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의 사이언스&] “세상 바꿔놓을 양자기술 개발, 대기업 참여 아쉽다”

최준호 2024. 7. 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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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연 이용호 연구단장 인터뷰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양자기술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 불린다. 기존 기술이나 시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교수는 그의 저서 『양자컴퓨터의 미래』에서 양자 컴퓨팅이 기존의 컴퓨팅 기술을 뛰어넘어, 인공지능·통신·금융·신약개발·국방 등 여러 분야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파괴적 잠재력 때문일까. 양자기술은 이미 수년 전부터 대표적 안보기술로 떠올랐다. 2021년 11월 당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퀀텀C텍 등 중국 양자컴퓨터 관련 12개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 대표적 안보기술, 독자개발 필요
주요 12개국 중 한국 심각한 꼴찌
“한국 대기업들, 미래 시야 짧아”


2027년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목표

이용호 표준과학 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이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서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를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보기술은 적성국뿐 아니라 우방국에도 적용된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동맹국인 한국에 전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은 아니지만, 머잖아 관련 생태계가 완성될 경우, 세계는 양자기술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철저히 구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주요국과 한국의 양자기술 현주소는 어떨까. 정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글로벌 R&D 전략지도’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기술은 주요 12개국과 비교했을 때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꼴찌’였다. 양자컴퓨터 부문의 경우 미국이 100점, 중국은 35점인데 비해 한국은 2.3점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은 ‘양자기술의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탈 수 있을까.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4’에서 양자컴퓨터 개발 책임자인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연구단장을 만나 한국 양자기술의 현실을 진단했다.

Q : 표준연의 양자컴퓨터 개발의 목표와 개발 기간은 어떻게 되나.
A : “과제명이 ‘양자 컴퓨팅 연구 인프라 구축’이다. 초전도 방식의 50큐비트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구축하는 게 목표다. 490억원의 예산으로 2022년 6월에 시작해 2027년 3월에 끝난다.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게 목표다.”

Q : 현재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
A : “지금은 20큐비트 개발 막바지에 있다. 시스템을 조립해 성능을 평가하고 동작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 서 있는 건 내년부터 개발할 50큐비트 모형이다.” (‘퀀텀코리아 2024’에 참여한 IBM이 전시한 양자컴퓨터는 3년 전 공개한 127큐비트급이었다. 지난해 내놓은 최신 양자컴퓨터는 1121큐비트에 달한다. 이들은 정보 교류가 아니라 양자컴퓨터를 팔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 참가한 IBM 관계자가 양자 컴퓨터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Q : 양자컴퓨터는 어느 정도나 돼야 상용화에 쓸 수 있나.
“최소한 100~200큐비트 정도는 돼야 하고, 이걸 이용한 소프트웨어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암호를 푼다든지 또는 아주 큰 분자의 신약 물질을 설계하려면 성능이 더 뛰어나야 한다. 수준, 단계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어려운 점 많지만 결국 개발할 것”

Q : 50큐비트 개발에 어떤 것이 가장 어렵나.
A :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능 좋은 칩을 잘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칩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제어하는, 즉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읽는 기술이다. 큐비트가 20에서 50으로 늘어나면 수치로는 2.5배지만 난이도는 10배 이상 높아진다. 처음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결국 개발은 해낼 거다.”

Q : 실제로 쓰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야 하지 않나.
A : “소프트웨어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제어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다. 이걸 표준연에서 개발하고 있다. 실제 용도에 맞게 쓸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번 과제에서 하지 못한다. 거기까지 할 재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
(과학계에선 490억원 예산 규모로는 30큐비트 급도 생산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애초 과제 책임자를 선정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황판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4 개막식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Q : 개발할 5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전부 국산화하는 건가.
A : “국산화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핵심 소자인 양자 프로세서 칩과 측정 제어 기술은 국내에서 개발하지만, 가격 비중이 큰 부품과 장비는 외국에서 구입한다. 시스템 전체의 기술 자립화는 아니지만, 국내 기술로 시스템을 구축해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가 일단 만들어보자는 거다. 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2031년까지 1000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는 목표도 있다.”

Q : 양자컴퓨터를 굳이 직접 개발하지 않고 미국에서 들여오면 안 되나.
A : “미국 장비를 사 오더라도 우리 마음대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활용 분야에 대한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안보나 국방 분야의 활용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우리가 활용하는 데이터에 대한 보안 문제도 있다.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예산도 시간도 연구자도 부족

Q : 향후 양자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 투자는 어떤가.
A : “예산도 시간도 부족하다. 적어도 지금의 열 배 정도는 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는 490억원이 아니라 4900억원이 있더라도 개발에 참여할 연구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를 찾은 관람객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Q :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데, 우리 대기업이 합류할 필요성은 없나.
A : “대기업이 같이 하면 좋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아쉽다. 기업은 당장 이윤을 추구해야 하다 보니, 양자컴퓨터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되는가가 고민일 것이다.”

Q : IBM과 구글은 하지 않나. 삼성과 LG도 글로벌 기업인데.
A : “양자기술을 10년 뒤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볼 것인지, 20~30년 뒤로 볼 것인지의 차이 아닐까. 우리 대기업의 미래 시야가 짧은 거다. 그들도 관심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0명 안팎의 연구원들이 큐비트 등 기초적인 부분을 연구·개발하는 정도라고 들었다.”

■ 양자컴퓨터

「 기존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로 구분되는 이진수 단위인 비트(bit)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양자 비트를 사용한다. 기존 컴퓨터가 2~3나노미터가 한계라면 큐비트는 원자 단계까지 갈 수 있다. 큐비트 개수에 따라 정보처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퍼컴퓨터로도 할 수 없는 계산을 양자컴퓨터는 수 초만에 할 수 있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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