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행정처분 철회’ 고육책…전공의도 이젠 응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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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면허정지 안 한다”…전공의 복귀 촉구
집단 사직 5개월째, 의료 현장 정상화 시급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달래기 위해 어제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상관없이 의사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수련 현장의 건의와 의료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대학병원에서 벌써 다섯 달째 진료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정부의 고육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고통받아 온 환자들의 목소리는 절박하기만 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단체는 지난 4일 거리 집회를 열고 의료계와 정부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환자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환자와 환자 가족은 무책임한 정부와 무자비한 전공의, 의대 교수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분노와 불안·무기력에 빠졌다”며 “계속되는 피해와 불안을 더는 참을 수 없어 직접 거리에 나섰다”고 호소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그동안 집회를 해도 50명 이상 모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400여 명이 모였다. 그만큼 의료공백 사태가 환자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애꿎은 환자들이 더는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의료 현장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엄밀히 보면 이번 정부 대책은 기존에 정부가 공언했던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 지난 2월 정부는 전공의들이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당시 정부는 법정 최고형까지 거론하며 초강경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이 깊어지자 정부로선 방향 전환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의 강력 반발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렇다면 정부로선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
정부가 나름대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이제는 전공의들이 응답할 차례다. 언제까지나 복귀도, 사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고통받는 환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은 최대한 많은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와 진료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라고 있다. 사직서 수리 시점 등 부차적인 문제로 전공의와 정부의 갈등이 이어진다면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 정부가 내후년 이후 의대 정원에 대해서도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만큼 복귀와 건설적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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