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심 잡자”…불황 속 ‘승승장구’ 패션플랫폼, 中 쉬인 공습에 긴장

김경미 2024. 7.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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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는 지난 3월 여성 패션·잡화 브랜드의 2024년 봄·여름(SS) 상품을 큐레이션 해 선보이는 ‘우먼패션뷰’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 무신사


2030 여성 고객을 겨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몸집이 가벼운 중소 브랜드와 손잡고 급변하는 취향에 빠르게 대응하면서다. 하지만 글로벌 1위 패션기업으로 성장한 ‘중국판 유니클로’ 쉬인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성 패션 시장은 ‘쑥쑥’


불황으로 인한 소비 침체로 유통업계 대부분이 성장 정체를 고민하지만, 20·30대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패션 플랫폼들은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무신사의 온라인 편집숍 29CM는 올해 상반기(1~6월)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다고 8일 밝혔다. 판매 상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 패션 거래액이 65% 늘어나며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29CM를 담당하는 무신사 관계자는 “주 이용 고객인 25~39세 여성의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여성 패션 브랜드를 선별적으로 입점시켰다”며 “그 결과 구매력이 큰 고객의 유입이 활발해졌으며, 연내 거래액 1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29CM 누적 회원 수는 850만 명으로 늘었고, 월평균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 금액)가 18만3000원을 넘었다.

지그재그는 ‘화요쇼룸’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 2~3곳을 선정하고 관련 콘텐트와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집중 홍보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 판촉을 위한 ‘화요쇼룸’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화요쇼룸은 격주로 2~3개 패션 브랜드를 선정해 이에 대한 집중 홍보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다. 지난달 화요쇼룸 첫 회에 소개된 디자이너 브랜드 ‘아위’는 기획전이 진행된 3일 동안 매출이 11배로 뛰었고(전주 대비 1023% 증가), 함께 소개된 ‘몽돌’ 역시 매출이 418% 증가했다.

카카오 스타일 관계자는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인 브랜드를 집중 조명하는 단기 기획전으로 참여 브랜드의 매출 상승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며 “2030 여성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더 많은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리, 3조 유니콘 ‘눈앞’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패션 업계 비수기 시작에도 쇼핑몰 활성화를 통해 일 사용자 수(DAU)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에이블리는 2018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몸집을 키워 사용자 수 기준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 5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833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하루이용자수(DAU) 200만 명을 돌파했다.

에이블리는 서울 동대문패션시장을 기반으로 저렴한 보세옷을 세대별, 취향별로 분류해 소비자에게 추천·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259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하며 출범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고객의 취향에 맞게 상품군을 다양하게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로부터 3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약 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충성도 높은 2030 여성 고객층을 보유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지난 1월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올해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겠다”며 “북미·아시아 등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中 쉬인 공세 막아낼까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 오프라인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시민들이 매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패션 플랫폼들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처지다. 이들을 긴장케 하는 변수는 중국의 글로벌 패션 플랫폼 쉬인이다. 이날 쉬인은 서울 성수동에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오는 14일까지 7일간 운영되는 이 매장에서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쉬인의 주력 상품과 서브 브랜드 데이지의 제품이 전시 중이다.

전 세계 150여개국에 진출한 쉬인은 지난해 순이익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거두며 경쟁 브랜드인 자라, H&M의 실적을 넘어섰다. 쉬인은 지난 달 데이지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배우 김유정을 선정하며 “한국 고객의 요구(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성비 높은 고품질 제품을 제공하겠다”며 국내 시장 대한 마케팅 강화 방침을 밝혔다. 초저가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접수한 쉬인이 중소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국내 패션 플랫폼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중국 플랫폼의 품질 관리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쉬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장화에서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발암물질(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이 기준치의 680배 넘게 검출됐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쉬인은 생산과 유통·판매를 겸하는 수직적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 패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파괴적일 수 있다”면서도 “품질과 안전성에서 뒤떨어지는 점은 국내 시장 안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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