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풀리지 않은 '설득과 변심'의 미스테리… 제대로 납득시켜야 '홍명보호' 순풍 받는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신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을 발표하면서 꼭 해야 했던 일 중 하나는 그에게 부담이 가장 덜한 발표 내용과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표 이튿날이 되도록 여론은 홍 감독을 사방에서 질타하고 있다.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축구협회는 앞선 7일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 감독이 발표 후 비판에 직면한 이유는 울산에 남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가 별다른 징후도 없이 이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직후부터 최우선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그때마다 홍 감독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딱 잘라 안 간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거나, 자신보다 나은 감독이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거론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등의 표현을 썼다. 지난달 30일 포항스틸러스와 경기하기 전에도 취재진을 만나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공식 접촉은 없었다는 게 홍 감독과 축구협회의 일관적인 반응이었지만 최근까지 축구협회 전무로서 핵심 행정가였던 홍 감독에게 무려 5개월 동안 물밑접촉도, 어떠한 교감도 없었다는 게 더 이상했다. 홍 감독이 어느 한 순간 마음을 돌린 게 아니라 오래 고심했고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면, 이 기술이사의 브리핑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
브리핑 후 기자회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속시원한 설명을 기대하는 질문이 거푸 이어졌다. 이는 이 기술이사의 모두발언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이 되지 않아서였다. 이 기술이사는 외국인 후보 두 명과 미팅하고 돌아오자마자 만나 설득했다며 "5일 금요일 경기 후 밤 11시 홍명보 감독님을 만났다. 다음날 오전 9시에 홍명보 감독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토요일부터 울산 김광국 대표에게 간곡한 부탁을 드렸다"고 말했을 뿐이다.
먼저 어떤 조건으로 홍 감독의 마음을 돌렸냐는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즉답을 하지 않고 빙 돌려 애매한 대답을 했다. "강화위에서 최종 후보로 준 3명에 대해 공정하게 봐야 했다. 홍명보 감독이 날 만나줄지, 미팅이 가능할지 고민과 두려움도 있었다. 외국인 감독 두 명을 미팅하고 온 뒤 그분들의 철학을 듣고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임해준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홍 감독이 나를 처음 봤을 때 '절차상 온 가냐' '그 안에서 날 얼마나 평가했냐' 우선 두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를 설명했다. 그 다음 왜 한국 대표팀에서 헌신해줘야 하는지 설명했다. 몇 차례나 부탁했다"고 했다.
이런 묘사만으로는 이 기술이사를 만난 단 한 자리에서 설득됐다는 말에 불과했다. 그 자리에서 이 기술이사가 아무리 간곡하게 말했든 홍 감독이 하룻밤에 갑자기 마음을 바꾼 꼴이다.
납득하지 못한 다른 기자가 홍 감독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전임자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시절부터 물밑 접촉과 꾸준한 설득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 기술이사는 완전히 생뚱맞은 두 외국인 감독의 탈락 이유를 길게 이야기하며 "저를 비난하셔도 좋다"는 개인적인 말을 할 뿐이었다. 기자가 재차 대답을 요구하자 "위원장 업무를 이어받은 직후에 출국해야 했고, 그 전에는 제가 홍 감독을 접촉한 적이 없고 접촉해서도 안 됐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이 위원장이 직접 홍 감독을 접촉한 건 단 한번이겠지만 여전히 홍 감독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술이사는 홍 감독의 연봉 규모에 대해 "외국인 감독과 한국인 감독 동등하게 진행했다.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한국 감독들도 외국인 감독 못지않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식적인 설명이지만, 홍 감독이 대표팀에 간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던 축구팬들에게 그나마 말이 되는 설명이 이것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홍 감독은 '외국인 감독급 연봉에 혹해 울산을 버린' 사람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홍 감독에 대한 접촉과 설득 과정이 있었다 해도, 홍 감독이 아무 교감 없는 척 했던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축구계에서 협상 과정에 대해 실시간으로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결론이 난 뒤에 만약 해명하고 설명할 일이 있다면 그때 충실하게 해도 늦지 않는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에 대한 사명감과 자신감으로 대표팀을 내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으나, 울산 감독이라는 신분에 충실하기 위해 그동안 고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형태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면 가능한 만큼 공개하는 것이 단 하룻밤 집앞에서의 만남으로 마음을 정했다는 극적인 시나리오보다 훨씬 납득할 만하다. 지금은 홍 감독 선임 자체가 비판받는 것에 더해 밀실행정, 탑다운 선임이라는 비판이 겹쳐 있다. 이대로는 2027년 아시안컵까지 이어지는 홍 감독의 임기가 지지를 받으며 시작될 수 없다.
시선은 홍 감독의 입으로 집중된다. 홍 감독은 10일 울산과 광주FC의 K리그1 경기를 지휘한다. 이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게 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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