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도 있어요, 등 굽은 분이 적답니다" 이 운동은?

남해시대 류민현 2024. 7. 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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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궁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고, 잡다한 일상사를 잊고 마음을 비우게 하며, 바른 자세와 힘의 균형, 집중과 심호흡, 쏘기와 걷기를 반복하는 운동이므로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에 두루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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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벽 여는 궁도인 임복동-강문순 "활터, 일상사 잊고 마음 비우게 하는 여백의 공간"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해시대 류민현]

 임복동·강문순 부부 궁사. 두 궁사 모두 팔순이 넘었지만 30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국궁 수련을 한다. 박해동 명궁회 회장에 따르면 80세 넘는 부부가 30년 이상 국궁을 함께 해 오고 있는 경우는 이 노부부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 남해시대
강진 바다를 바라보는 봉강산 마루에 자리 잡은 남해궁도장 금해정(錦海亭), 팔순 중반 노부부가 새벽을 깨우며 하루도 빠짐이 없이 국궁을 수련하며 건강을 지키고 있어 생활체육인의 모범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임복동(85), 강문순(82) 어르신 노부부다. 

두 사람은 새벽마다 함께 활터에 나온다. 한겨울에도 빠짐없다. 활을 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임 어르신이 관중을 하면 강 여사가 "아이고야, 잘한다야" 감탄하고, 또 강 여사가 관중을 하면 임 어른이 "허 참네. 웬일이고!" 하면서 맞장구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바늘과 실처럼 30년 넘게 활터에 같이 다니며 오순도순 참 정답다. 지난 6월 23일 금해정에서 만난 생활체육 궁도인 노부부의 정심정기(正心正己) 활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부 합산 70년 궁력
 
 임복동 어르신이 활과 화살을 당기고 있다.
ⓒ 남해시대
- 두 분의 국궁 경력은 얼마나 됩니까?

"나는 우리 금해정이 남산에 있을 때 1986년에 집궁을 했습니다. 올해 38년째가 됩니다. 강 여사는 역시 남산에 있던 금해정에서 1993년에 집궁을 했습니다. 올해로 31년째가 됩니다. 나와 아내의 국궁 경력을 합하면 70여 년이 되는 셈입니다. 우리 금해정이 낳은 국궁 명인인 박해동 대한명궁회 회장님의 말에 의하면 '80세 넘은 부부가 30년 이상 국궁을 함께 해오는 경우는 현재 대한궁도회에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국궁을 오래도록 해온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국궁을 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습니다. 우선 건강에 좋습니다. 지금도 국궁인 중에는 70대, 80대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90대도 있습니다. 국궁을 오래 하신 분들은 등이 굽은 분이 적은 편입니다. 늘 몸을 바로 해서 활을 쏘기 때문입니다.

궁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고, 잡다한 일상사를 잊고 마음을 비우게 하며, 바른 자세와 힘의 균형, 집중과 심호흡, 쏘기와 걷기를 반복하는 운동이므로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에 두루 아주 좋습니다. 그 심오한 맛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금해정은 전국에 있는 400여 개의 활터 중에 가장 아름다운 활터 중의 하나입니다. 사천만까지 연결된 호수 같은 강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활을 내다보면 절로 힐링이 됩니다. 이런 활터에서 활을 내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활터에서 활을 내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강문순 어르신이 활과 화살을 당기고 있다.
ⓒ 남해시대
- 남해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국궁이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우리 부부는 진주가 고향입니다. 나는 진주에서 27살 때인 1966년도에 남해에 선반기술자로 들어와 이듬해에 강 여사와 결혼해 지금까지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 귀촌인입니다. 해방을 기준으로 해서 6.25전쟁을 거치면서 1950년대까지 남해에 들어온 분들을 귀촌 1세대라고 한다면, 우리는 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에 들어온 귀촌 2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귀촌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현지인들을 많이 사귀고 잘 어울려야 합니다. 활을 쏘면서 남해토박이 분들을 많이 알고 교류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남해에 안착을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 부부가 국궁을 함께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좋은 점이 많습니다. 부부가 같이 국궁을 했기 때문에 국궁을 30년 넘게 이어 올 수 있었습니다. 활이라는 공동의 영역이 생겨서 이동할 때 같이 걷기를 하거나 한 차량으로 활터에 같이 가는 등의 시간 관리가 쉽습니다.

무엇보다 활쏘기라는 공통 주제가 있기 때문에 대화가 마르지 않습니다. 그날 그날 활터의 일상이 모두 대화거리입니다. 또 전국의 여러 활터를 같이 가보게 됩니다. 여기저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가족 여행을 덤으로 하면서 추억을 공유하게 됩니다." 

- 국궁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화살 5개를 연속으로 과녁에 맞춘 것을 궁도에서는 '몰기'라는 표현을 씁니다. 두어 달 전에 제가 몰기를 했고 며칠 전에 강여사가 몰기를 하였습니다. 팔십 중반 나이를 극복하고 145m에 이르는 과녁까지 화살을 보내어 연속 다섯 번 맞췄습니다.

이는 체력이 받쳐줘야 하고, 집중력과 기술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금해정 사우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몰기를 오랜만에 했는데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강여사가 전국궁도대회에서 3등을 2번 한 적이 있고, 나는 1991년 영남궁도대회에서 1등을 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 궁도에 입문하고자 하는 군민에게 하실 말씀은?

"인근 하동만 하더라도 9개의 활터가 있고 400여 명의 궁도인이 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요즘 도시 쪽에는 젊은 층이 궁도장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돈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남해에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활터가 있는 줄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아름다운 활터에서 비움과 몰입, 정심정기(正心正己)의 활을 즐기면서 지혜롭게 건강을 관리하는 생활체육인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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