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MBC 망가뜨리고 사적 자본에 팔 결심"
[이영광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준비해 온 방송법과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장 제1조를 읽고 있다. |
ⓒ 이정민 |
8월 방문진 이사 임기 종료를 앞두고 2인 체제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사를 선임하려고 하자 야권이 김홍일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발의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사퇴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수법을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 방통위원장으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명했다.
이 전 사장은 MBC 기자 출신으로 1992년 걸프전 당시 종군 기자로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적폐 경영진으로 활동하며 대표적인 적폐 언론인으로 꼽히는 인사이기도 하다. 이 전 사장 내정설은 김홍일 위원장 사퇴 후 바로 나왔다.
이 전 사장 방통위 지명에 대해 MBC 구성원들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4일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 |
ⓒ 이호찬 제공 |
"7, 8월이 MBC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4일)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잖아요. 이 정권은 정말 머릿속에 'MBC 장악'이란 다섯 글자밖에 없는 건가란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이진숙 후보자가 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서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갈 적임자'라고 얘기했습니다. 국민을 뭘로 보기에 이런 이야기를 뻔뻔하게 할 수 있는 걸까요?
이진숙씨는 MBC의 대표적인 적폐 인사입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김재철 사장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 노조 탄압, 법인카드 유용, 각종 특혜 의혹 등 김 사장의 온갖 악행과 기행을 앞장서 변호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본부장으로서 유가족 폄훼, 정부 비판 축소, 반도덕적·불공정 보도에 책임이 있어요. 이런 사람을 공정성·공공성을 확보할 적임자라고 하다니... MBC 장악에 급급해서 무리수를 둔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방통위의 가장 큰 문제가 2인 체제인데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은 없지 않았나요?
"민주당에 방통위원을 추천해달라 했죠. 저는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먼저 2인 체제 방통위에서 진행된 위법적인 의결들, 방통위를 통해 진행된 방송장악 시도들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죠. 방통위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한 것에 대해 법원에서 집행정지를 확정했잖아요. 결국 MBC 장악을 위한 무리한 해임 시도였다는 것이 확인됐는데도, 거기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어요. 방통위를 통한 방송장악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한데, 아예 현 정권이 방송장악을 했냐 이렇게 되물으니 황당하죠."
-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천 안 하는 거지 정부가 임명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하던데요.
"그런 주장을 펼치려면 앞서 야당에서 추천했던 최민희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죠. 최 후보자에 대해서 7개월 동안 임명을 안 하고 시간을 끌었잖아요. 최 후보자를 부적격자라고 판단했다면 부적격자라고 언급하면 되잖아요. 부적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7개월의 시간을 끈 게 정부·여당인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야당에 돌리겠다는 건 말이 안 되죠."
- 국민의힘은 최민희 의원이 이해 충돌 때문에 안된 거라고 합니다.
"관련 협회에 있었던 게 이해충돌이라 부적절하다면 부적격자라 임명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어야죠. 근데 대통령실이 시간만 끌었잖아요. 2인 체제에서 야당 측 후보자 없이 방송장악 시도를 진행하기 위해 최민희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놓고 최 후보자가 사퇴하니까 야당 측 위원 추천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죠.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본적인 설립 목적은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고, 방송의 독립 지키기 위한 것인데, 지금의 방통위는 설립 목적과 정반대로 방송의 자유를 앞장서 탄압하는 기관이 돼버렸잖아요. 그에 대한 반성이든 사과든, 방송장악 중단 선언이든, 그런 게 없는 상황에서 방통위원 추천하라는 것은 야당 측 위원은 들러리 세우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어차피 야당 추천 위원이 들어와도 5:3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을 텐데 왜 2인 체제로 갈까요?
"얼마 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을 기습 의결했듯이 대통령이 임명한 2인 체제 방통위가 방송 장악을 이어가기에 더 적합하다고 보는 거죠. 야권 추천위원이 내부에 있으면 내부의 정보 같은 것들이 외부로 공유가 될 텐데, 그것마저도 원치 않는다고 봐야죠."
- 김홍일 위원장 사퇴는 어떻게 보셨어요?
"정말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권익위원장 6개월 하다가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방통위원장 6개월 만에 또다시 내던지고, 이런 떴다방 같은 공직자가 이전에 있었나요? 저는 이전 사례를 모르겠어요.
이 정권이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보다 어떻게 하면 MBC를 장악할 것인가에만 몰두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홍일 위원장의 미션은 이동관 체제에서 시끄러웠던 방통위를 국민의 관심이 쏠리지 않게 만드는 것 아니었나 싶어요. 이동관 때와 달리 김홍일 취임 이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방송장악 도구로 활용됐죠. 상대적으로 방통위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적어졌고요.
