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대상자가 증인 될 수 있나…법사위 '검사탄핵' 청문회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등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이어 ‘탄핵 청문회’ 개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주도로 탄핵 검사들에 대한 조사계획서를 채택 후 조사위원회를 출범키로 했다. 민주당은 이들 네 명의 검사들에 대한 청문회를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청문회에 불려 나갈 검사들로선 개개인이 민주당 법사위원 열 명을 상대하는 10:1 구도인 셈이다.
국회법 제131조(탄핵소추사건의 조사)는 탄핵소추안을 회부받은 법사위는 지체없이 조사에 나서야 하고, 국정조사에 준하는 조사 권한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사위 차원에서 탄핵소추 사유 및 탄핵 필요성을 조사하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탄핵 당사자인 검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계획부터 불출석시 “강제 구인할 수 있다”(정청래 법사위원장)는 엄포까지 민주당이 청문회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법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①탄핵 당사자인 검사, 증인 될 수 있나
법조계에선 증인의 자격을 ‘사건 당사자(검사·피고인)를 제외한 제3자’로 보고 있는 만큼 탄핵소추안의 당사자인 검사는 증인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 역시 지난 4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서 “피소추자(탄핵 검사)는 탄핵소추 절차에서 당사자적 지위에 있다”며 “탄핵 검사에 대한 증인 채택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정조사나 지난달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를 포함한 사건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건 국정조사 혹은 청문의 대상이 ‘사건’이었던 만큼 모든 관계자를 증인으로 해석한 결과”라며 “하지만 이번 청문회는 특정 사건이 아닌 사람(탄핵 검사)에 대한 청문회인 만큼 당사자와 증인이 구분되고, 피소추 검사는 증인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증인을 제3자로 규정하는 건 형사 절차에서의 규정일 뿐 국회 청문회엔 적용되지 않는단 입장이다. 탄핵 검사 청문회는 법원 재판이 아닌 법사위에서 관할하는 조사의 일환이고, 국회의 조율과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증인 자격을 부여해 청문회에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사위 전문위원은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통과 전 상태로 검사들은 ‘피소추인’이 아닌 ‘소추 대상자’인 만큼 증인 채택은 가능할 것”이라며 “각 검사의 탄핵소추 사유를 개별 의혹사건으로 본다면, 해당 사건의 증인 자격으로 검사들을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②청문회 출석시 ‘증인선서’는
탄핵 대상 검사들이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할 경우 ‘위증의 벌’을 약속하는 증인선서를 해야 하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증언감정법(제12조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를 거부한 증인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3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제3자 증언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탄핵 검사들은 제3자가 아닌 탄핵소추안의 당사자인 데다 선서할 경우 자칫 법사위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상의 기본권 제약으로 이어진다. 당사자를 증인으로 채택함으로 인해 국회증언감정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와 헌법상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소추 대상인 검사들은 증인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청문회에 출석하더라도 선서할 의무가 없다”며 “탄핵소추가 형사 사건은 아니지만, 탄핵사유에 대해서 조사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③출석 거부시 “강제 구인” 가능한가
국회증언감정법(제6조1항)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할 땐 해당 증인에 대해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는 동행명령 조항이 있다. 이같은 동행명령 권한은 국정조사·국정감사에만 적용될 뿐 청문회에선 가능하지 않다. 정 위원장이 지난달 동행명령 권한을 청문회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설사 탄핵 검사들에 대해 동행명령장이 발부된다 해도 정 위원장의 언급처럼 ‘강제구인’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신체를 구속해 특정 장소까지 끌고 가는 강제 구인은 법원의 영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영장주의의 기본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국회 국정조사 당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청문회장에 출석하지 않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30여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강제로 데려오진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헌법상 영장 없이 강제구인은 불가능하고, 동행명령 집행은 불출석한 이들을 찾아가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으니 청문회에 출석하라’고 서류를 보여주는 절차일 뿐 붙잡아 데려올 순 없다”며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 국회모욕죄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처벌규정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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