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어린아이와 놀러 갈 땐 '이것' 꼭 대비하세요

강주은 2024. 7. 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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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아동 미연에 방지하려면... 지문사전등록, 충부한 사전교육 등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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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은 기자]

 2023년 발표에 따르면 매년 인파 속에 사라지는 실종아동은 2만여 명을 넘는다고 한다.(자료사진)
ⓒ 픽사베이
 
간편한 온라인 장보기에 익숙해지면서 요즘엔 마트에 갈 일이 거의 없다. 아이라도 어리면 키즈카페나 문화센터 나들이라도 갈 텐데 마트 나들이는 이미 남의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지금은 10대 후반인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만 해도 엄마들과 삼삼오오 모여 대형마트 안에 키즈카페나 레고 카페에 데려가 2시간의 장보기 시간을 벌곤 했다. 한번은 그때 지인 아이가 사라져 마트 안에서 방송을 해서 찾아낸 경험이 있다. 

"아이를 찾습니다. 아이를 찾습니다. 파란색 반바지에, 검은색 흰색 줄무늬 반 팔 티셔츠를 입은 남자아이를 찾습니다." 
"키는 125센티 정도에 마른 체형의 7살 남자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를 보셨거나 보호하고 계신 분은 information, 안내데스크로 연락 바랍니다." 

남일 아닌 내 일이 되고 보니, 예전엔 BGM 정도로만 들렸던 그 안내방송이 그토록 생생하게, 간절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생각하면 참 아찔하다. 문득 유년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찰서를 간 일이 기억난다. 

엄마 말씀으론 내가 약 4살 때라고 하셨다. 아빠가 워낙 무뚝뚝하신 편이라 내 손을 잡기가 민망하셨는지 아빠 옷자락을 꼭 잡고 따라오라고 하신 말이 뚜렷이 남는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시장통이었는데, 사람들의 다리만 나무처럼 즐비하고 바삐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아빠 옷깃을 놓칠세라 분명, 단단히 부여잡고 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뭔가 낯선 냄새가 나서 위를 올려다보니 생면부지의 사람이었다. 

타인에 대해 난생처음으로 인지한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토록 생소한 그는, 마치 동화책에서 나오는 악인이나, 증조할머니 옛날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도깨비처럼 공포스러움을 안겨준 존재, 타인이었다. 그 반갑지 않은 존재는 그 후로도 가끔 꿈속에서도 맞닥뜨리곤 한다. 이전과 달리 극심한 공포의 감정은 희석되었지만, 꿈을 깨고 나면 그 자리엔 알 수 없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남곤 했다.

당시 고마운 누군가의 손에 경찰서에 보내진 나는 종일 울다 지쳐 저녁이 되어서야 엄마 품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날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끔찍한 경험으로 기억됐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다. 난 집에 돌아왔으니까. 

실종아동 돼본 경험이 알려준 '부모 잃어버린 자식 마음'

그 경험은 내게, 소위 많이들 생각하는 '자식 잃어버린 부모 마음'이 아니라 '부모 잃어버린 자식 마음'을 헤아리게 만들어줬다. 아이들이 부모를 잃어버리고 모르는 사람의 손에 있다는 건 공포, 아니 끔찍함, 뭐라 말할 수 없는 망망대해에 던져져 버린 표현하기도 어려운 '표류' 그 자체구나.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실종아동'들을 향했다. 

가끔 검색엔진에서 어떤 단어를 찾고자 검색할 때 종종 잘 못 쳐서 '검색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페이지가 뜰 때가 있다. 그때 오른쪽 면에는  뜨는 '실종아동정보'라며 아동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적힌 페이지가 뜬다. 당신도 언젠가 한번쯤 봤을 것이다.

그걸 보며 보통 안타까운 마음 정도는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마음 이상의, 김승섭 교수의 책 제목처럼 <아픔이 길이 되려면(2019, 동아시아 출판사)> 식의 더 깊은 사유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3년 경찰청과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매년 인파 속에 사라지는 실종아동 신고는 2만여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18세 미만 아동 기준). 그럼에도 우리의 관심은 사실 거기까진 가지 못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내 아이, 내 일, 내 주변 사건이 아니면 크게 마음에 두지 않는 인식의 한계도 한몫하고 있을 수 있겠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선 2007년부터 5월 25일 '실종아동의 날'을 지정해 아동의 실종 예방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안전한 사회 조성과 지속적 관심을 위한 방편을 마련했다. 예방 정책으로는 '미아 사전 지문등록'을 통해 미리 신상정보를 입력하면, 차후 실종 신고 시에 아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사전 지문등록'의 한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참여가 없이는 완전한 등록이나 실종자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하는 마음으로 인해 가족, 부모의 참여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일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휴가철(자료사진).
ⓒ 픽사베이
 
곧 휴가철이다. 놀이공원, 들로 산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가족과 인파가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어떤 아이는 어릴 적 나처럼 실종되거나 사라져 가족의 고통으로 남게 될까봐 걱정이다.

기혼이든 미혼이든, 자녀가 있든 없든 모두가 가져야 할 책임과 관심은 실종아동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끈을 놓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어야 할 그 소중한 순간이 다치지 않도록 기억되게 돕는 일 말이다. 

또한, 개인의 구체적 실천도 필요하다. 실종아동에 대한 인식 확대와 심각성,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언젠가 나와 내 주변의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는 게 절실하다. 무엇보다 실종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발생 시 대처법을 알아두는 게 최선일 것이기에 아래에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첫째, 지문 사전 등록을 신청해 두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실종 시, 등록된 자료를 활용해 신속히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자녀를 잠시라도 혼자 집에 두지 않기를 당부한다. 잠깐 외출 시에도 이웃이나 믿을만한 곳에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아이와 함께 외출할 경우 아이 혼자 화장실을 가게 한다거나 심부름을 시키거나 자동차에 혼자 두는 것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한다.

넷째, 아이가 이름과 연락처, 부모님 이름 정도는 알 수 있게 교육하고 밖에 나갈 때 누구랑 어디에 가는지 말하도록 가르친다. 다섯째, 만약 부모님을 잃어버렸을 때는 돌아다니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도움을 청하게 교육한다. 마지막 여섯째는 혹시 모를 유괴에 대비한 것인데,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게 여러 상황을 구체적으로 고려해 교육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과 개인의 노력이 함께하면 미아방지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지대는 마련되는 게 아닐까 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뿌리 깊은 '냉랭한 무관심'이 과제로 남는다. 실종아동을 찾는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더 애타고 지치게 만드는 부분이다.

유년시절, 내가 부모 품에 돌아가지 못할 뻔한 끔찍한 경험은, 내게는 공포와 외로움, 쓸쓸함을 남겼다. 하지만 동시에 성인이 돼서도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사회역학'(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질병으로 남긴 상처를 해독하는 학문)이 내게도 작동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선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말한 것처럼 이 일이 내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 건 없다 하더라도, 외면하지 않고 나를 넘어서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을 구하는 대단한 히어로가 아니어도 좋다. 개인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몇몇이 함께 해 나가면 좋겠다. 그럼 적어도 한 해 2만 명이 넘는다는,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될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추후 개인SNS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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