그러면서 조용히 YTN을 유진기업에 팔아넘겼고, 그 이후엔 MBC를 어떻게 하면 쉽게 장악할 것인가 시나리오를 세우고, 방문진 선임 계획까지 의결하는 것이 김홍일의 미션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2013년 3월, 당시 MBC기획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진숙 후보자의 모습. |
ⓒ 권우성 |
-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내정설에 대해 "사실이라면 'MBC 민영화 선언'"이라고 하셨던데 왜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2010년 3월에 작성된 국정원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보면 MBC 장악의 마지막 단계가 MBC 민영화입니다. 이진숙씨는 2012년 10월, 김재철 사장 밑에서 기획 홍보본부장 맡고 있을 때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 만나서 MBC 민영화 논의를 하다가 발각됐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논의했고, 극비리에 추진하겠다는 그런 언급들도 나오는데, 한겨레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전화가 안 끊긴지 모르고 자기들끼리 계속 얘기를 나누다가 외부로 폭로가 된 거거든요.
국정원의 전략대로 김재철 체제하에서 MBC 민영화 음모를 꾸몄던 것이 이진숙씨인데, 지금에 와서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한다는 것은 이 정부가 MBC 장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MBC를 망가뜨리고 아예 사적 자본에 팔아넘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보이는 거죠."
- MBC 민영화는 국회 통과해야지 않나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결정하면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MBC의 이 큰 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요. 그럼에도 이 정권은 너무도 비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저질러 왔고, 입만 열면 1공영 다민영 이런 주장들을 하잖아요. 어떻게든 MBC를 망가뜨리기 위해서 MBC 민영화 수순을 밟으려 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
- 이진숙 후보자는 지금 방송에 대해 공기가 아닌 흉기라고 하던데.
"세월호 참사 때 보도본부장이었잖아요. 당시 MBC 보도가 사회적 흉기죠.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MBC의 적폐 경영진으로 있으면서 MBC 보도를 정권 지키기용 흉기로 사용해 놓고, 이제 와서 보도 준칙 운운하고 지금의 언론을 흉기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 이진숙 후보자는 공영방송이 노동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권력이 있다는 거죠? MBC 대다수 구성원이 언론노조의 조합원이고, 언론노조가 민주노총에 속해 있는 건 맞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문제죠? 민주노총이 MBC 뉴스에 개입하나요? 민주노총의 지침 대로 뉴스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나요?
언론 노동자로서 민주노총의 조합원인 것과 기자, PD, 제작진으로서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별개의 영역입니다. 공영방송이 독립해야 할 대상은 존재하지도 않는 노동 권력이 아니라 정치권력, 자본 권력이죠.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워서 국민 속일 생각은 접었으면 좋겠습니다."
- MBC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상당히 분노하고 있죠. MBC의 대표적인 적폐 인사인 김장겸을, 부당노동 행위로 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람을 대통령이 갑자기 사면시켜서 국회의원 자리에 앉혀줬잖아요. 근데 이제는 또 다른 대표적인 적폐 인사 이진숙까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려는 걸 보고, '역사가 이렇게 후퇴할 수 있나, 다시 2010년, 2012년 그때로 돌아가는구나'라며 내부 구성원들의 분노가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 앞으로 MBC 사장 교체 등 방송 탄압이 본격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요?
"아침마다 지하철역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규탄 피케팅을 하는데 'MBC 고생한다' 'MBC는 지켜야 된다'는 응원 메시지를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MBC마저 정권에 장악돼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 국민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강하게 싸워야죠.
방문진이 바뀐다고 MBC 사장 교체가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MBC 사장을 교체할 명분 자체가 하나도 없어요. 경영 상황도 좋고 MBC에 대한 신뢰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요. 그런데 임기가 절반도 넘지 않은 사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한다? 저는 강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정권의 방송장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함께 싸울 겁니다."
- 일부에서는 MBC 구성원들이 예전만큼 저항 못 할 거란 얘기도 있던데.
"그건 알 수 없죠. 구성원들의 분노가 얼마나 더 높아질지,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예단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싸움부터 할 겁니다. 7월 11일 오후 7시, 상암 MBC 광장에서 'MBC 힘내라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MBC마저 장악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에 반대하고, 방송 3법 개정에 찬성하는 모든 시민이 한데 모여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MBC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상암 MBC 광장으로 모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어떤 게 준비되고 있나요?
"1부는 토크 콘서트로 진행이 되고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나옵니다. 개혁신당 쪽도 섭외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요. 이준석 의원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기로 했고요. 최진봉 교수, 이상민 크리에이터, 방송인 오윤혜씨도 출연합니다. 사회는 이선영 아나운서 조합원이 맡고요.
2부는 문화제인데 아카펠라 그룹 오직 목소리, 가수 박창근씨, 그룹 노라조가 출연합니다. 가수들의 공연과 내부 구성원들의 영상 메시지,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 등을 담아서 즐겁고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유튜브로도 중계하고요. 현장에서도 최대한 많은 시민이 상암 MBC 광장 찾을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행태가 계속되다 보니 약간 무감해질 수도 있는데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부터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의 말로는 정해져 있고요.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에는 국민이 힘을 합쳐서 저항해야죠. MBC 구성원들도 굴하지 않고 MBC를 지켜내는 싸움에 나서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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