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CEO의 서핑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올린 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가 검은 정장 차림에 한 손에는 맥주, 다른 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바다에서 서핑하는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최근 그가 그동안 유지하던 짧은 헤어컷을 포기하고 머리를 길러 본연의 곱슬머리를 강조한 것과 함께 ‘달라진 저커버그’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 주효했다.
이 영상은 단순히 기념일에 CEO의 메시지를 한 줄 내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평소 서핑을 즐긴다고는 하지만, 국기를 들고 하는 영상에서 자칫 실수라도 하면 큰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를 했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저커버그는 왜 이렇게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홍보(PR) 시도를 하는 걸까? 메타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빅 테크 기업들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알리는 광고와 달리 홍보는 고객은 물론 정부를 상대할 때 필수적인 작업이다. 오픈AI가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베꼈다는 의심을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이를 해명하면서 여론을 살핀 것도 그렇다. 테크 기업들은 빠르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규제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운명이 좌우될 수 있고, 그 규제는 정부와 유권자가 기업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느냐로 달라질 수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나빠진 이미지 때문에 전기차의 주요 고객이었던 진보적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눈 밖에 나서 ‘CEO 리스크’의 교과서적인 케이스로 여겨진다. 그와 소셜미디어에서 격투기 대결을 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저커버그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 미움과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이번에 바이럴 된 서핑 영상을 통해 CEO가 홍보에 진심일 경우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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