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필수과 안 돌아갈 것" 정부 복귀 대책, 전공의 반응은
정부가 5개월째 집단사직 상태인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행정처분 철회·수련 특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키를 쥔 전공의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분위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브리핑을 통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와 9월부터 수련하는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는 사직 전공의에 대해선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직 1년 내 동일 과·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꾸거나 전문의 시험 기회를 추가로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전공의 사직 초반 '기계적 법 집행'을 강조했던 정부가 크게 물러난 모양새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여전히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핵심 요구인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 등이 수용되지 않으면 돌아갈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상대적으로 보상은 낮지만, 업무 강도·위험도는 높은 필수과 전공의일수록 강한 분위기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A씨는 "응급의학과는 소송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소득도 보장되지 않는다면 굳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직한 것"이라며 "앞으로 일반의로 일하는 한이 있어도 다시 수련 받으러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의료체계는 전공의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어렵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며 "정부가 '(이번에 복귀하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허세라고 본다"라고도 덧붙였다.
전공의들이 주로 모이는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도 "가을턴(9월부터 수련 시작하는 것) 열어주는 건 정부의 갈라치기", "우리가 얻어낸 게 없는데, 왜 돌아가느냐"처럼 단일대오를 지키자는 취지의 글이 줄을 이었다.
반면 일부에선 병원 복귀를 고민 중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1년 차 전공의 B씨는 "그래도 전문의를 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자격 취득 생각이 남은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해준다면, 조정해주지 않을 때보다는 조금이나마 복귀를 고민할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9월 하반기 모집에서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열어 조금이나마 복귀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실제 응시하는 전공의가 적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원자가 있더라도 피부과·안과·성형외과 같은 인기과와 '빅5' 등 서울 대형병원에만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빅5 병원 필수과 사직 전공의 C씨는 "정말 전공의를 하기 싫어서 나왔기 때문에 사직 처리되면 군대 다녀올 생각"이라며 "대부분의 필수과는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9월 모집에 지원자가 있어도 지방 병원 전공의가 수도권으로 올라오려는 움직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의 한 고위 관계자도 "병원이나 과를 옮겨서 복귀하려는 전공의가 일부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마저도 흔히 말하는 인기과에 몰릴 것"이라며 "(전공의가 없어) 당직 시스템 유지 등이 힘든 필수과에 오려는 전공의는 별로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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