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일방통행 몰랐다”…급발진 주장 고수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낸 운전자 차모(68)씨가 경찰 조사에서 일방통행도로인 걸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9일 오전 ‘시청역 사고’ 브리핑에서 “가해자는 그 부근(세종대로 18길) 지역에 대한 지리감이 있으나 직진,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통행로에 진입한 시점에서 역주행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에 대해선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차씨가 운전한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세종대로 방향 일방통행 4차로 도로를 250m가량 역주행했다. 시속 100㎞ 가까이 가속한 차량은 인도 등을 덮쳤다. 사망자 9명은 모두 30~50대 남성 직장인이었다.
류 서장은 ‘차씨가 역주행로에 진입한 사실을 인지하고서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차씨가 경적(클랙슨)을 울리지 않았는지를 묻자 “추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우리가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클랙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류 서장은 “블랙박스 영상에서 나온 음성을 통해 운전 당시 내비게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우회전하라’며 경로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음성이 담겼는데, 이후 일방통행로에 들었을 때 경로 이탈 음성이 나오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사흘만인 지난 4일 병원을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첫 피의자 조사를 벌였다. 차씨는 그날 피의자 조사에서 차량 이상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했다.
류 서장은 “운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했는데, 차량에 이상에 있음을 느낀 시점부터 쭉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했다”며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밟았는지, 출발했는지는 국과수의 분석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사고 현장) 주변 12개소 폐쇄회로(CC)TV 영상, 차량 4대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고, 국과수와 도로교통공단 등 전문감정기관과 합동 현장 조사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연 중”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지난 1일 발생한 서울시청 앞 역주행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은 5명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10일 차씨를 상대로 2차 조사를 할 계획이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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