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미성년 위탁계좌’… 장기투자로 수익률도 톱
2분기 96만5573개… 21% 증가
비대면 계좌개설 허용도 한몫
직장인 김모(39)씨는 2022년 당시 7살 아들 명의로 주식 계좌를 열었다. 명절 용돈과 보험지급금 등 아이의 돈을 예·적금 통장에만 두기엔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했다. 그의 아들 명의 계좌는 미국 우량주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그중 엔비디아의 수익률은 201%다. 김씨는 “증여 목적도 있지만 아이와 함께 수익률을 확인하고 투자 공부를 하면서 이 계좌를 교육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목적으로 자녀 명의 주식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미성년자의 주식 보유가 부유층의 증여·상속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엔 증여 목적에 더해 금융 교육 목적으로도 자녀 계좌를 개설한다. 미성년 계좌는 대체로 ‘장기 투자’를 해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KB·NH투자증권의 올해 2분기 기준 미성년 위탁계좌 수는 96만5573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0만603개) 대비 약 21% 증가한 수치다. 세 증권사의 미성년 위탁계좌 수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부의 대물림이나 사업 승계 목적으로 자녀나 손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그러나 최근 재테크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증여뿐 아니라 교육 측면에서 자녀의 계좌를 열려는 부모들이 늘었다. 증권사 추천에 앞서 고객이 먼저 자녀 계좌 개설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재 KB증권 전체 계좌 중 미성년 위탁계좌는 약 5.9%를 차지한다.
지난해 4월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가 비대면 방식으로 자녀 명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이 개편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NH투자증권에선 지난해 온라인으로 미성년 위탁계좌를 개설한 수가 3만1545건(75.9%)으로 오프라인(9997건·24.1%)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2만3568건(84.1%), 오프라인 4466건(15.9%)으로 온라인 비중이 더 높아졌다. 미래에셋증권도 미성년 위탁계좌 비대면 개설 비중이 지난해 2분기 7%를 기록한 후 3분기 15%, 4분기 20%, 올해 1분기 26%, 2분기 30%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NH투자증권 미성년 위탁계좌에서 보유하고 있는 투자 상품 1위는 국내 주식으로 전체의 58.81%를 차지한다. 이어 해외주식(18.94%), 현금성(15.69%), 펀드(2.27%) 등이었다. 현금성 상품이란 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어음 등 단기성 상품을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주식이 44%, 해외 주식 33%, 현금성 상품이 6%를 차지했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가장 높지만 해외 주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미성년 위탁계좌에서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분기 28%에서 올해 2분기 3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은 48%에서 44%로 줄었다.
상품별 구성 종목을 보면 가격 변동성이 작은 우량주 위주의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래에셋증권 미성년 위탁계좌에서 보유한 국내 주식 ‘톱3’는 삼성전자(20%), 삼성전자우(5%), 포스코홀딩스(2%)였다. KB증권의 미성년 위탁계좌에서도 삼성전자가 1위, 에코아이가 2위, SK하이닉스가 3위를 차지했다. 부모 계좌는 채권, 펀드 등 다양하게 투자 종목을 구성하지만 자녀 계좌는 수익률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시가총액 최상단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해외주식 중에서는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모두 엔비디아가 1위, 테슬라가 2위, 애플이 3위였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선 미국 관련 상품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의 미성년 계좌가 보유하고 있는 ETF 상품 1~3위는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로 조사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성년 위탁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19.67%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다. 20대(18.08%), 30대(16.08%), 40대(12.64%), 50대(11.25%), 60세 이상(8.75%) 모두 미성년 위탁계좌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올해 6월 기준 수익률도 미성년 위탁계좌는 3.63%로 1위였다.
업계에선 더 많은 고객 유치를 위해 미성년 위탁계좌 개설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최초 계좌 개설 시 현금 지급 이벤트와 해외주식 지원금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초 신규 미성년 위탁계좌 개설 고객에게 축하금 2만원을 지급한다. 해외주식을 거래할 때 최대 10만원의 지원금 지급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해외주식을 100만원 이상 샀을 경우 2만원이 지급되고 1000만원 이상을 구매했을 때 3만원이 지급된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 증권거래 서비스 ‘나무’에서 미성년 자녀 위탁계좌를 개설하면 30달러 쿠폰을 지급한다. 최소 거래금액을 달성하면 최대 8만원까지 돌려주는 ‘캐시백 쿠폰’ 행사도 진행 중이다.
KB증권은 미성년 위탁계좌를 포함해 신규로 계좌를 열었을 때 주식거래 온라인 수수료를 평생 면제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된 주식의 거래 수수료(0.0044792%)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박기 아니냐”… ‘김희선 카페’에 재개발조합 시끌
- “화장실 문인 줄”… 처음 비행기 탄 中 여성 비상문 개방
- “주3일 출근·이틀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띄운 원희룡
- 여탕서 알몸 ‘찰칵’… 제주서 中관광객 추태 계속
- 하이빔 켜고 쫓아와 쿵…임신부 탄 차량에 ‘보복운전’
- ‘집값 불안’ 진화 나선 LH… “공공주택 올해 5만, 내년 6만 가구 착공“
- 삼성전자 노조 사상 첫 총파업…6500명 참여 [포착]
- 기름값, 가스료에 국민연금까지… 월급 빼고 다 오른다
- “국세 감면액만 13조” 尹 정부 감세 정책에 올해도 ‘세수 펑크’ 우려
- 女초등생 가방서 칼날 5개, 응급실행… 학폭 여부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