 합계 약 2400억원을 쏟아부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를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이때 카카오 법인도 양벌규정이 적용돼 함께 기소됐다. 양벌규정은 대표나 관련자가 법을 위반했을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다. 배 전 대표 측은 “기업 내부의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통한 투자이고, 인수합병(M&A) 경쟁 상황에서 경영권 획득을 위해 매입한 정상적 장내 행위”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위원장도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파악됐다.

차준홍 기자


검찰은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투심위는 카카오 고위 경영진이 참석해 M&A 등에 관해 의사결정하는 기구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김 위원장이 참여한 투심위 회의에서 하이브 공개 매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시세조종이 승인됐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배 전 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와의 공모 의혹을 인지했는지, 구체적인 지시·승인을 내렸는지 등이 쟁점이다.

앞서 지난 3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부장 양환승)의 심리로 열린 배 전 대표의 공판에서 검찰은 지난해 2월 28일 투심위 전후 경영진간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은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다. 투심위 개최 직전 배 전 대표는 김기홍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SM엔터는) 카카오 실적을 극복할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위험해 보일지라도 가치 있는 인수이니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투심위가 끝난 뒤 김 전 CFO는 배 전 대표에게 “오늘 공개매수 꼭 저지해주세요~ㅎ”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또 배 전 대표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에게 “브라이언(김범수)이 PE(프라이빗에쿼티)를 하나 잡아가지고 투자해서 우호지분 확보하라고 했다”며 논의 결과를 전하는 통화 녹취록도 공개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그룹 차원에서 시세조종 행위가 승인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 전 대표 변호인은 “(카카오가)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계획적으로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면 PE를 하나 잡으라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9일 소환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이날 오전 카카오 창업자인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근 카카오에 등을 돌린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입’도 변수로 떠올랐다. 드라마제작사 고가인수 의혹으로 남부지검에서 불구속 입건된 이 부문장은 지난 5일 배 전 대표의 공판에서 증인 출석해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원아시아와 손잡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이 부문장은 “배 전 대표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에게 주식 매입 대가로 SM엔터 굿즈 사업권을 약속했다”는 진술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 변호인은 “이 부문장이 수사 기간 여러 번 증언을 번복해왔다”고 지적하며 검찰의 압박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남부지검에선 카카오 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포함하여 카카오엔터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 총 4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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