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러, 남북한 중 누가 더 중요한가 잘 판단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는 결국 자신에게 남북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로이터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결정적인(distinct) 위협이자 심각한(grave)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판단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우리는 이 접근 방식에 반대한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에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과 남한 모두, 역내의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나라들과는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로이터와 대통령실이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러 군사협력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러시아에 행동 변화를 요구했다. 북한에 대해선 “명백한 국제사회의 민폐(menace)”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러 관계의 향배는 오롯이 러시아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러시아가 계속 (대북제재) 유엔 결의안을 어기는 것은 한·러 관계에 명백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러시아가 불법적인 군사협력에 관여하고 있고,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군사·경제 협력 제공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내역은 무기 거래, 군사 기술 이전, 전략물자 지원 등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의 수준과 내용을 지켜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올해 9월 서울에서 한국 정보기관이 주최하는 사이버 방어훈련에 나토 동맹국을 초청해 나토와의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 가능성과, 이에 따른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 변화 방향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대해 “앞으로도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기사에선 빠진 한국의 핵무장 등에 대한 답변을 별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해법은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 합의 이후 한·미 동맹은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과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8~11일 미국을 방문한다. 8~9일 하와이를 들러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찾은 뒤, 10~11일엔 워싱턴 DC로 이동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이 나토의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8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일 정상은 지난 5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다만 각국 정상이 짧은 일정 속에 빡빡한 행사를 소화하다 보니 한·일 또는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 등 별도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건의”=이날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안에 대해 “위헌성이 더 강화됐다”며 “국민의힘에서도 재의 요청이 있어 결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심의한 뒤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일훈·박태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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