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합, 이 케미 신선하다...마황은 튼동님의 웃음 버튼

안희수 2024. 7. 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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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57)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소속 선수 황성빈(27)이 자아내는 케미스트리가 묘한 웃음 포인트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올스타전. 9번 타자·중견수로 출전,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드림 올스타 외야수 황성빈은 등장만으로 '베스트 퍼포먼스상' 수상을 예고했다. 유명 배달앱 라이더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착용하고, 그 배달앱의 상징적인 색(민트)으로 도색한 스쿠터에 올라타 그라운드를 누빈 것. 헬멧에는 '배달의 마황'이라고 새긴 종이 문구를 붙였다. 마황(마성의 황성빈)은 올 시즌 황성빈이 얻은 별명이다. 안타뿐 아니라 전반기 비범한 허슬플레이로 야구팬을 열광시킨 그 기운을 배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스쿠터에 오른 황성빈의 모습을 보며 1루 주루 코치로 그라운드에 나가 있었던 김태형 감독은 웃음을 터뜨렸다. 황성빈이 투수 김영규를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배달 완료'라는 문구를 새긴 피켓을 들어 보였을 때도 마찬가지. 아예 1루 관중석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황성빈이 준비한 퍼포먼스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황성빈이 배달라이더 복장으로 4회 마운드에 오른 박세웅에게 로진을 배달하고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4.07.06.

스타플레이어도 휘어잡는 '큰 형님' 카리스마. 단기전 승부사 기질과 더불어 김태형 감독이 명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힘이다. 선수 시절 팀 내 대표 타자였던 외국인 선수 타이론 우즈를 커튼을 치고 혼낸 일화도 유명하다. 

선수 입장에선 다가가기 힘든 선배일 수밖에 없다. 그런 김태형 감독이 롯데에 부임한 뒤 유독 자주 웃는 것 같다. 상황도 여러 가지다. 1-14, 13점 차를 뒤집고 무승부(15-15)로 끝낸 지난달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웃음을 보인 장면이 중계 화면을 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황성빈은 김태형 감독의 웃음 버튼(여러 번 보아도 계속 웃게 만드는 요소, 또는 그러한 요소가 들어 있는 콘텐츠)이 된 것 같다. 혼낸 뒤에도 웃는다. 지난달 27일 KIA전에서 나온 사제 사이 케미가 큰 화제를 모았다. 

상황은 이랬다. 황성빈은 6회 말 무사 1루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후속 타자 윤동희가 가운데 외야 깊은 위치에 타구를 보냈을 때 리터치 뒤 2루 쇄도를 시도하지 않았다. 2루 주자 손성빈은 3루를 밟았지만, 황성빈은 1루에 머물렀다. 그의 주루 능력을 고려하면 의아한 상황이었다. 

중계 화면을 통해 김태형 감독이 굳은 표정과 함께 손짓을 하는 장면이 잡혔다.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황성빈은 멋쩍은 표정으로 김 감독을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에게 인사를 했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마치 "잘못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 같았다. 

롯데는 이어진 상황에서 전준우가 좌중간 2루타를 치며 주자 2명으로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더그아웃 입구에 있던 김태형 감독은 물통을 거꾸로 잡은 뒤 황성빈에게 꿀밤을 하려는 포즈를 취했다. 황성빈이 움찔하는 모습도 전파를 타 야구팬은 다시 웃었다. 

지난달 26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리터치 플레이를 두고 지적하는 김태형 감독. 멋쩍은 표정을 지은 황성빈은 이후 고개를 숙여 웃음을 자아냈다. 득점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황성빈은 꿀밤 제스처를 하는 김 감독에 움찔했다. 상황이 종료된 뒤 미소를 지어보이는 김태형 감독. 사진=티빙 중계 화면 캡처

하이라이트는 다음 장면. 카메라가 의자에 앉은 김태형 감독을 클로즈업했는데, 김 감독이 잠시 뒤 피식하고 웃어버린 것. 

당시 장면은 6월 치고 올라선 롯데 더그아웃 분위기를 대변했다. 성장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주전 라인업을 재편한 롯데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월간 최고 승률(0.607)을 기록했다. 황성빈은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로 떨어지며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바꾼 '체인저'였다. 칭찬에 인색한 김태형 감독도 예쁠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황성빈의 좋은 기운은 올스타전까지 이어졌고, 김태형 감독은 또 한 번 선수 덕분에 웃었다. 야구팬도 생소한 튼동님의 진짜 웃음을 보며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후반기 이들의 케미가 또 등장할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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