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반도체 반등 시작인데…노조 총파업 선언에 불안한 삼성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8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한 건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전삼노는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조합원을 위한 보상 요구 등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삼노는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삼노는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6540명이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이날 노조 추산 참여인원은 4000명, 경찰 추산 인원은 3000여 명이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날 “회사는 10년 넘게 위기상황을 강조하며 복지를 축소하고 정당한 임금인상을 외면하며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왔다”며 “합리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급에 대한 투명한 제도 개선, 축소된 복지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올해 기본 인상률(5.1%)에 동의하지 않은 조합원 855명에게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고, 회사가 정한 경제적 부가가치(EVA)에 따른 초과 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 개선 등을 요구했다.
전삼노는 앞서 이번 총파업의 목적을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고 밝혔다. 이날도 “생산 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 대다수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이다. 현장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파운드리 클린 라인이 멈췄다’ 등의 문구가 뜨자 조합원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 측은 “파업을 앞두고 철저히 대비해 생산차질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사업장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멈추면 피해액이 크다. 2018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발생한 28분간 정전으로 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삼노는 오는 10일까지 파업을 이어가고, 노사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15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오랜 불황 끝에 훈풍이 막 불기 시작한 상황에 찬물을 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 판매 호조 등으로 DS부문이 약 6조원대 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DS부문의 상반기 목표 달성 장려금(TAI)을 월 기본급의 37.5∼75%로 공지하고 지난 5일 지급했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파업이 이런 상승세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고객사와 신뢰가 중요해 노조가 ‘생산 차질’을 언급하는 상황을 불편하게 보고 있다. 파업으로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 실적 회복도 속도가 늦춰져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반도체 부문 직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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