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신드롬' 美쳤다…'파묘' 천만 그 후, TV→극장 장악했다 [엑's 초점]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무더위를 날릴 오컬트 장르가 방송가를 장악하고 있다. 호불호가 갈렸던 소재였던 만큼, 대중성까지 잡고 안방극장에 모습을 비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정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1,100만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이례적 성과를 남겼다. 극장가 비수기 흥행인 점에 더해 K오컬트의 새 역사를 쓴 놀라운 성과다.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옮기게 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그린 작품이다. 오컬트 장르는 오랫동안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로 여겨져왔다.
오컬트(occultism)는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뜻한다. 무속신앙, 풍수질, 음양오행 등 다소 낯선 민속학 사상들이 내용에 담긴다.
지난해 6월 안방극장에는 김은희 작가의 SBS 드라마 '악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러나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인 만큼, 이후 오컬트 장르의 작품을 쉽게 만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영화 '파묘' 천만 기록이라는 성과로 대중성까지 사로잡자 여기저기서 샤머니즘에 기댄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예능으로는 SBS '신들린 연애'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신들린 연애'는 각 분야 점술가 남녀들이 직접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SBS플러스, ENA '나는 솔로'를 제친 화제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키워드 트렌드 랭킹 서비스인 랭키파이가 최근 발표한 7월 1주차 연애 예능 프로그램 순위에서 5만 1374포인트를 기록해 '나는 솔로'(2만 6803포인트)를 밀어내고 1위에 등극했다.
OTT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 7월 1일부터 7일까지 조사한 누적 시청시간에서 방송 3주차만에 5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나는 솔로(7위)에 앞섰다. 1주차 24위, 2주차 8위를 기록한 뒤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대 동영상 플랫폼 뷰(VIU) 인도네시아에서도 2주 연속 인기 예능프로그램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추리 예능의 대가 정종연PD의 신작 넷플릭스 예능 '미스터리 수사단'에서도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내용이 담긴다. 사이비 집단, 기이한 사건 등을 엮어 오컬트 장치를 더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덱스와 조여정, 고규필이 함께한 최병길 감독의 U+모바일TV '타로: 일곱장의 이야기'(이하 '타로')는 '타로'는 현실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불현듯 나타난 타로카드의 예견에 섬뜩한 운명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펼쳐지는 잔혹한 호러 미스터리를 그린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타로'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칸 시리즈 단편 경쟁 부문으로는 국내 최초로 초청됐으며, 올해 칸 시리즈 장편, 단편,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진출작 중에 유일한 K 콘텐츠로 이름을 올렸다. ‘타로’ 측은 국내 최초로 칸 시리즈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라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극장개봉했다. B급 코미디와 오컬트를 접목한 '핸섬가이즈'도 상영 중이다.
티빙 '샤먼: 귀신전'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 귀신전'은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 과정을 따라가보며, 지금도 여전히 한국 문화에 남아있는 샤머니즘에 대해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콘텐츠는 지난 주 티저와 메인 예고를 공개하며 2년여간의 제작 기간 동안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우리 민족이 쌓아온 한국의 샤머니즘을 다각도로 담아낼 것을 예고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지태, 옥자연이 출연하며 오는 11일 공개된다.
이렇듯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오컬트 장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샤머니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들린 연애' 김재원 CP는 "미신을 조장한다기보다 핵심은 인류 역사 속에 있던 역술가들이었다"며 "미래를 보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 아닌가. 이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딜레마를 어떻게 보여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신을 조장한다기보다, 4조원에 육박하는 이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점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오컬트 장르와 샤머니즘이 콘텐츠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고려는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호불호가 갈렸던 오컬트 장르 콘텐츠의 변화와 흥행에 기대감이 더해지는 시점이다.
사진=각 방송사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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