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땐 '반극우' 선거뒤엔 '반마크롱'…좌파가 프랑스 흔들다

서유진 2024. 7. 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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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돌풍을 저지하고 깜짝 1위가 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사회당·공산당·녹색당 등 좌파 정당이 뭉친 연합체다.

이들 정당은 평소 추구하는 경제정책이나 이념은 일치하지 않았으나, '극우의 승리만은 막아보자'는 목표로 뭉쳤다.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이 압승을 거둔 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한 것이 계기였다.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극우 돌풍을 저지하고 깜짝 1위가 됐다. 사진은 NFP에 속한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대표인 장 뤼크 멜랑숑(왼쪽 끝)이 환호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렇게 '반(反)극우'로 뭉친 NFP가 총선 결과 의회 제1당이 되자 이제 사사건건 마크롱 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실제 NFP의 공약 상당수는 그간 마크롱 대통령이 추구해온 중도 우파 성향의 개혁 정책을 폐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24는 7일(현지시간) "NFP는 인기 없던 마크롱 정책과의 결정적인 단절을 약속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평했다.


"연금 2년 빨리 받자…부자 세금 더 내라"

대표적인 게 연금 정책이다. NFP는 프랑스 내에서 반발이 컸던 ‘마크롱표’ 연금 개혁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마크롱은 재정 적자를 개선하고 연금 고갈을 막겠다면서 연금 개혁에 착수했다. 연금개시 나이(정년)를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늦추고,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1년 더 늘리는 게 골자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마크롱은 헌법 조항을 이용해 하원 표결을 생략하면서 지난해 개혁법을 밀어붙였다. 이에 노조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마크롱의 인기도 급락했다.

반면 NFP는 정년을 62세에서 60세로 2년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필요한 재원은 부자 증세 등으로 마련한다는 구상인데, 이 역시 고소득자·기업 등의 세금 감면을 추구하는 마크롱 정부의 기조와는 반대다.

좌파연합(NFP)에 속한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대표인 장 뤼크 멜랑숑(가운데)이 지난 5일(현지시간) NFP 후보 아델 아마라를 지지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만난 가운데 걷는 모습. AFP=연합뉴스


프랑스24는 "NFP는 기업에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마크롱은 지난 2017년 10월 '연대세' 항목 중 요트·수퍼카·귀금속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유세'로 불리는 연대세는 130만 유로(약 19억4000만원) 이상 자산을 가진 개인에 보유액 대비 0.5~18%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적 논쟁거리였다.

이밖에 NFP는 공공 근로자 임금과 최저임금 인상, 생필품 가격 상한선 설정, 무료 급식 실시 등 복지 확대를 천명했다. 실업 급여 수령 조건을 까다롭게 한 마크롱의 실업 보험 개혁 정책을 폐기하는 등 노동자 친화 정책도 내세웠다.

또한 마크롱 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 문턱을 높이는 법안도 백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학생, 취학 아동의 부모에게 체류 허가를 내주고, 미등록 이민자들을 돕는 구조 시설을 설치하는 친이민 정책도 내놨다.


EU "방만 재정 안돼" 경고에도 NFP "규정 거부"

NFP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유럽연합(EU)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EU는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는 국가가 있으면, 예산 수정을 요구하고 거부 시에는 벌금 등을 부과한다. 그러나 NFP는 총선 승리 확정전부터 EU의 예산규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갈등이 예상된다.

7일 총선 2차 투표 결과가 나온 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국기를 흔드는 사람들. EPA=연합뉴스


EU는 회원국의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60%와 3%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GDP의 110%와 5.5%여서 해당 기준을 초과한다.

EU 정책을 연구하는 브뤼겔 연구소의 루치노 펜치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NFP는 지출을 줄이려는 EU의 요청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면서 "EU 집행위와 국가 간 정면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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