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6억2000만원짜리 여행… 이제 ‘우주유영’도 됩니다

2024. 7. 9. 00: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버진갤럭틱, 7번째 상업 비행 성공
블루오리진, 91세 승객 태워 화제
스페이스X는 화성탐사 실험 겸해
이달 중순 고도 1287㎞ 까지 도전

지금까지 지구 밖으로 나가 본 사람은 700명이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우주여행은 특별하다. 초창기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비행 경험이 풍부한 공군 조종사 출신이 주를 이뤘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엄정한 자격시험을 거쳐 선발된 다음 다시 많은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공공기관이 우주 관련 사업을 독점하지 않는다. 선택할 수 있는 상업 우주여행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준궤도 프로그램’이 대세

버진갤럭틱이 운영하는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 버진갤럭틱 홈페이지

상업 우주여행 분야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건 역시 영국의 거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버진갤럭틱일 것이다. 지난해 8월 10일 버진갤럭틱은 4명의 민간 여행객이 탑승한 ‘갤럭틱 02’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이 비행으로 상업 우주여행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많다. 첫 비행인 ‘갤럭틱 01’은 고객이 이탈리아 공군이어서 02가 민간인에게 티켓을 판매하고 우주로 보낸 첫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버진갤럭틱의 상업 우주여행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에는 7번째 상업 우주비행(갤럭틱 07)에도 성공했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도 발걸음이 분주하다. 아직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지만 여러 차례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지난 5월 19일 승객 6명을 태우고 우주로 갔는데 그중 한 명은 91세 고령의 전직 공군 대위 에드 드와이트여서 큰 화제가 됐다.

최고령 우주인으로 등록된 에드 드와이트. 91세에 블루 오리진의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주로 나갔다. 블루오리진 홈페이지


두 회사의 우주여행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질까. 모두 지구 밖으로 완전히 튀어나가진 않고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스치듯 날아가는 준궤도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고고도에서 약 4분간 무중력을 체험하며, 창밖으로 푸른 지구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은 크게 다르다. 버진갤럭틱의 방식은 비행기에 가깝다. 모선 ‘VSS 이브’에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를 싣고 이륙한 다음 최대한 높은 고도로 올라가 VSS 유니티를 분리한다. 비행선이 도달하는 고도는 80~90㎞다. 이와 달리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는 로켓에 불을 붙여 우주로 치솟아 올라가는 전통적(?) 방식이다. 이 발사체는 승무원 캡슐과 부스터 로켓으로 구성돼 있는데, 로켓은 수직으로 다시 착륙시켜 재사용하고 승무원 캡슐은 낙하산을 이용해 내려온다.

그런데 버진갤럭틱 방식에 논란이 있다. 국제항공연맹(FAI) 기준에 따르면 우주는 고도 100㎞부터다. 이를 카르만라인이라고 부른다. 버진갤럭틱의 도달 고도는 80~90㎞여서 우주여행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블루오리진의 도달 고도는 100㎞ 이상이므로 이 논란에서 자유롭다. 블루오리진 측은 “버진갤럭틱 프로그램은 카르만라인 위로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고 은근히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이 카르만라인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있다. 일부 인공위성은 고도 70㎞ 정도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80㎞ 정도는 우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공군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고도 80㎞ 이상 오른 사람에게 우주인 인정 배지를 준다. FAI도 재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버진갤럭틱의 프로그램은 좌석당 가격이 약 45만 달러(약 6억2000만원)다. 블루오리진은 정확하지 않다. 계약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유영’까지 제공하는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민간우주여행 프로그램 폴라리스 돈을 통해 최초의 민간인 우주유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폴라리스 돈 홈페이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상업적 우주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6월 우주발사체 ‘크루 드래곤’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람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상업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민간기업이 유인우주선을 발사한 첫 사례였다.

현재 진행 중인 스페이스X의 상업 프로그램은 운영 목적이나 방식이 앞의 두 회사와 크게 다르다. 프로그램 계획·시행 과정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그 지원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협력사업’ 방식이다.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로 가는 민간인은 수일 이상 우주에 체류하게 된다. 체험도 목적이겠지만 우주 과학실험에 참여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2021년 미국 신용결제회사 쉬프트4페이먼트의 경영자 제러드 아이작먼이 크루 드래곤을 타고 3일간 지구 궤도를 비행한 후 복귀했다. 상세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아이작먼이 지불한 비용은 대략 2억 달러(약 2765억원)를 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스페이스X는 올해도 아이작먼을 태우고 우주로 나갈 계획이다. ‘폴라리스 돈’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달 중순 발사가 목표다. 여행 기간은 약 5일로 예정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민간인에게 최초의 ‘우주유영’ 기회를 제공하기로 돼 있다. 우주선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시간은 약 2시간이다. 스페이스X 측은 이 과정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우주 환경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실험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새롭게 설계한 우주복 ‘EVA 슈트’의 성능검증 의미도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목표 고도가 800마일(1287㎞) 이상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이상 고도를 높이면 지구 자기장에 잡힌 고에너지 입자들이 모여 만드는 방사선대 ‘밴 앨런 복사대’에 다다른다. 1970년대 초 아폴로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여기까지 올라간 사람은 없었다. 방사선 환경이 우주 여행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감압병을 연구하기 위해 혈액 내 기포를 측정하고, 우주비행사가 자주 겪는 신경안구증 관련 실험도 진행한다. 우주 공간에서 위성신호를 받아 인터넷을 쓸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항공기 여행은 100년 전 큰 사치였지만 오늘날에는 대중적 서비스다. 탑승객은 지친 일상을 잊기 위해, 혹은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우주여행도 같은 길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승민 과학저술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