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의 사이언스&] “세상 바꿔놓을 양자기술 개발, 대기업 참여 아쉽다”
표준연 이용호 연구단장 인터뷰
■
「 대표적 안보기술, 독자개발 필요
주요 12개국 중 한국 심각한 꼴찌
“한국 대기업들, 미래 시야 짧아”
」
2027년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목표
안보기술은 적성국뿐 아니라 우방국에도 적용된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동맹국인 한국에 전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은 아니지만, 머잖아 관련 생태계가 완성될 경우, 세계는 양자기술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철저히 구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주요국과 한국의 양자기술 현주소는 어떨까. 정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글로벌 R&D 전략지도’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기술은 주요 12개국과 비교했을 때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꼴찌’였다. 양자컴퓨터 부문의 경우 미국이 100점, 중국은 35점인데 비해 한국은 2.3점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은 ‘양자기술의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탈 수 있을까.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4’에서 양자컴퓨터 개발 책임자인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연구단장을 만나 한국 양자기술의 현실을 진단했다.
Q : 표준연의 양자컴퓨터 개발의 목표와 개발 기간은 어떻게 되나.
A : “과제명이 ‘양자 컴퓨팅 연구 인프라 구축’이다. 초전도 방식의 50큐비트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구축하는 게 목표다. 490억원의 예산으로 2022년 6월에 시작해 2027년 3월에 끝난다.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게 목표다.”
Q : 현재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
A : “지금은 20큐비트 개발 막바지에 있다. 시스템을 조립해 성능을 평가하고 동작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 서 있는 건 내년부터 개발할 50큐비트 모형이다.” (‘퀀텀코리아 2024’에 참여한 IBM이 전시한 양자컴퓨터는 3년 전 공개한 127큐비트급이었다. 지난해 내놓은 최신 양자컴퓨터는 1121큐비트에 달한다. 이들은 정보 교류가 아니라 양자컴퓨터를 팔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Q : 양자컴퓨터는 어느 정도나 돼야 상용화에 쓸 수 있나.
“최소한 100~200큐비트 정도는 돼야 하고, 이걸 이용한 소프트웨어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암호를 푼다든지 또는 아주 큰 분자의 신약 물질을 설계하려면 성능이 더 뛰어나야 한다. 수준, 단계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어려운 점 많지만 결국 개발할 것”
Q : 50큐비트 개발에 어떤 것이 가장 어렵나.
A :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능 좋은 칩을 잘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칩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제어하는, 즉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읽는 기술이다. 큐비트가 20에서 50으로 늘어나면 수치로는 2.5배지만 난이도는 10배 이상 높아진다. 처음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결국 개발은 해낼 거다.”
Q : 실제로 쓰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야 하지 않나.
A : “소프트웨어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제어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다. 이걸 표준연에서 개발하고 있다. 실제 용도에 맞게 쓸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번 과제에서 하지 못한다. 거기까지 할 재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
(과학계에선 490억원 예산 규모로는 30큐비트 급도 생산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애초 과제 책임자를 선정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Q : 개발할 5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전부 국산화하는 건가.
A : “국산화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핵심 소자인 양자 프로세서 칩과 측정 제어 기술은 국내에서 개발하지만, 가격 비중이 큰 부품과 장비는 외국에서 구입한다. 시스템 전체의 기술 자립화는 아니지만, 국내 기술로 시스템을 구축해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가 일단 만들어보자는 거다. 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2031년까지 1000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는 목표도 있다.”
Q : 양자컴퓨터를 굳이 직접 개발하지 않고 미국에서 들여오면 안 되나.
A : “미국 장비를 사 오더라도 우리 마음대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활용 분야에 대한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안보나 국방 분야의 활용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우리가 활용하는 데이터에 대한 보안 문제도 있다.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예산도 시간도 연구자도 부족
Q : 향후 양자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 투자는 어떤가.
A : “예산도 시간도 부족하다. 적어도 지금의 열 배 정도는 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는 490억원이 아니라 4900억원이 있더라도 개발에 참여할 연구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
Q :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데, 우리 대기업이 합류할 필요성은 없나.
A : “대기업이 같이 하면 좋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아쉽다. 기업은 당장 이윤을 추구해야 하다 보니, 양자컴퓨터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되는가가 고민일 것이다.”
Q : IBM과 구글은 하지 않나. 삼성과 LG도 글로벌 기업인데.
A : “양자기술을 10년 뒤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볼 것인지, 20~30년 뒤로 볼 것인지의 차이 아닐까. 우리 대기업의 미래 시야가 짧은 거다. 그들도 관심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0명 안팎의 연구원들이 큐비트 등 기초적인 부분을 연구·개발하는 정도라고 들었다.”
■ 양자컴퓨터
「 기존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로 구분되는 이진수 단위인 비트(bit)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양자 비트를 사용한다. 기존 컴퓨터가 2~3나노미터가 한계라면 큐비트는 원자 단계까지 갈 수 있다. 큐비트 개수에 따라 정보처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퍼컴퓨터로도 할 수 없는 계산을 양자컴퓨터는 수 초만에 할 수 있다.
」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들은 거물 정치인 됐다"…간첩이 만난 'SKY 출신' 누구 | 중앙일보
- 제니, 스태프에 연기 뿜었다…네티즌 "실내흡연 엄중처벌" 신고 | 중앙일보
- 여기서 석굴암 비밀 왜 나와? ‘공사 변소 문짝’ 기막힌 반전 | 중앙일보
- 손예진 "상대 배우와 연애 꺼렸는데"…현빈과 결혼한 이유 깜짝 | 중앙일보
- 홍명보 내정 소식에 당황…박주호 "허무하다" 토로한 이유 | 중앙일보
- 김지호, 피부과 시술 부작용 "얼굴 한 쪽 마비…기괴한 얼굴 돼" | 중앙일보
- '웃찾사' 개그맨서 경찰로…성남 모란시장에 뜬 고동수 근황 | 중앙일보
- "5분 먼저 퇴근했다면 내가…" 시청역 충격, 시민 덮친 트라우마 | 중앙일보
- "축의금 5만원이면 불참이 예의"…비용 부담에 '노웨딩'까지 떴다 | 중앙일보
- 현아·용준형, 10월 삼청각서 결혼…열애 9개월 만에 부부 된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