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복귀 전공의도 행정처분 않기로…'9월 수련' 복귀시 특례
정부가 병원을 떠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일괄적으로 내리지 않기로 했다. 사직 전공의가 오는 9월 수련에 들어가는 하반기 모집으로 복귀하면 수련 공백을 줄여주는 특례를 적용한다. 의료 공백이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돌아올 기미가 없는 전공의들에 복귀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제시한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이목이 쏠렸던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은 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됐다. 이미 현장에 돌아와 근무 중인 전공의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더 많은 전공의 복귀를 끌어내고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조규홍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련 현장 건의와 의료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4일 전공의들에 내린 진료유지·업무개시 명령을 철회하면서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도 중단했다. 다만 미복귀 전공의 처분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고심을 이어왔다. 정부 관계자는 "미복귀자 강경 처분 시 돌아오고 싶은 사람도 동료 (전공의) 눈치가 보여서 복귀를 못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처벌해도 실효성이 없는 만큼 별도 조치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 절차에도 속도를 붙인다. 미복귀 전공의를 최대한 빠르게 가려내는 한편, 사직 후에도 복귀 의사가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투트랙'으로 간다.
우선 각 수련병원에는 이달 15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달라고 밝혔다.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귀·사직 전공의를 명확히 구분해야 9월부터 수련에 들어갈 인턴·레지던트 모집 규모와 선발 일정 등을 확정할 수 있다.
복귀한 전공의와 하반기 모집에 재응시하는 사직 전공의에겐 수련 특례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올 상반기 이후 생긴 공백 기간에도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연차별·복귀 시기별로 특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련 도중 사직하면 1년 내 동일 과·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꾸는 한편, 전문의 추가 시험 기회를 주고 군대 입영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 다른 병원의 다른 과 전공의로 넘어가 수련을 이어가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
전공의들에겐 복귀를 재차 촉구하고 2026학년도 이후의 의료인력 수급 추계에 전공의 의견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반적인 진료체계와 전공의 근무·교육 여건의 개선도 내세웠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전공의법은 2026년 시행 예정이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연내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국가 지원도 강화한다. 또한 중증·전문의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 업무를 재설계하는 등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계속 버티는 전공의는 불이익 없이 수련 현장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반기 복귀 기회가 닫히면 일체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미복귀하는 전공의에겐 특례 대신 기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9월 복귀문을 확 열어주는 대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자료를 내고 "의사 집단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련체계 연속성 등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걸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로 전공의들이 실제로 병원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전공의들이 내년도 의대 증원 철회 등이 없다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많은 전공의가 연락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수련병원의 사직 수리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될지도 안갯속이다. 빅5 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정부가 아직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정부로선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고, 전공의들에게 공이 넘어갔다"면서 "전공의도 병원으로 돌아온 뒤 의료개혁특위 등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ㆍ남수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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