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5% 오른 일라이릴리
올해 뉴욕 증시 오름세가 매섭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등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시대 수혜가 예상되는 기술주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증시를 주도한다.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테마는 AI 말고도 더 있다. 바로 비만 치료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비만 치료제 수혜주로 꼽히며 올해만 주가가 55% 올랐다. 단기 급등한 탓에 조정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
1876년 설립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지난해부터 투자자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바이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치매 치료제와 함께 바이오 업종 내 가장 각광받는 테마로 꼽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150억달러(약 21조원)에서 2030년 770억달러(약 1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가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세계비만재단 아틀라스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1억명 중 10억명이 비만 인구로 분류된다.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이나 과체중 인구에 해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만 치료제는 더 이상 특수의약품이 아닌 대중화된 거대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여러 제약사가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일라이릴리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시장을 양분하는 분위기다. 일라이릴리 ‘젭바운드’와 노보노디스크 ‘위고비’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당분간 두 회사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올해 주식 시장에서 두 회사 주가는 치솟는 중이다. 올 상반기 일라이릴리는 연초 대비 주가가 55% 상승했고, 노보노디스크도 일라이릴리에는 못 미치지만 38%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 회사 중에서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위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조금 더 매수세가 쏠리는 모양새다. 7월 3일 기준 일라이릴리 시가총액은 8536억달러(약 1179조원)로 글로벌 제약사 중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4703억달러(약 650조원) 몸값의 노보노디스크보다 500조원가량 높다. 주가가 치솟으며 액면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전문매체 더모틀리풀의 아드리아 치미노 애널리스트는 “주식 분할 시계가 다음으로 일라이릴리를 가리키고 있다”며 “일라이릴리는 4차례 주식 분할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분할이 오래전이지만 주가가 크게 상승한 후 주식 분할에 개방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라이릴리의 최근 실적도 투자자 눈길을 끈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1분기 매출 87억7000만달러(약 12조1175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26억달러(약 3조5924억원)다. 특히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률은 시장을 크게 웃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기간 일라이릴리 영업이익률은 21%를 기록했다. 이는 업종 평균치인 6%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S&P500 평균인 13%와 비교해도 일라이릴리의 영업이익률이 두드러진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주 1회 투약하는 비만 치료제로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또, 근손실 없는 비만 치료제 등으로 확장하며 재무적 성과가 나타나는 중이다.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산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올해 실적 추정치가 계속해서 상향 조정되는 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주가 하락 시 적극 매수
일라이릴리가 당분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지난해부터 주가가 단기에 치솟은 탓에 기업가치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주가 상대강도지수(RSI)를 기반으로 S&P500 종목 가운데 올 상반기 가장 과매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10개 종목을 추렸다. 과매수된 주식은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10개 종목 중에서도 CNBC는 가장 과매수된 종목이 일라이릴리라고 소개했다.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기를 거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팩트셋에 따르면 일라이릴리 목표주가는 886.44달러다. 7월 3일 종가 898.1달러보다 낮은 수준에서 목표주가가 형성돼 있다. 주가에 적용되는 배수도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일라이릴리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34배다. S&P500 구성 종목 중 상위 2%, 동일 업종 내 상위 4%에 해당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67배로 S&P500 구성 종목 중 상위 1%, 동일 업종 내 상위 2% 수준이다. 이미 주식 시장에서 높은 배수를 적용받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시장 환경도 다소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비만·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약가 인하를 요구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공동 칼럼을 통해 제약사를 대상으로 비만·당뇨병 치료 약물(GLP-1)의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비만·당뇨 치료에 대한 처방약 가격의 대폭 인하를 거부한다면 그것을 끝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초기부터 환자의 약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9월에는 고가 의약품 10개 품목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대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약가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일라이릴리의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만 치료제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암젠, 화이자,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등도 비만 치료제 신약 개발에 한창이다. 물론 시장에서는 일라이릴리의 높은 점유율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경쟁 심화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장기 성장성은 확실하다는 점에서 분할 매수를 이어가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전히 주 1회 투약하는 비만 치료제를 향한 글로벌 수요를 일라이릴리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장 증설을 통한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는 시점까지 시장 지배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발 주자들이 아직 비만 치료제 임상을 통한 검증에 급급한 상황이라는 점도 일라이릴리의 점유율 유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후발 주자가 진입하더라도 일라이릴리의 파이프라인 잠재성이 아직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는 투자자가 향후 주목해야 하는 지표로 일라이릴리의 생산능력 증대 속도와 회사가 제시할 실적 추정치 변화를 꼽았다. 앞으로 발표될 적응증 확대 임상 시험 데이터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당분간은 일라이릴리의 시장 지배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시장 자체 조정기가 올 수 있다.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제약사다. 비만 치료제 약가에 대한 정치권 이슈로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에서는 적극적으로 비중을 확대하길 추천한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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