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운전자 "일방통행 모르고 진입" 진술
[한국경제TV 김현경 기자]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를 낸 60대 운전자가 경찰 조사에서 "일방통행 길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다"며 차량 이상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9일 오전 브리핑에서 "가해자는 '차량 이상을 느낀 순간부터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68) 씨는 지난 첫 4일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차씨는 또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18길이 초행길이었으며 일방통행 길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류 서장은 "가해자는 그 부근(세종대로18길) 지역에 대한 지리감이 있으나 직진,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차씨 차량이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빠져나온 후 가드레일을 충돌할 때까지 속도가 계속 올라갔는가'라는 질문에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출구를 나와서 점차 속도가 올라가는 것은 확인되는데, 자세한 지점별 속도의 추정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에 포함돼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해자가 역주행로에 진입한 사실을 인지하고서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서장은 차씨가 언제부터 역주행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느냐는 질의에 "호텔 주차장을 나와 일방통행로 진입 시점에는 역주행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추가로 조사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차씨가 경적(클랙슨)을 울리지 않았는지를 묻자 "추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우리가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클랙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차씨가 사고 당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었고,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는 일방통행로가 아닌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류 서장은 "내비게이션은 블랙박스에 경로를 알려주는 음성이 나온다"라며 "(내비게이션에서) 우회전하라고 나온다"고 말했다.
'세종대로18길에 진입했을 때 경로를 이탈했다는 음성이 나왔나'라는 질문에는 "안 나온다"고 답했다.
버스 기사였던 차씨가 평소 운전하던 버스와 사고 당시 몬 제네시스 G80 차량 간 브레이크 모양이 '오르간 페달'로 유사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류 서장은 "피의자 근무 회사에서 피의자가 평소 몰던 버스와 제네시스 G80 차량 간 엑셀·브레이크의 유사점을 확인했다"라며 "(두 차량 페달 간) 외견 형태는 아주 유사하다"고 답했다.
차씨는 사고 충격으로 갈비뼈가 골절돼 수술 후 병원에 입원 중이다.
류 서장은 차씨의 건강 상태에 대해 "갈비뼈가 골절됐고 일부가 폐를 찔러서 피가 고여 있는 상태여서 장시간 조사를 못 받는 것"이라며 "8주 진단으로 확인돼있고, 진술 답변은 잘하는데 중간중간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앞서 사고 사흘만인 지난 4일 병원을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첫 피의자 조사를 벌였고, 오는 10일 차씨를 상대로 2차 조사를 할 계획이다.
류 서장은 "피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내일(10일) 2차 조사하는 것으로 변호인 측과 조율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6∼7일 주말 동안 차씨가 입원해 있는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면담에서도 차씨는 시종일관 차량 이상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감정결과나 수사 결과에 따라 차씨의 자택·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이나 구속영장 신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가해자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를 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라면 거짓말 탐지기도 테스트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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