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급속 진화하는 ‘생성형 AI’와 기업들의 딜레마

2024. 7. 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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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겸임교수

생성형 인공지능(AI)인 GPT-3.5와 GPT-4.0, 그리고 동영상 생성 AI모델인 소라(SORA)가 1년여 전에 발표됐을 때 혁신적 기능이 매우 놀라웠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오픈AI의 GPT-4o, 구글의 제미나이-1.5프로와 동영상을 만드는 비오(Veo)를 보면 획기적인 기술력에 감탄할 정도다. 이런 최첨단 AI를 탑재한 로봇이나 스마트폰의 경쟁적 발표는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은 물론 산업간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31개국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성형 AI 활용 설문조사를 보자. 근로자 4명 중 3명(75%)은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사 지원 없이 개별적으로 AI 도구를 활용해 일한다고 답한 사람은 85%나 된다. 리더급 79%는 AI가 회사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했지만, 60%는 조직 내 비전과 명확한 계획이 부족해 우려된다고 답했다.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와이 회사 엔지니어 마크 첸, 배럿 조프(왼쪽부터)가 지난 5월 13일(현지시간) ‘GPT-4o ’의 주요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 오픈AI 홈페이지 캡처

「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혁신 빨라
전면 도입 놓고 기업 고민 깊어져
완벽 활용보다 단계적 접근 필요

기업들은 발 빠르게 생성형 AI를 사내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도입을 추진한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고 성능을 개선한 AI 모델이 발표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멘붕’ 상태에 빠져 있다.

개인은 조금만 익히면 AI를 금방 사용할 수 있지만, 기업 전체 업무에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일반 기업에 AI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은데, AI 전문업체의 경우 글로벌 빅 테크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왼쪽)과 구글 독스의 제미나이 등 도구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성AI 버튼이 화면 오른쪽 상단에 위치해있다. 각 프로그램 캡처

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단계를 보자. 1단계는 그룹웨어나 문서 작성 등에 AI를 탑재하는 개인 어시스턴트(조력자) 단계다. 2단계는 회사 내외부 법규, 조세, 표준, 지침, 매뉴얼, 현황 등을 AI가 조회해 분석하는 검색 어시스턴트 단계다.

3단계는 사내 기존(레거시) 시스템과 연계해 AI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업무 어시스턴트 단계다. 4단계는 국내·외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계해 관리업무 외에 의사결정 지원까지 수행하는 경영 어시스턴트 단계다. 그 외에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5단계가 있지만, 아직은 사람의 통제 속에 있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이러한 기업용 AI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어떤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논의하는 워크숍 등을 통해 구성원간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둘째,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한다. AI 서비스는 양질의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야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회사 안팎에서 구하고 클렌징(선별)하며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일련의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아직 AI 활용 초기 단계라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계, 데이터 관리, 정보 보안 등과 관련한 솔루션이나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AI 활용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는 단계별 발전모델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셋째, ISP 결과에 따라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을 통해 도입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AI 제품을 선정하고 자체 구축 또는 클라우드 사용 등을 결정한다. 넷째, AI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서별로 AI 담당자를 선정해 육성해야 한다. 다섯째, AI를 포함한 많은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므로 사내 각 부문에 흩어져 있는 IT와 디지털 전환(DT), 빅데이터, AI, 디지털 관련 업무를 통합해 힘있게 이끌 임원급 혁신조직을 강화하고 거버넌스를 부여해야 한다.

엄청난 기능을 가진 생성형 AI를 단순 수작업을 대체하는 업무나 회의록 작성 업무 정도로만 활용하기엔 너무 아깝다. 사내에서 동영상을 매일 만드는 것도 아니다. AI 홍보용 광고는 단순한 사례일 뿐이다. 기업에서는 AI를 활용해 평소에는 하기 어려웠던 일, 최신의 경영 방식이나 생산 이론을 적용하는 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만드는 일 등에 과감히 AI를 활용해보자. 단순히 개인 생산성을 높이는 AI 도입은 부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경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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