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암에 걸렸지만, 더 나은 삶을 즐기고 있어요. 비결은…”

김서희 기자 2024. 7. 9. 0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미랑 인터뷰>

난소암 3기를 극복한 이화자(65·경기도 군포시)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양측 난소, 비장, 임파선 전이 등으로 심각한 상태였지만 전부 이겨내고 현재 11년째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임채춘 교수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난소암 3기를 극복한 이화자(오른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임채춘 교수​./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양측 난소에서 암 발견
이화자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3년 6월입니다. 암 진단 받기 한 달 전부터 복부팽만감과 소화불량을 자주 느꼈습니다. 체중이 2kg 정도 찌긴 했지만 나잇살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 여긴 이씨는 “병원에 가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동네병원 갔다가 그곳에서 다시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난소암 3기였습니다. 양쪽 난소에 7.5cm 크기의 종양이 있었으며 비장과 왼쪽 동맥 림프절 전이가 된 상태였습니다.

여성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난소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렵습니다. 또한 암이 발생하면 암이 퍼지는 데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씨가 진단받은 난소암 3기는 예후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5년 생존율은 65%로, 종양이 주변 조직 침범 여부에 따라 예후가 천차만별입니다.

이씨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자마자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육상과 등산을 즐기며 감기에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 체질이었던 데다가, 가족 중 아무도 암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내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며 암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난소암 진단을 받은 지 1주일 뒤인 2013년 6월, 양쪽 난소를 제거하는 난소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전이를 제거하는 비장, 림프절 절제술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재발 방지 목적으로 수술 후 7월부터 12월까지는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병용 요법으로 항암 치료를 9회 받았습니다. 치료를 무사히 마쳤고, 2014년 1월 일상에 복귀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필사적 생각
이화자씨가 난소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항암 치료 부작용이었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오면 두통, 구내염, 식욕 저하가 심했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머리가 무거워 고개 들기가 힘들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입술을 깨무는 습관이 생겨 입술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살아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암을 이겨내면 더 즐거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암과 싸우기로 결심한 처음의 마음을 곱씹으며 열심히 먹고 움직였습니다. 입맛이 없어도 남편이 사다준 따뜻한 국과 신선한 과일을 챙겨 먹었습니다. 매일 두 시간 정도 공원이나 둘레길을 거닐었습니다.

암과 싸우는 동안, 가족 외에도 이화자씨에게 큰 힘이 돼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임채춘 교수입니다. 난소암 진단 후 가슴이 먹먹하고 힘들었던 순간부터 무기력함으로 나약해졌던 항암 치료 후까지 임 교수는 항상 이씨 곁에서 응원단 역할을 했습니다. 이씨는 “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시는 교수님을 봐서라도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의사와 환자 사이 관계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뜨개질 하며 삶의 활력 찾아
이화자씨는 진단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일에 몰두해 건강을 돌보지 않던 예전과 달리,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업무 강도가 높았던 피아노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서 벗어나 도시재생사업인 뜨개질 교실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 분과장으로서 보다 자유롭고 보람찬 환경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씨는 사람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며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그 덕분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2018년 6월, 난소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매년 2회씩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화자씨>

이화자씨./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하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도시재생사업 ‘한 코 두 코 사랑 엮기’라는 뜨개질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암을 계기로 마음가짐이 달라지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뜨개질 교실을 운영하며 작품전시회, 바자회,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이뤄내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밥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활기가 넘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가 인생 모토라고요?
“암 진단 전 제 인생은 쉼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제 자신보다는 학원 학생들의 입시를 우선시하다 보니,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습니다. 스스로를 던져가며 일에 몰두해서 지내는 그야말로 ‘워커홀릭’이었습니다. 제 자신을 돌보지 못했죠. 이제는 개인적인 삶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일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몸이 피곤하거나 어지러우면 휴식을 취합니다. 휴식시간은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휴양림, 수목원, 바다, 마을축제 등을 방문해 힐링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더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이 됐습니다.”

-‘6도 1촌’ 생활하시죠?

이화자씨가 가꾸고 있는 텃밭 사진./사진=헬스조선DB
“2018년부터 지금까지 도시에서 6일 일하고, 시골에서 1일 머무는 ‘6도 1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가족들과 텃밭과 정원도 가꾸고 있습니다. 흙을 직접 만지고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조금씩 재배하다 보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됩니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주변 사람들에게 주면서 행복감은 배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마음의 여유를 가지도록 노력하세요. 암에 걸리면 여러 상황에 흔들리기 쉽지만 중요한 건 환자의 마음가짐입니다. 힘들 때 마다 암 치료 후의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세요. 희망과 믿음을 버리지 마세요.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운동하고, 입맛이 없어도 조금씩이라도 먹으면서 기력을 보충하세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치료 받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임채 교수>

임채춘 교수./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이화자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화자씨를 생각하면 웃는 모습밖에 안 떠오릅니다.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도 늘 웃으며 암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암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스스로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셨던 게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난소암 환자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입니다. 그만큼 정기검진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체력을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좋고 나쁜 음식은 없습니다만, 가공식품 섭취는 최대한 줄이고 신선한 채소를 비롯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서 면역력을 높이세요. 혹여 재발됐더라도 완치 가능성이 존재하니 포기하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세요. 치료법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의사는 환자를 이끌고 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되,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환자보다 앞서 걸으며 ‘괜찮다’ ‘할 수 있다’며 힘을 줘야, 환자도 저를 믿고 암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매 순간 환자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며 더 나은 치료법도 항상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는 주치의를 닮아갑니다.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위해, 저 역시도 에너지를 충전하며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환자가 신뢰하는 의사, 환자가 닮고 싶은 의사가 되기 위해, 평생 노력하겠습니다.”

-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암에 걸렸다고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마세요. 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겁을 내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은 정말로 다 지나갑니다. 주변 가족과 지인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면 암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의료진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하다보면 완치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 외롭고 힘드시죠?
암 환자 지친 마음 달래는 힐링 편지부터, 극복한 이들의 노하우까지!
포털에서 '아미랑'을 검색하시면, 암 뉴스레터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