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자영업을 살리는 길

2024. 7. 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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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 규모가 10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2년 1분기 2조9000억원에서 불과 2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신규 연체차주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연체 상태를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1055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규모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만기 연장,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등 비용경감 정책은 다소나마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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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 규모가 10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2년 1분기 2조9000억원에서 불과 2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연체율도 같은 기간 0.49%에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인 1.66%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연체 규모는 연체율 상승 본격화 직전인 2022년 2분기와 비슷하지만 연체차주 수가 전체 차주의 1.6%에서 4.2%로 증가했다. 신규 연체차주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연체 상태를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1055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규모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 확대 원인으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고물가로 인한 서비스업 경기 악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는 분명 자영업 여건을 악화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금리와 물가만 내려가면 좋아질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길거리의 수많은 음식점들을 보면서 손님이 얼마나 될지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하루에 몇 명의 손님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에 수록된 올해 1월 기준 음식점 수는 58만개에 달한다. 음식점이나 다름없는 패스트푸드점, 호프집 등을 포함하면 65만개를 상회한다. 우리보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 2.5배 많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음식점을 60만개 정도로 잡고 우리나라 5200만명 인구를 똑같이 나누면 업소당 배정 인원은 대략 90명 수준이다. 여기서 영유아나 학생, 군인, 노약자 등을 제외한 60명 정도가 일주일에 다섯 번씩 식당을 방문한다고 하면 하루 평균 손님은 40명 정도가 된다. 그렇지만 맛집이나 대형 음식점 등이 선호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렇지 못한 대다수 음식점의 손님 수는 하루 40명에도 크게 못 미칠 것이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하루 20명 미만의 고객이 방문하는 업체는 29%, 20~30명은 18%로 나타난 반면 100명 이상인 업체는 7%에 불과하다. 61%의 업체는 배달이 없으며 13%는 10건 미만의 배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식당이 하루 30명도 안 되는 고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금리가 내려오고 물가가 낮아진다고 고객이 크게 늘어나기는 산술적으로 쉽지 않다. 10만개에 달하는 커피점, 2만개가 넘는 빵집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마침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대출만기 연장,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등 비용경감 정책은 다소나마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 여건을 개선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포화상태를 한참 넘어선 자영업 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이다. 먼저 자영업 진출 수요를 줄여나가야 한다.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올해부터 은퇴 시기에 들어선다고 한다.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시점이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에서 은퇴자들은 자영업 진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년을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나가야 한다. 이는 내수를 활성화시켜 자영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영업 진출을 유혹하는 프랜차이즈업계의 무분별한 난립이나 거짓 정보 등에 대한 규율과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기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이번 대책에도 포함된 자영업자 퇴출과 재취업 지원, 채무조정 등 구조조정 정책을 과감한 수준으로 확대해 적극적으로 자영업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구조조정 정책은 당장 재정 부담이 되고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재정 부담도 줄이면서 자영업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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