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북민은 난민 아냐" 유엔 인권검토 권고 또 거부
정부, 공론화 노력했지만 '난민' 명시 못해
연말 北 UPR 대비…'명확한 지적' 담아야
정부가 올해 1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을 상대로 열린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를 통해 '탈북민을 보호하라'고 처음 권고했지만, 중국이 모두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라는 논리를 되풀이한 것이다.
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진행된 UPR에서 나온 각국의 '권고'에 대한 검토 결과를 최근 유엔 측에 제출했다. 중국은 보고서에서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중 탈북민을 '돈을 벌기 위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비법월경자(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UPR은 대표적인 유엔 인권보호 메커니즘이다. 모든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의하고 각국이 수검국을 상대로 법·제도·정책 등을 고치라고 권고하는 제도다. 이번 중국 UPR은 그간 '조용한 외교'에 치중해온 정부가 처음으로 '탈북민'을 명시·권고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한국은 ▲탈북민에 대한 적절한 보호 제공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 국제규범 준수 ▲난민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 난민법 도입 검토 ▲자유권 규약 비준을 위한 조치 등 4가지 사항을 중국에 권고했다.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경제적 이유로 불법 입국한 북한 출신자는 난민이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탈북민 보호 권고를 거부했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 국제규범 준수 요구에는 '이미 이행 중'이라고 강변했다. 또 난민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법 도입 검토 권고에는 '국내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일하게 수용한 건 자유권 규약에 관한 권고다. 이는 당장 규약을 비준하란 게 아니라 그에 필요한 수순을 밟으라는 요구였기 때문에 별다른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UPR 권고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그만큼 '인권 감사'에 나서는 각국의 권고가 명확해야 수검국의 부담이 커진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처음으로 탈북민 문제를 언급한 건 진일보한 성과지만, 내용적으로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송 위기 등에 노출된 탈북민에 대해 '난민'이라고 명확히 표현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논리를 받아들인 셈 아니냐는 비판이다.
정부는 탈북민 보호 조치를 권고하면서 '북한 등 외국 국적을 가진 이탈자(escapees of foreign origin, including from the DPRK)'라는 표현을 썼다. 이탈자(escapees)는 탈북민 등을 통칭하는 포괄적 표현이다. 북송 문제처럼 난민협약에 의한 보호 대상이란 의미를 담을 땐 난민(refugees)이라고 쓴다. 이번 UPR에서 체코 정부가 "탈북 난민을 북한으로 강제북송하지 말라(Refrain from the forcible repatriation of North Korean 'refugees' to the DPRK)"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설령 돈을 벌기 위해 탈북한 경우에도 북송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고문 등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해당한다"며 "이런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고 난민(refugees)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반박이 우려된다면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가 해마다 채택해온 북한인권결의안 내 표현에 따라 '난민과 그 밖의 사람들(refugees and other persons)'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1월에는 북한 UPR이 예정돼 있다. 어느 회원국보다 한국이 전면에서 논의를 주도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중국 UPR 때보다 명확한 책임 규명을 요구할지 주목된다. 강종석 통일부 인권인도실장은 "북한 UPR 수검 계기에 북한의 '고문방지협약' 가입을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철 외교부 국제기구·원자력국장은 지난 4일 시민사회·학계를 대상으로 북한 UPR 대비 간담회를 열고 "유엔 메커니즘을 통해 북한에 관여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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