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시선] 집값 상승이 불안한 이유

김창규 2024. 7. 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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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경제에디터

요즘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 올라 2년 9개월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15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서울 25개 구는 5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이런 ‘온기’는 주변으로 스며들고 있다. 수도권의 상승 폭은 더욱 커졌으며 지방의 하락 폭은 축소됐다.

거래량은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올 초만 해도 월 2500~2600건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는 5월에는 4978건으로 5000건에 육박했다. 전문가는 이런 흐름대로 가면 6월 매매 건수는 6000건을 웃돌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2021년 5월(5045건) 이후 한 번도 5000건을 넘긴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때는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가 6100여 건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간은 월 2400여 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과천의 한 아파트 청약에는 400여 가구 모집에 10만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 서울 아파트 거래 올 초의 두 배
금리 인하 기대감, 공급부족 영향
주담대 급증에 금융 불안 우려 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 올라 2년 9개월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15주 연속 상승세로 특히 서울 25개 구는 5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뉴스1

‘원정 매수’가 고개를 들기도 한다. 외지인이 수도권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지방 아파트는 외면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올해 1~5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 중 외지인 비중은 약 22%에 달했다. 집값 상승기인 2021년 1~5월(21%)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특히 서울은 3월 서울 외 거주자 수가 700여 명대였으나 4월부터는 1000여명을 훌쩍 넘겼다. 이와 달리 지방엔 발길이 뚝 끊겼다. 1~5월 지방 아파트 매매 중 외지인 비중은 17%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2006년(14%)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다.

이렇게 주요 부동산 지표가 ‘상향’을 가리키는 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우선 하반기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다. 물가 상승세가 더뎌지니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또 세계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미국에서도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쏟아지면서 주요국은 속속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 전세 품귀 등이 맞물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등으로 아파트 매수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런데 문제는 아파트를 사는 사람의 상당수가 빚을 내서 집을 산다는 점이다.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은 한국 경제의 뇌관과도 같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을 내놓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규제도 미뤘다. 돈줄을 조이기는커녕 오히려 풀었다. 은행에서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대출 금리를 내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4.16%에서 6월(셋째 주 기준)에는 3.67%로 내림세다. 가계 빚은 급증했다. 6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3415억원 늘었다.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신용대출이 줄었지만(-2143억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5조8466억원) 탓이다. 7월 들어선 불과 4일 만에 5대 은행 가계 대출이 2조1835억원이나 늘었다.

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6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3415억원 늘었다.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신용대출이 줄었지만(-2143억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5조8466억원) 탓이다. 연합뉴스


연체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4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로 1년 전(0.34%)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8.8%다. 이는 2021년만 해도 2.5%에 불과했지만 2022년 3.4%, 2023년에는 6.6%로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아파트 구매는 중산층의 생활을 짓누른다. 올 1분기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아파트를 산 경우 소득의 40%가량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주택구입부담지수).

부동산을 비롯해 한국을 둘러싼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6개월 연속 증가(5월 기준)했다. 고금리 지속 여파 등으로 움츠러든 내수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또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 불안요인이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집 사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건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를 짙게 한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은행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한다. 정부의 오락가락 신호는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 빚 위에 지어진 부동산 활기는 ‘모래 위에 지어진 누각(沙上樓閣)’과 다름없다.

김창규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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