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여수에 불었던 음악의 바람

2024. 7. 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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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제9회 여수에코국제음악제가 지난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여수예울마루에서 열렸다. 올해 주제는 ‘감각을 깨우다’. 전체 나흘 일정 중 사흘간의 공연을 보고 왔다. ‘에코’라는 명칭에는 환경을 생각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의미도 담겼다.

개막일은 20여 명의 현악 오케스트라 무대였다. 이지혜, 송지원, 박진수(바이올린), 이한나, 이수민(비올라) 이경준, 남국희(첼로) 등이 경쾌한 모차르트 ‘희유곡’ K136으로 막을 열었다. 비발디 ‘조화의 영감’ 중 RV565는 짜임새 있었다. 작곡가 안성민의 음악제 위촉작 ‘음악이 에코다’는 흥미로웠다. 미니멀한 바로크 협주곡 같았고 막스 리히터를 연상시켰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리드한 드보르자크 ‘현악 세레나데’는 아련한 흙냄새를 풍기며 고전음악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전해주었다.

[사진 여수에코국제음악제]

다음날인 21일에는 송지원, 이현웅, 이한나, 이경준이 하이든 현악 사중주 ‘종달새’를 연주했다. 제1바이올린의 확신 있는 음색과 나머지 현악 연주자들의 소통이 돋보였다. 베버의 ‘피아노, 플루트와 첼로를 위한 삼중주’에서 윤혜리의 플루트는 여유 있으면서도 정확했고, 김민지의 첼로는 풍성하면서도 정감 있었다. 원재연의 피아노는 감정의 파고를 조절하며 정곡을 찔렀다. 백주영, 이지혜, 송지원, 김남훈, 이수민, 이한나, 김민지, 이경준의 멘델스존 팔중주는 피어나는 듯한 생명력, 슬픔과 고통, 경쾌한 리듬감 등 다양한 정서를 묵직하게 표현했다.

22일은 포레 ‘돌리 모음곡’ 네 손 연주에서 원재연의 어둡고 쌉싸래한 저음과 라쉬코프스키의 밝고 달콤한 고음이 어우러졌다. 이지혜, 이수민, 이경준, 김민지의 아렌스키 현악 사중주 2번은 섬세하게 마음속으로 침잠하는 예민한 순간들을 잘 포착했다. 백주영, 이수민, 김민지, 조재복(더블베이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슈베르트 ‘송어’는 펄떡이는 비늘처럼 생생했다.

높은 수준의 연주에 걸맞게 여수 관객들의 매너도 좋았다. 악장 간 박수가 거의 없었고 음악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공연장을 나서며 바다와 마주하는 공연장은 매력적이었다.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김민지는 올해 음악제의 성과로 안성민의 위촉작 초연을 들었다. “현대곡으로 관객과 음악제가 소통하는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자평이다. 반면, 작년 대비 예산이 축소되다 보니 유튜브 생중계 및 음원 녹음을 하지 못해 음악제의 성과를 더 널리 알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여수에코국제음악제는 여수시의 문화예술 보조금 지원과 범민문화재단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김민지 감독은 “2026년은 여수에코국제음악제가 10회를 맞는다.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도록 국내외 유수의 음악가들과 상징적인 음악가를 모시겠다”고 밝혔다. 여수를 넘어서는 ‘국제’ 음악제가 되기 위해서는 타 음악제들과 차별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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