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한동훈 '문자 5건' 원문 공개됐다…어떤 내용?
"대선 때 사과하자 지지율 10%p 빠져"
"김경율 극단적인 워딩에 가슴 아팠다"
"브이랑 통화하거나 만나는 것 어떠냐"
4·10 총선 와중에 집권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게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발송한 다섯 건의 문자 메시지 전문이 공개됐다.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고성의 역정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김 여사의 '사과' 의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향후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8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흘 사이에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에게 발송했다는 5건의 문자 메시지 원문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1월 15일 한 후보에게 두 건의 문자를 발송했다. 첫 문자 메시지에서 김 여사는 "대통령과 내 특검 문제로 불편했던 것 같은데 내가 대신 사과드린다"며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아서 그런 것이니 이해 부탁한다"고 했다.
한 후보가 '공적 루트'를 통해 '여사 문제'를 풀어보려다 윤 대통령의 진노를 샀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여사는 "한 번만 브이(V·'VIP'의 약칭으로 윤 대통령을 지칭)랑 통화하거나 만나는 것은 어떻겠느냐"라며 "내심 전화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양해 부탁드린다"고 권했다.
같은날 발송된 두 번째 문자에서 김 여사는 특별한 구체적 내용 없이 "모든 게 내 탓"이라며 "내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다"고 추상적인 메시지를 적었다.
다만 총선 직전 민감한 시기에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신과 윤 대통령의 통화나 회동은 적절치도 않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탓인지, 한 후보는 이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문자 메시지에 답문을 자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1월 19일의 세 번째 문자 메시지에서 김 여사는 처음으로 '사과' 문제를 거론했다. 김 여사는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다"면서도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결정을 못하는 것"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결정 내려주면 그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대선 정국에서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p 빠졌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이라고 '사과'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사례를 들어 역설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영부인이 사과를 하라'고 의결한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인지, 한 후보는 이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도 답문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사적 통로로 주고받다 문자 오픈
됐다면 야당은 국정농단이라 했을 것"
"그분들은 당대표 되면 영부인 당무 문자
답할 것이냐…나는 답하지 않겠다" 천명
김 여사는 1월 23일의 네 번째 문자 메시지에서는 이른바 '여사 라인'의 한 후보 '작업 의혹'을 가리켜 "내가 '댓글팀'을 활용해 위원장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결이 안 맞는다 해서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게 부끄럽다"며 "모든 것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김경율 회계사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에 이해하기로 했다"며, '영부인 리스크'를 거론했던 김경율 당시 비상대책위원의 발언에 대해 '극단적인 워딩'이라고 우회적인 불편함을 내비쳤다.
1월 25일의 다섯 번째 문자 메시지에는 "대통령이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서 맘 상했을 것"이라며 "큰맘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줬는데 서운한 말을 들으니 얼마나 화가 났을지 공감이 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 나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는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 내용으로 미뤄볼 때 총선 리스크 중 하나였던 '여사 문제'를 푸는 방법론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의 '공적 소통' 과정에서 다시 한 차례 이견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고성으로 역정을 낸 정황을 유추할 수 있다. 김 여사는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면서 오해를 풀라"고 재차 '사적 루트'를 권했다.
한편 한동훈 후보는 이날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북·제주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과 사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공적인 소통을 하고 있었고 내 뜻을 밝혔다"며 "사적 통로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가 문자가 오픈됐다고 해보라. 야당이 국정농단이라고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쟁 당권주자인 나경원·윤상현·원희룡 당대표 후보를 겨냥해 "그분들은 당대표 되면 영부인이 당무 관련해서 (문자를 보냈을 때) 답할 것이냐"라며 "나는 답하지 않을 것이다. 당대표 됐을 때도 영부인과 당무와 관련해서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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