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오늘은 2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올해 2월 이 지면에서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2023)를 다뤘다. 연간 800여 명에 이르는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로 저술된 책이다. 약 5개월이 흐른 지금, 대형 산재 사고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었다.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위험성평가에서 아리셀은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되었지만 이는 아리셀이 직접 만든 체크리스트로 평가한 결과였고, 결국 대형 산재사고 예방에 실패했다.
많은 산재 사고가 그렇듯, 이번 사고에는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단순노동을 하는 일용직 일자리였기 때문에 일용직이 가능한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 외국인 노동자들은 상당수 사내 하청기업 메이셀을 통해 파견되었고, 메이셀이 불법 파견을 했는지에 대해 아리셀과 메이셀이 줄다리기 중이다. 위험성에 대한 아리셀의 무감함도 있었다. 아리셀 공장의 직원에 따르면 평소 배터리 폭발이 수시로 발생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항목들을 짚어보고 있으면 신다은 기자가 책에서 지적하는 바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안전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노동자는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뒤집으면 기업이 안전해진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자본 축적이 최우선 순위인 일터에서 자본 축적과 무관하고 때로는 자본 축적에 역행하는 선택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을 택한다는 것은 시중에 널린 값싼 유해물질 대신 비싸고 무해한 물질을 부러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하청업체들끼리 알아서 소통하길 기대하지 않고 총괄 소통 담당자를 따로 뽑는 것이다. 생산과 안전이 대립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 대책을 찾고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도 감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언제 돈을 버냐고 묻는다면, 그러다 사람이 죽는 게 낫겠냐고 반문할 수밖에.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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