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팔뚝질할 줄 모르시죠?" 삼성전자 사상 첫 파업
[박현광 기자]
▲ 구호 외치는 삼성전자 노조원들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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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오전 11시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 도로에서 총파업 돌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8~11일 사흘 간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 박현광 |
"여러분들 팔뚝질할 줄 모르시죠?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오른팔을 들고..."
무대 위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NSEU, 아래 전삼노) 부위원장의 안내였다. 장대비 속 검은 우비, '총파업'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른 조합원들은 오른팔을 들어 앞뒤로 흔들었다. '단결 투쟁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울려 퍼지는 민중가요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열에 한둘 정도였다. 하지만 팔뚝질은 점점 노래에 박자를 맞춰갔다.
전삼노의 사상 첫 총파업 첫날 풍경이었다. 전삼노는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벌였다. ▲ 2024년도 기본인상률(3%) 거부 ▲ 초과 이익성과급(OPI) 제도 개선 ▲ 유급휴가 약속 이행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전삼노 총조합원 수는 3만 657명, 이날 현장에 참여한 조합원은 4000여 명(경찰 추산 3100명)이었다.
노동탄압 중단하고 휴가제도 이행하라.
휴가지급 약속어긴 정현호는 책임져라.
경영참패 경영진들 성과급을 반납하라.
불투명한 보상제도 투명하게 변경하라.
일방적인 임금조정 우리들은 거부한다.
노동자를 존중해야 일등삼성 가능하다.
삼성전자 공장이 가동된 이후 처음 발생한 노동쟁의였다. 이 부위원장은 집합한 조합원들과 첫 구호와 함성을 외친 뒤 "울컥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파업 참여의 가장 큰 동력은 '성과급'이었다. 현장에선 '회사는 적자, 경쟁사에 밀려도 직원 PS(성과급) 0%, 임원 보너스 3899억 좋았쓰!!' 등 성과급과 관련한 문구를 적은 피켓이 주를 이뤘다. 한 조합원은 <오마이뉴스>에 "성과급 제도가 불투명하고 불합리하다"며 "동종업계는 성과급 잔치를 하는데, 이 회사(삼성전자)는 위기라며 직원들의 의지를 꺾는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오전 11시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 도로에서 총파업 돌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8~11일 사흘 간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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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총파업 결의대회 투쟁사'에서 "외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고, 내부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파업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측은 지난 10년 넘게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복지를 축소하고 정당한 임금 인상을 외면해 왔다"며 "영업이익 40조 원에 달하더라도 위기라는 명분으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23년 적자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격려금조차 지급할 수 없다고 했지만, 임원들은 LTI(장기 성과 인센티브)로 평균 2.9억 원의 성과금을 받아 갔다고 한다"며 "사측은 직원들에게 1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할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3880억 원의 임원 성과금을 적립해 뒀다. 이 금액의 3분의 1만 사용하면 전 직원에게 격려금 1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오전 11시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 도로에서 총파업 돌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8~11일 사흘 간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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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이날 무대 뒤편에 설치한 대형 전광판에 조합원의 '실시간 댓글'을 띄워 각 지역 공장 상황을 공유했다. 이 부위원장은 'XX라인 멈춤' '화성 X라인 파리바게트 커피 3분 만에 나옴' 등의 댓글을 읽은 뒤 "생산 타격 가겠느냐, 안 가겠느냐. 무조건 간다"고 확신했다. 그러자 조합원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결의대회는 1시간 정도 이어졌다. 노조 집행부는 해산하는 조합원을 향해 "절대로 출근하지 말아 달라. 출근하면 저희가 진다"며 "3일 동안 푹 쉬고 절대로 복귀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노조는 파업 기간을 3일로 두고 사측과 협상 불발 시 또 다른 쟁의를 일으키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집행부는 이번 총파업으로 사측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성과급, 임금 인상, 유급휴가 중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오전 11시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 도로에서 총파업 돌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8~11일 사흘 간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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