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에선 극I, 타석에선 극E…‘몰아치기 달인’ 롯데 레이예스 “가을야구 선물할게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몇 년간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기대를 안고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자기 몫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2년 롯데는 직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외야수 DJ 피터스를 영입했다. 그러나 방망이 부진으로 7월 방출 통보를 내리고 외야수 잭 렉스를 새로 데려왔다. 7월 후반부터 합류한 렉스는 남은 56경기에서 타율 0.330 8홈런으로 활약해 롯데와 재계약했다. 그런데 이듬해 들어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지면서 역시 7월을 넘기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절실했던 롯데는 다시 퇴출을 결정했다. 이어 내야수 니코 구드럼을 영입했지만, 구드럼 역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으면서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롯데와 재계약하지 못했다.
실패 사례가 계속된 롯데의 다음 선택은 우투양타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였다. 신장 1m96㎝·체중 87㎏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1994년생 레이예스는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에서 홈런 20개를 터뜨린 장타력을 인정받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어 올 시즌 80경기에서 타율 0.346 7홈런 69타점 43득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내며 롯데의 어두웠던 역사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레이예스는 “내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동료들이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다. 나 역시 KBO리그를 끊임없이 배우면서 좋은 기록을 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특히 한국 투수들은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웃었다.
레이예스는 3월 개막부터 지난달까지 단 한 번도 월간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3월 0.393를 시작으로 4월 0.333, 5월 0.302, 6월 0.398로 기복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 집중력을 나타내는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레이예스가 올 시즌 2안타 이상을 때려낸 게임은 모두 32차례로 이 부문 KBO리그 전체 5위다. 이를 세부적으로 나누면, 2안타 경기는 22번(공동 6위), 3안타 게임은 7차례(공동 12위), 4안타 경기는 3회(공동 1위)가 된다. 레이예스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다만 어릴 적부터 많은 선생님들께서 ‘2스트라이크 이후라도 너는 적극적으로 스윙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가르쳐주신 부분을 늘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유독 외국인 타자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키움 히어로즈 로니 도슨과 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 등 여러 선수들이 타격 상위권에서 경쟁 중이다. 레이예스 역시 기록에선 이들에게 뒤지지 않지만, 차이점이 하나 있다. 대다수 외국인 타자들과 달리 내향적인 성격의 선수라는 점이다. 옆에서 대화를 돕던 오진모 통역은 “MBTI(사람의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치면 레이예스는 내향형 I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I”라고 귀띔했다.
타석에선 한없이 적극적이지만, 사석에선 누구보다 진중해진다는 레이예스는 “내가 봐도 성격이 외향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다. 아직 나를 잘 모르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 장난도 치려고 한다. 다행히 내 마음을 아는지 동료들이 많이 호응해주고 있다”고 웃었다.
레이예스는 2022년 양쪽 햄스트링을 다쳐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주루와 수비에서 전력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뛸 때는 뛰고, 슬라이딩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몸을 날리면서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몸이 온전치 않은데도 단점을 느끼게 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 80경기를 모두 출전했다는 점도 고맙다”며 레이예스를 전반기 MVP로 꼽기도 했다.
레이예스는 “롯데가 지난 몇 년간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 올 시즌 출발이 쉽지는 않았지만, 꼭 감독님과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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